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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밍키넷 야설) 자전거 - 5편

비밀많은남자 0 90 0 0

‘흠! 이야기가 쉽게 풀리겠는데?’라는 생각으로 놈에게 말을 했다.


“옷 입어 새끼야!”


난 담배를 피워물면서 그녀에게 말을 했다.


“누나도 얼른 옷 입어! 이쁘지도 않은 몸으로”


눈이 마주친 그녀에게 윙크하자 그녀는 혀를 내밀면서 놈에게 보이지 않게 자신의 몸매를 한 번 드러내는 포즈를 취하더니


“알았어.”


난 옷을 모두 입은 놈의 허리춤을 잡고서 대문 밖으로 끌고 나갔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우리 누나한테 찝쩍거리면 아주 눈알 다 파버리고, 구덩이 파서 산 채로 묻어버린다.

내가 사촌 누나지만 어려서부터 친누나 이상으로 가깝게 지낸 사이라서 차마 매형한테는 말을 못 하겠으니까, 너도 알아서 행동해라!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그 대신 절대로 제 아내한테는.”

“너만 잘해! 그럼 아무 일 없을 테니까! 얼른 꺼져! 그리고 다음부터는 이 근처에도 오지 마!”


놈은 몇 번인가 허리를 굽신거리더니 이내 빠른 걸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던 그녀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주변을 살펴보고서 내 허리를 뒤에서 두 팔로 감으면서 내 등에 기대어 온다.


“고마워요! 훌쩍”

“아니에요! 열심히 사시려는 모습 때문에. 그리고 지난밤하고 아침에 고마워서.”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아주고서 자전거에 오르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동네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서 서 있었다.


‘후! 상쾌하네. 그런데... 역시 밤새 세 번이나 한 것이 무리였나? 다리가 뻐근하네?’


난 페달을 밟는 속도를 늦추고서 여유 있는 속도로 자전거를 달리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번호를 보니 강 과장이었다.


‘어떻게 하지? 받을까?’


일단 자전거를 나무 그늘이 있는 곳에 세웠다. 벨 소리는 음성으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해서 울렸다.

음성으로 넘어가고 나서 잠시 후 다시 벨이 울린다.


난 핸드폰을 보니 음성이 들어와 있었다.


[이 나쁜 새끼야!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출근도 하지 않고 어디에 가 있는 거야? 사람을 이렇게 미치게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냐?

띠리리. 어디예요? 제발 전화를 받던가, 전화를 걸어주던가 해줘요! 회사에는 제가 출장으로 처리해두었어요! 제발 전화 좀 해주세요! 저 미쳐서 죽어요!]


그녀는 중간에 음성을 연장하면서까지 자신이 할 이야기를 남겼다.


‘에라 모르겠다. 연락 없으면 신고하던가 포기하든가 하겠지 뭐!’


난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난 밋밋하게 도로만 따라서 무조건 내려가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구경한다는 생각에 방향을 하행에서 측면으로 바꿔 화성 쪽으로 향했다.

제부도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말로만 들었지 한 번도 바다가 갈라지면서 도로가 드러나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점심 무렵에 남양을 지나 제부도 입구에 도착하니 무척 허기가 진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입구 주변의 수많은 식당이 나를 유혹하는데.


“제부도 들어가실 분 서두르세요! 곧 물 들어옵니다!”



얼른 입장권을 사서 바다 사이로 물이 찬 제부도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어. 뭐야? 벌써 물이 들어오는 거야?”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고서 더욱 빠르게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내가 바다 한 가운데 포장된 도로를 반 이상 지나가고 있을 때 자전거 바퀴에 바닷물이 닿기 시작했다.

내가 제부도에 들어서면서 뒤를 돌아봤을 때는 내가 달려온 도로가 이미 뿌연 흙탕물 속으로 자취를 감춘 후였다.


경비 복장의 아저씨 한 분이 나에게 다가온다.


“괜찮소?”

“아! 예! 조금 젖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제 물길이 언제 열리나요?”

“음. 이따가 저녁에 5시쯤이면 열리기 시작할 거요!”


인사를 하고서 제부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뭐야?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자전거를 타고서 돌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그만 섬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식당이 보인다. 아니, 식당 두 집에 민박 한 집꼴로 식당과 민박, 또는 모텔이었다.


“일단 배 속부터 채우고.”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바지락 칼국수를 먹고서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식당 앞에 있는 평상에 누워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지난밤에 무리를 한 탓인지? 아니면 오래간만에 밖에서 잠을 자서 그런지 난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고 한참 만에 누군가가 흔들어 깨워서 잠에서 깨었다.

