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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오빠의 노예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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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말을 안 듣는다고 할 때가 바로 이럴 때지.”


“그래놓고 나한테는 긴장을 풀라고 했어요?”


그녀는 무섭게 성이 난 그곳을 달래 주려고 했다. 우선 그녀가 좋아하는 음낭부터 숭배하듯 들어 올렸다.


“어이, 조심해서 다뤄. 장난감 아닌 거 알지?”


그가 농담을 하자 그녀의 입꼬리가 익살스럽게 올라갔다.


“아닌데요. 나한테는 가장 흥미로운 장난감인데요.”


그러면서 그녀는 음낭을 두 엄지로 살살 문질렀다. 그러다 문득 아기씨가 여기 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의 장난기가 사라졌다. 


임신할까 봐 피임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지만 실은 그의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너무 절실해서 아플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밀회가 정사로 드러나면 아니, 우리 경우는 패륜이겠지. 그녀는 쓰디쓴 맛을 느끼며 인정했다. 

그 결과가 너무 엄청날 것이 분명했기에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누릴 시간이었다. 


지난 1년간 충분히 고통스러웠다. 

지금은 보상받고 싶었다. 

사람이 숨은 쉬고 살아야 하니까. 


그녀가 고개를 숙여 사랑스러운 귀두를 혀끝으로 핥았다. 

천천히 감미롭게. 그러면서 그의 반응을 살폈다. 

그의 숨결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


“난 볼 때마다 신기해요.”


“하…… 아, 뭐가?”


“이렇게 큰 물건이 어떻게 내 안에 들어올 수 있는지. 오빠가 대단한 걸까요? 아니면 내가 마법을 부린 걸까요?”


그랬다. 처음에는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모른다. 


그래도 그를 믿고 몸을 열었다. 

물론 아팠지만 견딜 만했다. 그리고 그다음은…… 천국이었다. 

그는 그렇게 그녀를 노예로 만들고 손쉽게 성욕을 해결했다. 

그녀만큼 맹목적인 상대는 없었을 테니까. 


그게 얼마나 잘못된 관계인지 몰랐다. 

남녀 간은 동등해야 한다. 

아무리 나이 차가 나도 그건 진리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그와 동등해질 것이다. 

그만 보면 약해지는 마음처럼 잘 될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둘 다. 굳이 따지자면 네가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 신축성이 장난 아니거든.”


그의 야한 농담에 상상이 되면서 그녀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숙여 귀두를 물론 기둥, 뿌리까지 입 안 가득 담았다. 


만약 다른 남자의 성기였다면 이토록 매료되지 않았을 것이다. 

태욱의 것이니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했다. 


그의 것은 다 좋았다. 그게 문제였다. 

그러면 안 되는데. 전율로 구겨진 그의 얼굴을 보니 행복했다. 


그랬다. 그녀는 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보다 더 좋았다. 

이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


애석하게도 지금껏 그 어떤 남자도 그 근처도 못 가봤다. 

반의반이라도 좋았다면 그를 떠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생각보다 쉽게 무너졌다. 

그녀는 그 잔상까지 기꺼이 마셨다. 

그의 묵직한 체취와 달콤한 사향을 맡으니 갑자기 울컥, 해졌다.


얼마나 그리웠던가. 무엇보다 그가 그녀를 향해 딱딱한 얼굴을 풀고 웃어 줄 때 그 부드러운 미소가 몹시도 보고 싶었다. 

그녀만이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그가 그녀를 절실히 원했으면 싶었다. 

그의 꿈을 꾸고 난 후 잠을 깨면 곁에 그가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가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도 미친 듯이 되돌려주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키스 끝에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다. 

이제 그녀도 겁이 났다. 확실히 20대 초반과 중반은 달랐다. 


폭주 기관차 같았던 초반과 달리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니, 속으로는 아무리 사랑한다 한들 입 밖에 꺼내는 것과 그 무게감이 달랐다.


