창녀를 위한 소나타 13
13. 오픈! 섹스 사냥시즌 Ⅲ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영의 배가 오르내리자 그는 타이밍을 맞춰 천천히 손바닥으로 원을 그리듯이 쓰다듬으면서 강약의 리듬을 달고 힘을 주었다.
그녀의 세포 하나 하나가 남자의 손짓으로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그, 그만 해요."
"왜? 싫어?"
"그게 아니라."
절대 싫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 서 있다간 다리의 힘이 풀려 쓰러질 것만 같았다.
남자가 뿌린 상쾌한 세이브 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
주영은 팔을 등 뒤로 해서 벽에 힘있게 밀착시켰다.
그가 손가락을 벌렸다가 오므리면서 변화를 주었다.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그녀의 배에 입술을 눌렀다.
그리고 그 입술은 조금씩 위로 올라가 주영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핥고 있었다.
남자는 손가락으로 원을 그리면서 배를 쓰다듬다가 이번엔 밑쪽을 침략하기 시작했다.
반바지의 단추가 풀리고 지퍼가 내려갔다.
"아아."
한숨처럼 긴 신음이 주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녀의 신경은 온통 그의 손가락과 입술에 집중되어 있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 그의 손은 봉긋이 올라온 부분의 음모에서 잠깐 멈추더니 누르듯이 하여 작은 원을 그리고 소중하게 감쌌다가 천천히 또는 빠르게 움직였다.
주영은 활처럼 허리를 휘며 어깨를 비틀었다.
남자가 눈을 들어 주영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애무는 처음인가?"
"네, 네. 그래요!"
그녀는 숨이 넘어갈세라 재빠르게 대답했다.
남자의 손은 무례하게도 그녀의 푸쉬를 넘나들며 조롱하고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애액을 이용해 중지로 매끄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주영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와락 움켜잡았다.
"안돼. 당신은 내 몸에 손대지 말아."
단호하게 말하며 그는 주영의 손을 어깨에서 가볍게 잡아떼었다.
순간 주영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내가 왜 이러지.`
지금껏 단 한 번도 이토록 남자의 딕을 원해 본 적이 없었다.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바지를 내리고 그렇게 선 채로 남자의 딕이 깊숙이 파고들어 오는 착각까지 일으킬 지경이었다.
주영의 눈에 애원의 빛이 떠올랐다.
남자는 빙그레 웃었다.
"실버는 골드 들이 잘 지켜줘야 해. 그게 규칙이야.
골드끼리는 몰라도 실버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지. 너무 성급하면 저질적인 변태가 되기 쉽거든.
천천히 조금씩 배우도록 해요, 아가씨."
"골드...? 그게 무슨 말이죠?"
"아직 모른다면 앞으론 알게 되겠지. 당신은 무척 사랑스러워. 나중에 멋진 여자가 될 수 있을 거야."
남자는 나직이 말하며 주영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아직 주영의 심장은 터져 나갈 듯이 세차게 울려대고 있었다.
그는 주영의 손바닥을 들어 뜨거운 숨결과 함께 오랫동안 입술을 대고 눌렀다.
입술 사이로 뱀처럼 길고 촉촉한 혀가 비집고 나와 손바닥의 깊은 안쪽을 핥고 있었다.
주영은 비틀거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안녕, 내 사랑. 나중에 또 봐요."
남자는 아쉬운 긴 여운을 남기며 주영의 이마에 키스해주고 속삭였다.
주영의 한쪽 손이 벽을 필사적으로 잡고 있지 않았다면 남자의 소매를 잡고 매달렸을지도 모를 정도로 그를 보내고 싶지 않은 강렬한 욕구에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그는 주영의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서류 가방을 들더니 그대로 주차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떠나버렸다.
주영은 그가 떠난 후에도 한참을 그렇게 서서 평정을 되찾으려고 애를 써야 했다.
`왜 그는 내게 좀 더 키스해 주지 않았을까. 왜 그는 자기 몸엔 손 하나 대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남편 같았으면 억지로라도 내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딕을 만지게 했을 텐데. 그리고 푸쉬에 찔러 넣지 못해 안달했을 텐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남자라는 존재는 그저 딕을 푸쉬에 꽂는 일을 가장 중요시하며, 그것이 섹스라고 굳게 믿고 있는 족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자신을 애무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목석처럼 아무런 반응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남자의 뜨거운 숨결과 귀가 울릴 정도로 울려대던 심장박동을 주영은 기억하고 있었다.
몸을 뒤틀며 언뜻 스쳤던 남자의 딕도 커다랗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골드?"
주영은 팔목에 감겨 있는 뱀 비늘무늬의 정교한 은팔찌를 들여다보았다.
분명 골드라고 했으나 남자의 팔엔 팔찌 같은 액세서리는 없었다.
"다른 액세서리일까?"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주영은 스스로 혼자 어떻게든 캐내고 싶었다.
성에 대한 눈이 조금씩 뜨여가고 있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두 저 남자 정도 라면 평생 팔찌를 돌려줄 마음 같은 건 생길 리 만무했다.
그녀는 매우 긴 시간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안정을 되찾은 다음 그 자리를 떠났다.
"집으로 가자. 남편이라는 인간을 내몰면 되지, 내가 괜히 피해 다닐 필요는 없어."
약간의 용기를 얻고 주영은 택시를 잡아탔다.
진희에게도 팔찌가 주어졌는지 전화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 의기 분은 무척 상쾌했고 가뿐했다.
지금이라도 아까의 남자가 나타나 준다면 당장 택시에서 내려 길거리에서 섹스를 나눠도 좋을 정도로 남자를 원하고 있었지만, 어디에도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놀랍게도 남편은 집에 먼저 돌아와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식탁에는 촛불 두 개를 촛대에 세워 어둑한 거실을 밝히고 있었고, 최후의 만찬이라고 생각했는지 요리책에서나 보았을 만한 화려한 음식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뭐죠?"
남편은 그녀의 새로 산 옷을 보고 흠칫 놀란 것 같았지만 금세 평소의 무표정으로 되돌아와서 입꼬리만 억지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쇼핑을 다녀온 모양이군. 생전 처음으로 당신에게 해주는 요리인 것 같아.
결혼 전에는 자취하느라 자주 했었는데 그 동안 당신이 워낙 요리 솜씨가 뛰어나서 내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야."
"씻고 올게요."
어색하게 말하는 남편의 태도에 갑자기 역겨운 기분이 들어서 그녀는 차갑게 말하고 욕실로 달려갔다.
어떻게든 자신의 실수를 무마시키려는 수작인 게 뻔했다.
원래의 그녀라면 친정 부모님과 남편의 시댁에 전화를 걸어 호소하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을 것이었다.
그것은 남편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일임이 틀림없었다.
'네가 생각하는 섹스의 기준이 뭐지?'
미선의 말이 생각났다.
남편이 비서와 펠라티오를 즐긴 것이나 주영이 미선과의 입맞춤, 전철에서의 애무, 그리고 호텔 비상구에서의 벌어졌던 일들이나 매한가지라고 생각되었다.
그녀의 속에 단단히 둘러쳐져 있던 울타리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남편의 일을 들추어내어 소란을 떨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주영은 샤워 꼭지를 거세게 틀고 거울 속의 나신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부드럽고 애틋하게 키스했던 자리에 보이지 않은 낙인이 찍힌 듯 달아올랐다.
욕조에 가득 피어오른 비누 거품 속으로 몸을 밀어 넣으며 주영은 미소를 짓고 낮게 속삭였다.
"지금은 섹스 사냥 시즌이야."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