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야설) 첫 사랑, 첫 혼외정사 - 5부
주희는 오른손으로 내 팔짱을 바짝 끼고 가슴을 내 팔꿈치에 밀착시키고 걸으며 고개는 건물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깔깔대고 웃으면서도 왼손으로 중간중간 치맛자락을 붙잡거나 쓸어내렸다. 원피스가 심각하게 흔들리면 그녀의 맨 궁둥이가 드러날 판인데도 바람이 심해질 때마다 그녀는 치마를 잡는 대신 내 팔을 잡은 그녀의 손의 힘이 점점 세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시킨 짓궂고 심한 미션을 수행하면서도 나만을 의지하고 믿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선물상점에 들어가면 안심하는 듯이 치맛자락에 수시로 내려가던 한 손을 자유롭게 놓으면서도 또 한 손은 여전히 내 팔짱을 끼고 놓지 않고 있었다.
“오빠. 화장실 갔다 올게요. 좀 걸릴 거예요”
두세 군데의 선물 가게를 구경하고 마지막 Danish 제과점 점에서 시식을 하고 나오면서 그녀는 내 팔짱을 끼고 공중화장실 쪽으로 나를 운전(?)하다시피 끌고 왔고 나를 향해 돌았다.
“기다릴께. 근데 화장실 가서 몰래 팬티 입고 나오면 혼난다!”
“오빤 아직도 절 못 믿으세요?”
정색을 하고 엄격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표정에 나는 가슴이 쿵쾅거렸다. 나의 농담과 진담을 그녀가 어떻게 구분하는지, 아니면 그녀의 심각함과 가벼움을 내가 잘못 판단하였는가 하는 의혹 때문이었다.
그녀는 LV 보스턴백(루이뷔통 4리터 용량 급의 중소형 핸드백)을 내 앞에서 열었다. 팬티 같아 보이는 물건은 없었는데 주희는 거기서 화장도구와 거즈가 든 작은 화장 지갑만 꺼내더니 그 가방을 내게 맡겼다.
“가지고 계셔요. 저 시간 좀 걸릴 테니까 오빠도 볼일 보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계셔요. 저 여기서 나와서 오빠가 눈에 안 보이면. 시간 좀 걸릴 거예요”
그녀는 내가 대답할 틈도 안 주고 빨간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휙 돌아 화장용 팔레트가 들었을 미니 지갑만 들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남자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는데 어느덧 그놈이 발기되어 있다. 그녀를 알고 나서 수시로 섰다 죽었다 하는 이놈은 정말 대책이 없다.
난 졸지에 여자 핸드백 맡아보는 놈이 되어 버렸다. 공중변소 앞의 벤치에 앉아 내 허벅지에 담배를 한 대 다 태웠다. 호기심 삼아 그녀의 보스턴백을 열어보니 집 열쇠와 혼다 로고가 박힌 어코드 차량 열쇠와 더불어 전원을 끈 그녀의 모노톨리 Razr V3휴대폰이 있었고 거즈 몇 장과 손수건, 그리고 비상용 휴지와 생리대가 있었다. 거기 또 작은 루이뷔통 손가방이 나왔고 그걸 열어보니 그녀의 운전면허증, 은행원 신분증 같은 증명 카드와 몇 개의 신용카드와 삼백 불 조금 넘는 현금이 있었다.
그녀는 여행 중 경유지의 화장실에 들러 달랑 화장도구만 빼내 들고 내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었다. 내가 판단하기론 그녀는 하드 립스틱을 발랐기에 아까의 키스 정도로 립스틱이 지워지진 않았다. 굳이 화장을 고칠 일도 크진 않았겠지만, 그녀가 지금, 이 순간 나를 앞에 두고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실감했다.
내 용무를 마치고 나와 그녀의 가방을 수색(?)한 뒤 담배를 다 피워도 그녀는 나오지 않아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며 그 아름다운 그녀가 나를 보고 안도와 행복감 어린 미소를 지어준 건 그녀가 화장실로 들어간 지 거의 20여 분이 가까워져 와서였다.
주희는 살짝이 미소를 띠며 내가 들고 있던 가방을 돌려받고 화장도구를 넣은 뒤 역시 내가 보관 중이던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했다.
그녀는 착 감겨들듯 내 팔짱을 낀다. 그녀의 얼굴 화장은 아까 전의 키스로 인해 약간 뭉개진 듯한 입술 라인을 다시 똑바로 손본 것 이외에는 거의 바뀐 것이 없었지만 목과 겨드랑이, 그리고 치맛자락에선 향수 냄새가 더 진하게 올라왔다.
주희가 화장실 가는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뻔했다. 벌써 두 번이나 성관계를 맺은 상대 앞에서 긴장이 풀려 별 이야기를 다 할 만도 한데 그녀는 자신의 입으로 대변을 본다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고, 단순히 시간이 좀 더 걸릴 거라고 말했다.
