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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거미 여인의 정사 - 10장. 수사 3

썰자구 0 7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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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 위에서는 수사계장이 형사들에게 피해자의 신원수사와 목격자 탐문수사를 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그는 계장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피해자의 신원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야?"


"피해자는 강철구라고 논현동 일대의 유흥가를 장악하고 있는 순천파의 일원입니다."

"순천파?"


"김민우라고 지난 달에 교통사고로 죽은 대학생 있지 않습니까?"

"음, 자네가 우겨서 부검을 했었지."


"그 대학생에게 여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김민희라는 아가씨인데 제가 없을 때 강철구의신상을 알아봐 달라고 이형사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형사가 강남 경찰서 폭력계에 의뢰해 강철구가 논현동 일대의 유흥가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일이 있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까 좀 구체적으로 말해 봐..."


"그러니까 김민희는 김민우의 죽음 의심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김민우를 살해했다고 보고 부검을 의뢰한 것이고, 또 그 대상으로 강철구를 주목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김민희가 강철구를 살해했다는 뜻이야?"


"적어도 강철구 살해의 열쇠는 쥐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럼 김민희부터 수배 지시부터 내려야겠군."


"예."

"일단 목격자 탐문수사와 유류품 수색을 계속해. 사망 시간은 언제래?"


"22일쯤이랍니다."


그것은 '곰'이라는 별명은 갖고 있는 장형사의 대답이었다.


이미 간단한 검시는 끝났으나 자세한 것은 부검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22일이면 그저께의 일이었다.

그것은 최천식 형사가 종로 청진동에서 강철구를 연행하려다가 실패한 날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수사본부를 설치해야 하겠습니다."


그가 계장에게 말했다.

계장은 현장 주변을 수색하고 있는 형사들을 우두커니 보고 있었다.


"뭐 나온 거 있어?"


형사들은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흉기 같은 거 나오지 안았어?"


계장이 느릿느릿 억새풀과 잡초 더미를 뒤지고 있는 형사들은 향해 거푸 소리를 질렀다.


최천식 형사의 말에는 일언반구 대꾸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담배 꽁초는?"


"없습니다."

"족적은 몇 개 있는데 희미합니다."


"이거 또 골치 아프게 생겼군."


계장이 넌덜머리난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수사본부 설치 안 합니까?"

"그럴 만한 인원이 어디 있나?"


계장이 그제서야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연말연시 갑호 비상이 걸려 있어 형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살인사건이라고 해도 대규모의 인원으로 수사본부를 편성할 수 없는 처지였다.

최천식 형사도 그 점은 인정하고 있었다.


"저 혼자라도 해 보겠습니다."


그는 계장을 졸랐다.

김민우의 시체를 부검할 때부터 그는 이미 이 사건과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었다.

그리고 이사건에 대해서 그만큼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형사도 없었다.


"혼자서 뭘 해?"


계장이 어림없는 소리 라는 투로 손을 내저었다.


"한두 사람 지원을 해주면 충분히 할수 있습니다. 그것도 어려우면 혼자서라도 하게 해주십시오."

"자신 있나?"


"어차피 수사는 해야하지 않습니까?

많은 인원 동원해서 떠들석하게 2, 3일 수사하고 때려치우려면 전담반을 편성하는게 바람직합니다. 뜻밖의 소득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형사가 전담반을 편성해 봐. 그 대신 우리 손 뗄테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최형사가 알아서 해."


"고맙습니다. 계장님."


그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됐어."


계장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때 경찰 출입 기자들이 왁자하게 들이닥쳐 기장들을 싫어하는 계장은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고 있었다.

그는 기이할 정도로 기자들을 싫어해 기자들만 나타나면 황급히 자리부터 피하고 보는 사람이었다.


현장조사에서는 끝내 가해자의 유류품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목격자 탐문수사도 소득이 전혀 없었다.

강철구의 시체가 한밤중에 버려진데다 논바닥에 있는 개천둑이라 왕래하는 주민들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 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소형 승용차의 타이어 자국과 현장 근처에서 뜬 족적 몇 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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