“지금 꼭 가봐야 하나요?”


영아가 태욱의 보물을 한껏 사랑해 주고 난 후, 그는 잠시 만족감에 취해 있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잠시였다. 

욕실에서 나온 그가 셔츠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옷을 입자 그녀는 불만스럽게 물었다. 


블랙 정장은 그의 완벽한 핏에 잘 어울렸다. 

하지만 뭔가 모르게 깐깐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탓에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태욱과 다른 세계에 사는 기분이랄까. 

안 그래도 그와 미래를 생각할 수도 없는데 이런 기분은 그 오래된 불안감을 부추겨서 싫었다.


“미룰 수 없는 미팅이 있어. 좀 자. 피곤할 거니까.”


“그렇게 바쁜데 휴가는 낼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믿기 힘들었다.


“휴가는 다음 주 수요일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낼 거야. 날 믿어. 내가 빈말하는 거 봤어?”


그의 단호한 표정을 본 그녀는 믿음이 생겼다.


“못 봤죠.”


“그럼 믿어.”


그가 영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자 그녀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니 차츰 불안감이 가라앉고 그와 사이판에서 마음껏 즐길 일만 떠올랐다.


“빨리 와요. 오빠 올 때까지 안 잘 거야.”


그가 돌아서자 그녀가 뒤에서 소리쳤다. 

그러다 그의 허리를 두르고 가슴부터 복부까지 어루만지면서 몸을 비볐다. 

그가 숨을 크게 들이켜며 몸을 돌린 채 그녀를 뜨겁게 내려다봤다.


“이 마녀. 이러면 내가 어떻게 일에 집중하겠어?”


영아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녀가 그만큼 영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힘이 났다.


“오빠는 안 보는 사이에 뭘 한 거예요? 몸이 더 좋아졌어요. 어깨가 더 넓어지고 복근에 근육이 손에 잡힐 정도로 잘 만들어졌네요. 그래서 자꾸 손이 가요.”


사실이었다. 그의 몸을 탐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미처 말을 못 했는데 그는 그사이 더 섹시해졌다. 

어떻게 갈수록 사람을 매혹시키는지, 이래서 그를 멀리할 수가 없었다.


“운동을 좀 많이 했어. 밤이 길었거든. 덕분에.”


영아는 그의 속을 살피느라 미간을 모았다. 


밤잠을 설칠 만큼 그녀가 그리웠던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왜 듣고 싶은 말을 제대로 말해 주지 않는 걸까? 

표현이 부족해서? 아니면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일 뿐일까? 

오빠는 날 사랑하는 걸까?


정말 알고 싶었지만 막상 듣게 되면 감당이 안 될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진짜 알고 싶다. 그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 그의 마음속 어느 부분에 내가 들어 있는지.


“그럼 내가 좋은 영향을 끼친 거네요? 또 1년 이별 연습할까요?”


삐뚤어진 마음에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너무 험악해져서 괜한 말을 했나 싶어 가슴이 조여들었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 이제 더 이상 떨어져 지낼 일은 없을 거야.”


더 이상이라니. 언제까지? 영원히?


그녀는 이내 말도 안 되는 희망을 지워 버렸다. 

하지만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니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와 떨어지기 싫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아니, 흐를수록 그의 장점만 부각되고 그가 더 잘생겨 보이고 그의 멋진 몸이 탐이 날 것 같았다. 

그녀가 여자로서 남자를 원하는 모든 것이 그에게만 있으니 말이다.


“나 좀 함부로 말하는 경향이 있죠? 그니까, 오빠 곁에 딱 붙어 있어야겠다. 그래야 오빠의 신중함을 닮죠. 글쵸?”


하지만 그는 뭔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코끝에 주름을 잡았다.


“글쎄. 내가 그렇게 신중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고 싶지도 않고. 더 이상은.”


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손목시계를 보고 급히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영아는 그게 무슨 뜻인가 곰곰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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