공중화장실이고 걸러져 있는 휴지들도 허접한 거라 항문의 잔변 세척은 완전치 못했겠지만 어쨌든, 대변을 보고 난 뒤 같이 있을 남자를 위해서 향수를 좀 더 치는 센스까지 있는 여자다.
풍차 앞에서 준비해간 디카를 꺼내 들었을 때 그녀는 사진 찍히는 것을 거부하였다.
“주희야, 이 사진은 오직 우리만의 추억을 위해서 찍는 거야. 네가 여기에 왔다는 사실도 중요하고 이 사진을 네가 소유하진 못하더라도 사랑하는 오빠가 가지고 있다는 게 위안이 되지 않겠니?”
“그럼 조금만 찍어요”
디카 스크린에 비친 그녀는 마치 유원지에서 찍힌 하의실종 모델 같고 배우 같았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우리의 커플 사진을 찍는 것을 내가 부탁할 때 그녀는 그것을 제지하지 않았을뿐더러 내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해 주었다.
“잠깐, 이렇게 하고 찍자”
“어어, 오빠 지금 뭐 하는 것에요, 왜 이래요?”
나는 그녀의 겨드랑이와 엉덩이를 붙잡아 올린 뒤 지나가던 백인 커플에게 촬영을 요구했다. 그들은 깔깔대며 연속으로 두 번 세 번 셔터를 눌러댔다.
주희는 당황하면서도 막상 내 품에 완전히 들어 올려지자 얌전한 강아지처럼 조용히 모든 것을 맡기는 듯했다.
주희는 그런데도 2인용 자전거를 빌릴 때 한사코 뒷좌석이 보통 의자처럼 펑퍼짐하고 옆문이 달린 모델만을 고집했다.
그런 것이 한대가 남아 있었는데 꼭 군용 지프처럼 뒷좌석에는 출입문이 양쪽에 있었고 조종장치 자체가 없는 것이었다.
거기서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은 드레스나 짧은 치마를 입고도 타고 어쩌다 팬티가 살짝 보여도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노팬티 상태의 미니원피스를 입은 그녀에게도 어느 정도 선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뒤에 편히 앉히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껏 페달을 밟고 동네를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등에 물컹한 감각이 느껴지며 내 겨드랑이 사이로 그녀의 손이 끼어들어 왔다. 그녀는 일어서서 내 등을 살짝 껴안은 것이다.
뒤를 살짝 돌아보니 그녀 허벅지 위의 스커트 레이스 자락이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휘날리며 엉덩이 아랫부분이 아주 찰나의 순간 드러나기도 했지만, 주희는 전혀 개의치 않고 내 등에 머리마저 파묻는다.
자전거의 속도와 더불어 바람은 사방에서 압박해온다. 그녀의 모자는 뒤로 넘어갔고, 그녀의 A자형 원피스의 레이스는 방향을 잃어버리고 옆과 위로 흔들리고 내가 흘낏 뒤를 바라볼 때 그녀의 허벅지 전체와 엉덩이가 다 드러났다가 베일에 가려지곤 한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고 더더욱 내게 강하게 의지해오며 등에 안겼다.
“오빠. 자꾸 뒤돌아보지 말아요. 전 여기 있어요. 내 맨궁덩이가 드러난들 무슨 상관이에요?”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내 허벅지 근육에 알아 박히는 것도 모르고 나는 힘껏 힘껏 자전거를 저었다. 이 어린아이 같은 놀이에서부터 내게는 ‘책임감’이라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내 뒤 어깨에 기댄 그녀의 얼굴, 그리고 짧게 웨이브 진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릴 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련해 온다. 어쩌면 긴 머리가 미혼의 상징이고, 짧은 머리는 유부녀의 상징 비슷하기도 하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아마도 주희가 미혼이었다면 그 머리는 훨씬 길었을 것이었다.
아직 해가 남아 있었고, 식사 시간이 애매하여 데니쉬 초콜릿 상점에서 큼지막한 초콜릿을 골라 나누어 먹고 우리는 솔뱅을 떠나기로 했다.
차 오른쪽 문을 열어주고 그녀가 차에 탈 때 나는 그녀의 원피스의 레이스 부분의 한 자락을 붙잡아 쫙 펴주었을 때 그녀는 나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마치 자기가 훈련한 대로 잘하고 있다는 만족을 표하듯이.
“어머, 이 사진 너무 야하다, 오빠 지워요. 이건 정말 내가 넘 애같이 노는 사진이다. 몰라, 정말 오빠란 사람은~”
그녀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예전에 만났을 때처럼 차 안에서 카메라를 돌려보며 자기의 사진과 우리의 커플 사진을 보며 조잘조잘 떠들어대지만, 막상 지우거나 하진 않았다.
