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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욕망의 포효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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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수. 강희수. 희수야. 아무리 불러도 질리지 않을 이름이다.”


중얼거린 효준의 얼굴에는 계속 미소가 머물렀다. 


맑은 하늘이 더욱 마음을 즐겁게 춤추게 했다. 

빨리 희수 손잡고 산책하고 싶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에 여유롭고 태평하게 걸으며 희수를 느끼고 싶었다. 

이미 그의 마음은 희수 곁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집 앞에 도착한 효준은 차에서 내려 보조석 쪽으로 와서 문을 열었다. 

희수가 편하게 내리도록 손을 잡아주었다. 


희수 집으로 가서 그곳 산책로를 다정하게 걷고는 자신 집으로 데리고 왔다. 

맛있는 것도 해 먹이고, 조용한 곳에서 둘만의 오붓함도 느끼고 싶었다. 


집 안으로 들어온 희수는 창가로 와서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어렴풋이 어둠이 내린 바깥은 보이는 게 없었지만, 서울과는 달리 공기가 달콤했다. 

서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도 공기가 확연하게 달랐다.


보고 싶다, 


손잡고 산책하고 싶다는 그의 말을 들었을 때 이미 그를 마음으로 받아들였음을 깨달았다. 

그가 보고 싶었고, 손잡고 싶었고, 만지고 싶은 마음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그가 집으로 왔을 때 달려가서 안기고 싶었지만, 그러진 못했다. 

그래도 그의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거닐면서 그의 다정함을 느꼈다. 


그가 곁에 없는 동안 그가 사준 목걸이와 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그를 느끼려고 했다. 

이제 다시 그가 배신한다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공기를 마시던 그녀는 창문을 닫고 주방으로 왔다. 음식을 하는 그를 바라보던 그녀는 그 옆으로 갔다.


“윤효준 씨.”


“응? 조금만 기다려. 빨리 배부르게 해줄게.”


“한 번뿐이야.”


“응? 뭐가?”


희수는 효준 손에 있는 칼을 자기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나무 도마에 확 던지면서 꽂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효준은 놀랐다.


“당신 용서해주는 거. 다시 날 배신하면 당신 죽고, 나 죽는 거야. 8년 전하고는 달라.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거야.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이 칼에 맹세해. 셰프가 칼을 두고 거짓말을 하진 않겠지?”


효준은 희수를 마주 서서 보다가 말릴 틈도 없이 칼을 집어 들고 손가락을 벴다.


“무슨 짓이야?”


소스라치게 놀란 희수가 효준의 손가락을 꾹 잡았다.


“약상자 어디 있어? 미쳤어? 누가 이러래?”


희수가 주방을 나가려 하자 효준이 그녀를 잡았다.


“놔. 약상자 어디 있냐고.”


“희수야.”


“내가 정말 미쳐. 누가 혈서 쓰라고 했어? 상처 내지 말라고 했지?”


“아프지 않아.”


“거짓말하지 마!”


“나, 이 피에 맹세할게. 절대로 강희수를 다시는 배신하지 않겠어! 정신 나가서 또 강희수를 배신할 거 같으면 오늘의 이 피를 생각하고 죽음을 택하겠어.”


“무서운 얘기하지 마. 알았으니까 약 바르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가 손에 상처를 낼 줄 몰랐기 때문에 너무 놀랐다. 

다시는 배신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건데 무섭게 행동한 그가 미웠다. 

효준은 서랍에서 대일밴드를 꺼내 손가락에 붙였다.


“연고를 바르고 붙여야지.”


“괜찮아. 내 각오 믿어줄 거지?”


“믿을게. 그러니까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 당신 몸은 당신 것이 아니야. 그걸 말해줘야 아는 거야?”


“알았어. 다시는 이런 짓도 하지 않을게. 희수야?”


“응?”


“사랑해!”


희수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졌다. 

8년 전, 그가 저질렀던 만행이 봄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았다. 


손가락에 칼을 대서 피를 낸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각오가 없으면 할 수도 없는 짓이다. 

효준은 서슴없이 각오와 마음을 보여주었다. 


이젠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눈물을 펑펑 흘리는 희수가 안쓰러운 효준은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바들바들 떠는 그녀가 느껴졌다. 

꽤 놀랐다는 걸 알았으나 후회하진 않았다. 

이 정도의 각오는 보여줘야 했다. 

