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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욕망의 포효 37 <完>

안부 0 10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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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고 왔어요?”


깁스하고 있는 서윤을 보니 더욱 화가 치밀었다. 휘석은 속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왜 그랬어요? 뭐 하러 그런 자식을 상대해서 다쳐요? 그냥 무시하죠. 난 아무 상관없다고 저번에 말했던 것 같은데?”


“휘석 씨.”


“왜 나 때문에 서윤 씨가 이런 꼴을 당해요? 내가 그 인간 하나 못 당할 것 같았어요? 그 인간이 그렇게 나오면 나한테 맡겼어야죠.”


“나 때문에 휘석 씨한테 피해 가는 거 싫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나올 줄도 몰랐고요. 지금 고소한 상태에요. 그 순간 욱해서 그랬나 봐요. 합의해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중이에요.”


“합의해줄 겁니까?”


“해줘야죠.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고, 휘석 씨한테 몹쓸 짓 하지 않겠다는 각서 받은 후에요. 부모 죽인 원수도 아닌데 인생 망치게 할 순 없잖아요. 하지만 좀 더 마음고생하게 두려고요.”


휘석은 자신 입장까지 생각해주는 서윤이 예쁘게 보였다.

마치 자기 여자인 것처럼 느껴져서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을 느낀 서윤은 그를 빤히 쳐다봤다.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이 따뜻했다. 아니, 남자의 손길로 느껴졌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엔돌핀이 뜨거워졌다. 


휘석에게 피해가 가는 건 생각하기도 싫었다.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의 입에 휘석의 이름조차 오르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그래서 인정사정 봐주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그 인간이 먼저 사고를 친 거다. 

그래도 휘석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손 쓸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휘, 휘석 씨…….”


“약속해요.”


“뭘요?”


“다시는 위험한 짓 하지 않겠다고요.”


“위험한 짓 한 적 없어요.”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알면서 덤빈 건 위험한 짓이에요. 그 결과가 지금 이렇고요. 난 서윤 씨가 나도 조건만 보는 인간으로 취급하는 줄 알고 기분 나쁘게 여기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사고 소식 들었고요. 내 기분이 어땠을 것 같아요?”


“어땠는데요?”


“내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한 한심한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서윤의 입이 딱 벌어졌다. 

맥박이 미친 듯이 고동쳤고, 심장이 마라톤이라도 하듯 뛰기 시작했다. 

뭐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의 표정은 단단하게 굳어 있었고, 눈빛도 다정하진 않았다. 

그런데 고백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다시는 날 무능력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아니, 난……. 휘, 휘석 씨…….”


“서윤 씨가 날 당신의 남자로 만든 겁니다.”


“네? 내, 내가요?”


“날 위해서 나서주었으니까요. 난 15일 동안 휴대폰만 바라보면서 서윤 씨 전화를 기다렸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전화할 걸 그랬어요. 기다리기만 한 걸 후회하는 중입니다. 기분 나쁘면 뺨쳐요.”


“네? 무슨……. 흐읍.”


그는 그녀의 뒤통수를 손으로 받치며 그녀에게 키스했다. 


당황해서 움찔한 그녀가 고개를 빼려고 하자 그는 뒤통수를 받치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며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입술을 부드럽게 빨았다. 


그녀의 놀라움이 사라지고 달달함에 매혹되도록 아주 천천히 입술을 비볐다. 

짜릿한 전율이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선물처럼 전해지자 두 사람은 눈을 감았다.

당황했던 서윤도 로맨틱한 달콤함에 잠식되어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하늘에 수없이 수놓아진 별빛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황홀함이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남자의 입술이 닿았을 뿐인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희열의 떨림이 몸을 떨리게 했다. 


서윤은 깁스하지 않은 팔로 휘석의 목을 감싸 안았다. 

입속에 엉켜버린 혀와 혀는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더욱더 달콤한 유희를 즐기고 싶은 두 사람의 키스는 길었다. 


서로를 느끼면서 조금 더 숨결을 나누고픈 두 사람의 욕망은 뜨겁게 일렁였다. 

입술이 살짝 떨어졌다가 다시 붙었다. 

입술과 입술을 빨고 빨리면서 짜릿한 쾌감에 육체의 욕망이 눈을 뜨자 휘석이 입술을 뗐다.


눈을 깜빡거리며 쳐다보는 서윤이 순진하게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이성적이고, 프로다운 모습만 보다가 순수하고 천진한 모습을 보니 남성의 본능이 위험할 정도로 자극을 받았다.


