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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거미 여인의 정사 - 10장. 수사 7

매일같이 0 88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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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거리는 인파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크리스마스에 흥청대기 시작했는지 알수 없어으나 1987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로 가는 사람들보다 번화가나 유흥가로 몰리는 인파가 더 많았다.


논현동 유흥가의 뒷골목도 예외는 아니었다.

곳곳에 갑호 비상이 걸린 경찰들이 순찰을 돌고 있는데도 청소년들은 유흥가로 몰려 들어 흥청거렸다.


현애자는 룸살롱 불야성의 맞은편 인도의 전봇대 뒤에 서서 또 담배를 피워 물었다.

초저녁부터 서 있어서 다리가 저리듯이 아펐다.

게다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보옥은 석상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는 조금도 피로하거나 지루해 보이지 않았다.


(대단한 인내심이야.)


애자는 혀를 내둘렀다.


보옥은 청바지와 털스웨터 차림이었다.

머리가 숏커트라 한결 젊어 보여 지나가는 청년들이 휘파람을 불어대기까지 했다.

그러나 보옥은 일언반구 대꾸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안 나오려나 봐요."


애자는 보옥 옆에 가까이 가서 낮게 중얼거렸다.

벌써 자정이 가까 워지고 있었다.

양마담의 기둥서방인 망치라는 자가 불야성으로 들어간 지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좀 늦어지는 거겠지..."


보옥이 담담히 대꾸했다.


"지루하지 않으세요?"

"아니."


"전 좀이 쑤셔 죽겠어요."


애자가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보옥은 잠자코 애자의 말을 듣기만 했다.

그녀는 어젯밤 강철구의 시체를 거여동 개천에 갖다 버린 일을 잠깐 생각해 보았다.

김민희에게 강철구의 시체를 토막내어 버리겠다고 한 것은 순전히 김민희를 위한 거짓말이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어젯잠 혼자서 강철구의 시체를 아파트에서 끌어내어 강철구의 차로 거영동 개천에 버렸던 것이다.

그녀의 아파트엔 다행히 경비실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파트는 2층밖에 되지 않아 새벽 3시에 강철구의 시체를 끌어내는데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다만 여자 혼자의 힘으로 강철구의 시체를 끌어내느라고 등줄기가 후줄근하게 젖도록 땀을 흘렸을 뿐이었다.


"망치라는 자는 전에 뭘 했대?"

"모르겠어요."


"직업은?"

"부동산을 한다는 것 같아요."


"그럼 부동산업자야?"

"확실하게는 모르겠어요."


"마담하고 만나면 대개 뭘 해?"

"얘기하고 술 마시고 그래요."


"룸에서?"

"내실이 있어요."


"내실?"

"마담이 쓰는 방예요. 김군이 그러는데 방음 시설까지 되어 있대요."


"방음 시설?"

"거기 침대가 있으니까요."


애자가 생글거리고 웃어댔다.

보옥은 애자가 생글거리고 웃는 이유는 알 수 있었으나 다만 그짓을 하기 위해 방음시설이 되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내실에서 자기도 해?"

"누구요? 망치요 ?"


"둘 다."

"자지는 않아요."


애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청년들 한 패가 '고용한 밤 거룩한 밤...'하고 술에 취해 악을 쓰고 지나갔다.

애자는 그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혹시 뒷문도 있어?"

"네, 하지만 사용하지 않아요."


불야성의 뒷문은 언제나 양마담이 열쇠로 굳게 채워 놓고 있었다.


"왜 망치까지 조사하려고 그래요?"


애자가 피우던 담배를 발 밑에 버리고 구둣발로 비벼 껐다.

그녀는 보옥을 이해할수 없었다.


"그런 건 알려고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그랬긴 하지만 궁금해서요."


"언제가는 알게 될 거야."

"강철구는 안 찾아요?"


"강철구는 죽었어."

"죽어요?"


애자가 놀라서 물었다.

보옥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왜요?"

"누군가 칼로 짤러 죽였어."


"망치가 그 일에 관련이 있나요?"

"있겠지."


보옥이 짧게 대꾸했다.

여자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이 여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나는 왜 이여자를 도와주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단지 돈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애자의 머리를 스쳐오고 이었다.

그러나 물어 볼 수가 없었다.

보옥이 그런 일을 알려고 하지 말라고 수차 당부했기 때문이었다.


애자는 전봇대에 들을 기댔다.

눈이 오려는지 날씨가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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