무릎 꿇는 정도로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전부 보여줬다고 할 수는 없었다. 

목걸이와 반지를 선물했다고 해서 마음이 전해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사랑해.”


“미안해.”


“그 말은 다시 하지 마. 있잖아.”


“응?”


“잠깐만.”


그녀가 그의 품에서 벗어나 주방을 나갔다가 뭔가를 들고 들어왔다. 그의 앞에 선 그녀가 주얼리 상자를 내밀었다.


“뭐야?”


“목걸이는 하고 있어. 그런데 반지는 뺏어. 커플링하고 싶어서.”


희수가 상자 뚜껑을 열자 반지 두 개가 나란히 들어 있었다. 효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걸 왜 당신 사?”


“누가 사면 어때? 내가 준비한 반지를 당신 손가락에 끼워주고 싶었어. 그런데 약지에 상처를 내놔서 이게 뭐야? 밴드 붙인 손가락에 반지를 끼게 됐잖아.”


“그래서 더 의미 있는데? 오늘의 내 각오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 당신 손가락도 내밀어.”


희수가 손가락을 내밀자 효준이 반지를 끼워주었다. 그리고 반지에 입을 맞추었다.


“용서받은 거지?”


“응. 용서했어.”


희수는 효준을 안았다. 효준도 희수를 꼭 안으며 이마에 키스했다. 


커플링이라니, 생각도 못 했다. 

용서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하고 마음을 비웠다. 


뭔가 계산하고 피를 낸 것이 아니었다. 

다시 배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희수의 말에 믿음과 신뢰를 주고 싶었다. 

사랑하고 있는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했는데 그녀가 울음을 터트리니 그것도 미안했다.


“반지 예쁘다. 고마워.”


그가 말했다.


“빼지 마.”


“당연하지. 절대로 안 빼.”


“나 씻고 싶어. 당신 집, 욕실 근사해. 욕조에 몸 담그고 있을 거니까 맛있는 거 빨리해줘.”


“알았어.”


희수는 멋쩍고 부끄러워서 효준에게서 떨어졌다. 


후다닥 주방을 나와 욕실로 들어온 그녀는 바닥에 스르르 주저앉았다. 

놀라고, 부끄러운 감정이 짧은 순간에 지나가서 지쳤다. 


그의 마음을 보았고, 믿을 수 있어서 기뻤다. 

그의 확신에 찬 행동이 아니었다면 커플링 꺼낼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방에 며칠 넣고 다니던 커플링이었다. 

그가 사준 주얼리보다 훨씬 싼 거지만 그가 기쁘게 받아주길 바랐다. 


바람대로 그는 기쁘게 받아주었다. 행복한 마음에 그녀의 얼굴에 웃음기가 감돌았다.


몸을 일으킨 그녀는 옷을 한 올 한 올, 벗어던지고 욕조에 들어와 앉았다. 

물이 미지근해서 좋았다. 

바싹 메마른 대지에 오랜만에 내리는 빗물 덕에 촉촉해지는 것처럼 몸에 수분이 차오르는 기분이 야릇했다.


“효준 씨, 안고 싶다.”


팔을 들어 물을 끼얹으면서 중얼거리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깜짝이야. 왜?”


효준이 듣기라도 한 것처럼 들어왔다.


“나도 같이 씻으려고.”


“응?”


효준은 천천히 욕조로 향하면서 엉큼한 눈빛으로 희수를 봤다. 


희수의 동공이 흔들렸다. 

입술도 살짝 벌어져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가 걸치고 있던 옷을 한 겹, 한 겹 벗자 그녀의 눈이 더 커지고 혀로 입술도 핥았다.

단단하고 빛을 발하는 그의 몸매에 그녀는 매혹 당했다.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리는 근육이 너무 아름다웠다. 


바지가 그와 분리되었고, 드로즈를 입은 그가 한 발 더 내딛고는 팬티까지 아래로 내렸다. 

당당하게 고개를 쳐든 남성이 그녀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나 어때?”


“짓궂다, 정말.”


“어떠냐고.”


“멋있어.”


“그리고?”


“만지고 싶어.”


욕조로 발을 집어넣은 그는 욕조 턱에 앉아 다리를 벌렸다.


“만져줘.”


눈으로 바라보던 그녀는 그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를 탐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쑥스러움과 민망함에 어렸을 때는 그의 리드에만 따라갔지, 리드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그를 온전히 자신에게 맡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남성은 이미 변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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