“그렇게 보지 마요.”


휘석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어떻게 보는데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하고 순진한 소녀의 눈빛으로 날 보고 있잖아요.”


“내가요?”


“환장하겠네. 날 믿을 수 있어요?”


“그럼요. 당연히 믿죠.”


“그럼 사귑시다.”


“네.”


스스럼없이 대답하는 서윤 때문에 휘석은 몸이 뜨거워졌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서윤이 예뻤다.


“그럼 위험한 짓은 안 하는 겁니다. 앞으로 그 자식 상대할 일 있으면 내게 맡기고요.”


“내 문제인데요?”


“내 문제이기도 하죠. 서윤 씨 뺨을 치던 날, 팔을 꺾어버리지 않은 걸 후회하게 만들지 마요. 당장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까.”


“알았어요. 위험한 짓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휘석 씨도 사고 치지 마요.”


휘석은 깁스한 부위가 아프지 않도록 살포시 서윤을 품에 안았다. 그녀가 머리를 기대어 오자, 자기 여자가 임서윤이라는 사실이 가슴에 뚜렷하게 새겨졌다.


“나 퇴원하면 여행 갈래요? 바다가 보고 싶어요.”


“유혹하는 겁니까?”


“그럼 넘어올래요?”


“유혹은 내가 먼저 한 겁니다.”


“언제요?”


“방금. 내가 먼저 고백했고, 키스도 먼저 했잖아요.”


“그게 유혹이었어요?”


“그럼 뭐라고 생각했어요?”


“짜릿한 도박?”


휘석은 서윤을 놓고 눈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은 장난기 가득 품고 웃고 있었다.


“휘석 씨의 키스에 난 더욱 진하게 휘석 씨를 느끼고 싶어졌어요. 휘석 씨는 도박에 휘석 씨를 걸었고, 난 그 도박에서 장휘석 씨를 갖고 싶어졌어요. 지금 이 꼴만 아니면 저돌적으로 달려들었을 수도 있는데. 이 꼴이 아니었다면 당신이 내게 오지 않았을까요?”


도도하고 도발적인 서윤의 눈빛과 표정이 그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환자복을 입고 있고, 깁스까지 한 여자가 이렇게까지 예쁠 게 뭔가 싶었다. 

임서윤을 봐온 날 중에서 지금이 가장 아름답고 빛이 났다.


“임서윤 씨가 연락하지 않았다고 해도 내가 가만히 있진 않았을 겁니다. 계속 신경 쓰였으니까요. 이 꼴이 아니었다고 해도 난 임서윤 씨를 놓치지 않았을 겁니다.”


“그 대답 마음에 드네요. 이 꼴이 아니었다면 나도 데이트 신청을 했을 건데. 그래도 이렇게 달려와 줘서 고마워요. 걱정해줘서 고맙고요. 앞으로 진하고 은밀한 관계도 즐겼으면 좋겠어요.”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닙니까?”


“싫어요?”


“잔인한 여자 같으니라고!”


“내가요?”


“현재 내 상태가 어떤지 알지도 못하면서 잘도 그런 소리를 하잖습니까.”


“네?”


서윤은 휘석의 위아래를 훑다가 남성 부위에 눈이 멈췄다.


“그만하시지. 자꾸 자극하면 짐승이 될 수도 있어요.”


“호호호호. 나, 아직 살아있구나. 내가 장휘석 씨를 그렇게 만든 거예요. 기분 좋은데요?”


“이 아가씨 정말 위험하네. 내 건강에 안 좋은 존재가 될 겁니까?”


“어떡하죠? 휘석 씨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내가 이 꼴이라서요.”


서윤은 깁스를 가리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이 잔인한 아가씨를 어떡하면 좋을까요?”


휘석은 서윤의 뺨을 매만졌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그의 손길을 느꼈다.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마음은 그를 원했다. 


그가 자신을 원한다는 것도 피부로 감지했다. 

그와 같이 있는 지금이 좋았고, 그의 손길이 좋았다. 


그녀는 눈을 뜨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뺨을 만지던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다시 탐했다. 

아직 사랑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사랑을 한다면 이 여자와 할 거라는 확신이 그를 용기 내게 했다. 

그의 키스는 훨씬 자극적이고, 저돌적으로 서윤을 옭아맸다. 


서윤도 휘석이라면 믿을 수 있었다. 

그에게 인생을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확신에 찬 키스를 받으며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던 상처가 치유되는 걸 느끼며 서윤은 휘석의 품에 안겼다.






< 욕망의 포효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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