“이 사진들은 꼭 오빠 혼자만 봐야 해요. 내가 넘 애처럼 구는 것도 그렇고, 절 들어 올린 사진 보면 치마가 다 젖혀져서 엉덩이 드러나려고 하는데 이거 어디다 내놓지도 못해요”
그녀는 주희가 망가져 보인 듯한 연기를 한 샷은 나보란 듯이 delete 버튼을 보여주고 누르는 척까지 해 보인다. 정말 나도 그녀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것 같았다. 대충 알지만, 그녀도 가정에서 간단치 않은 심각한 일들을 겪고 있었고, 나는 나대로의 고민이 있었으며 모두가 성인이기에 겪는 고민이지만 아까만큼은 모든 것을 다 잊을 수 있었다.
주희는 유부녀로서 가정의 모든 시름을 겪고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가 아니라 나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듯 했다.
자신이 가정주부라는 것을 잊어버린 이 순간이 그녀에겐 참 행복한 순간으로 보인다. 나도 그녀의 그런 분위기를 통해 마음 한구석에 잠재되어 있던 죄책감이 사라져버리는 것 같았다.
154번 도로에서 101 도로로 갈아탔다. 내 차는 시속 65마일 (106킬로 정도)로 정속 항진하고 있다. 아까처럼 가끔 차 안에 물오징어 냄새가 나다가 사라지곤 하였다.
해가 길어질 무렵에 피츠모 비취에 도착하였다. 오전 1시 반쯤에 출발했으니깐 지금은 5시 반, 솔뱅에서 한 시간 머무는 것을 제하고는 네 시간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우리가 여장을 푼 모텔은 La-Quinta Inn이라는 곳인데, 거기서 스위트룸을 예약했다. 침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거실과 더불어 주방까지 딸린 방이었다.
그곳의 Pier는 목재가 아니라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서 목재 pier에 비해 운치나 낭만은 떨어졌지만, 천막으로 지붕을 만들었고, 한국식 어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미국인 초밥 요리사나 생선 장수들이 온갖 구호로 호객행위를 하며 횟감을 썰어주고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어시장의 추억을 가진 이들이 이곳을 자주 찾지만. 애석하게도 나중에 거기는 개발 열풍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나는 4홉들이 소주 한 병이랑 와사비 간장까지 미리 이겨서 가지고 왔던 터이다. 참치회와 도미회와 굴을 그곳에서 사서 여관서 회를 처먹자고 약속했기에 그녀와 함께 그곳을 쇼핑했다. 거기서 놀란 것은 주희는 생선을 상당히 까다롭게 골랐던 것이며 생산을 고르는데 프로다운 안목마저 엿보였다. 어떨 땐 고개를 젓기도 하고 이리저리 꼼꼼하게 관찰하며 생선 장수랑 대화를 하기도 한다.
아까 솔뱅에서의 어린애처럼 천진난만하게 굴던 주희는 이곳 피츠모 비치에서 생선을 고르는 순간에는 프로페셔널 하우스와이프의 모습 그대로였다.
솔뱅에서 그녀는 딸이었다. 하지만 피츠모 비치 생선 부스에서의 그녀는 어머니였다. 하긴 그녀와 살림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마치 어릴 적 어머니의 모습이 저런 것이 아니었겠는가 싶다.
이건 지나치게 주희에게 빠져드는 내 심리상태일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주희 역시 결혼 6년 차의 정상적인 주부로서 요리와 살림을 해오고 있다.
물론 그런 감각으로 반찬을 골라 남편 대니란 사람의 시중을 들고 있는 것이겠지. (바보 같은 녀석. 능력도 좋은 놈이 이런 뭐 하나 빠질 것도 없고 저런 진국 같은 아내를 외롭게 하다니. 그 덕에 내가 재미를 본다만, 잠깐 재미보다 헤어질 만한 여자가 아니란 생각이 드는 건 왜지?)
나는 같은 남자로서 대니를 질투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동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모텔로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손을 씻은 뒤 가방에서 앞치마를 꺼내 둘렀다. 식탁을 차리고 채소 접시를 놓고 생선을 써는데 꿀벌처럼 움직인다. 나는 이번엔 그녀의 그런 부지런하면서도 빈틈없는 살림 솜씨에 매료되어 그녀 몰래 그녀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예쁘게 옷 잘 입고 웨딩 메이컵에 가깝게 화장만 잘하는 여자만은 아니었다.
술은 남녀 모두에게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미소한 힘이나마 비아그라의 역할을 할수 있지만 일정한 용량이 넘어가면 ‘그냥 자게’만든다. 발기자체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소주를 한병만 준비한 것이다. 그녀는 앞치마를 벗고 다시 손을 씻었다.
“건배!”
“오빠. 누구를 위하여?”
“우리의 앞날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