눈을 뜨는데 내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이렇게 땡볕에서 잠자면 아무리 봄볕이라고 해도 큰일 나요!”


식당 아줌마가 깨워준 것이었다.


“아! 예! 고맙습니다.”


시계를 보니 5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물길 열렸나요?”

“지금 열리고 있어요! 한 15분이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옆에 보이는 수돗물을 틀고서 세수하면서 머리까지 흠뻑 적시면서 정신을 차렸다.

약간 몽롱한 기운이 남아있었지만, 이렇게 조그만 제부도에서 밤을 보내긴 싫었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서 서서히 페달을 밟으면서 길가의 바다를 보았다.

벌써 넓은 면적의 벌을 드러내면서 바닷물이 서서히 밀려 나가고 있었고, 멀리 보이는 도로가 젖은 모습으로 물 밖으로 점점 커다랗게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지도책을 보고서 평택 쪽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고서 출발했다. 화성에서 평택은 생각보다 멀었고, 내 몸에 쌓인 피로는 그것을 이겨내기 힘들어하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장기간 여행이 될 텐데...’


모텔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가 깨어난 것은 그다음 날 정오쯤이었다. 모텔을 청소하는 아줌마가 청소하기 위해서 내방을 따고 들어와 나를 깨워 준 것이었다.


“우씨! 머리야!” 


아줌마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샤워를 한 후 모텔을 나섰다.

처음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머릿속이 붕 뜬 것처럼 두통이 있었는데 샤워하고 나니 머리는 괜찮은데 속이 허하고 시장기가 심하게 돌았다.

짐을 챙겨서 모텔을 빠져나와 가까운 해장국집으로 가서 속을 먼저 달래주었다.


“후! 이제야 세상이 제대로 보이네. 아무래도 아직은 노숙보다는 제대로 된 곳에서 자야 할 것 같네! 이렇게 힘이 드니”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다시 핸드폰이 울린다. 번호를 보니 강 과장이었다.


‘어떻게 할까? 받을까?


생각하는 동안 강 과장의 벨 소리는 멈췄다. 그리고 다시 문자메시지가 날아온다.


[제발 연락 좀 해줘요! 사람 죽는 꼴 보고 싶어요? 제발]


“왜 죽는다는 거야? 섹스 한 번, 물론 강간이다시피 했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죽나?”


늦은 출발을 시작했다. 송탄 이정표를 지나칠 때쯤 이미 시간이 많이 늦은 시간이었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서 송탄까지 간 것도 그나마 많이 간 것이었다.


‘오늘도 모텔에서 자야 하나? 아니면 노숙을 해야 하나?’


어두워진 길이 위험해서 인도로 올라가 잠시 자전거를 끌면서 걷기 시작했다.

첫날처럼 이상하게 인적은 물론이고 건물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젠장 할! 지도로 보면 손바닥만 한 나라가 왜 이렇게 넓은 거야?”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을로 향하는 길처럼 보이는 길이 있었다. 어두운 길을 더듬듯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20분 정도를 걸었는데도 이정표나 사람 사는 흔적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이런 젠징힐. 도대체 어두워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네.”


소형 랜턴을 꺼내서 주변을 비추어 봤다. 길 양옆으로 온통 숲이었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 모두 아무것도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만 있었다.


‘이러다가는 탈진하겠다. 일단 좀 쉬자!’


주변을 다시 한번 보니 길옆에 조그만 오솔길이 있고 그 오솔길 옆으로 무덤이 하나 있었다.


‘일단 여기서 자릴 잡자!’


난 자전거를 나무에 걸어서 잠그고 침낭을 가지고 무덤 뒤쪽에 평평한 자리를 찾아서 누웠다.

나름 아늑한 잠자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 잠이 들려고 하는데 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자동차의 불빛이 달려가는 쪽을 봤지만, 차가 한참을 달리는데도 무언가 나타나는 것이 없었다.


‘에구. 그냥 자자!


머리를 눕히는데 다시 차 소리가 들린다.


“부우웅”


차 소리가 나는데도 난 그냥 누워있었다. 그런데 그 차는 가까운 곳에서 멈추는 것이다.

난 차가 멈춘 쪽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이리 와 봐! 얼른”


하면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아이 무서워. 왜 하필이면 무덤가에서 하자고 그래?”

“뭘 무서워? 맨 날 하면서?”

“맨 날 해도 무서워!”


두 그림자가 내가 누워있는 곳과 조금 떨어진 곳을 지나서 무덤 앞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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