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 야설) 한(恨) 9부. 외할머니의 눈물
한창 선거유세를 준비하던 장정식은 종영이 나오자 천군만마를 얻은 듯 즐거워하면서 종영의 계획대로 선거유세를 차분히 준비해 나가고 있었다.
"의원님. 상대편 자료입니다. 상대편의 박창수는 틀림없이 의원님이 해놓은 것에 대해 물고 늘어질 거고. 그리고 박창수는 젊고 참신한 인물임을 부각하려 할 것입니다. 박은 제가 볼 때 인물이 좋아 여자들에게 인기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종영은 청산유수처럼 상황을 설명하면서 작전을 수립하였고 장정식은 그렇게 종영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종영은 선거 계략을 설명하는 동안 자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건 바로 국회 사무실의 여비서 이지혜. 방년 스물넷의 그녀는 정말 미모와 머리를 두루 겸비한 재원이다.
특히 맑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와 야들야들한 그녀의 몸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섹기를 유발하고 있었다.
약간은 큰 키지만 야위었다 싶어질 정도의 날씬함이란. 그러나 그 날씬함 속에서도 엉덩이와 젖가슴만은 죽이도록 풍만했다. 날씬해서 더 커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이지혜가 자신에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걸 종영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 모두 작전을 수립하느라 일부러 모르는 척 그녀를 더욱 애태웠다.
하기야. 뭐. 저년도 종영이 알기로는 장정식의 또 다른 하나의 물통임에는 여지없는 듯했다.
그러나 종영에게는 이지혜가 누구보다도 중요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특히 요즘에는.
종영은 또 하나의 자료를 제출했다.
"이건 뭔가?"
박에게 몰릴 여성 표를 막기 위한 계획입니다. 박은 전처가 일찍 죽고 재혼했는데 전처소생의 자녀들 학적 기록표입니다.
전처소생의 딸은 학력이 겨우 전문대 졸업인데 특이한 것은 고등학교 때의 성적으로 보아 충분히 서울대는 갈 수 있는 실력인데.
지금 후처에서 난 자녀들은 모두 미국에 유학을 보낸 상태입니다.
분석한 바로는 후처가 상당한 재산가입니다. 이것으로 전처소생의 자녀를 구박했다고 자극하면서 여성들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십시오...
그 작전은 기가 막히게 맞아 들어갔다.
유세 중반을 지날 즈음, 약간 몰리는 기미가 보일 때 그 학적부를 터트리자 상당수의 여성이 반응을 바로 나타내었고 종영이 몇몇 여자들을 종용하여 소문을 더욱 크게 흘리자 기어이 그 사건은 별것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요주간지에까지 실리고. 그 딸은 정말 서러움을 많이 받았는지 인터뷰에서 자신의 서러운 과거를 털어놓아 버렸다.
그러자 상당히 불리하던 장정식의 편으로 급격히 돌아서고 있었지만. 워낙 장정식에 대한 민심이 나빴던 상태라 정식은 끝까지 고민하였다.
"의원님. 그럼. 마지막으로 유 시현 씨를 만나 보시죠."
유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박의 낙마로 인해 박의 표가 상당수 유에게로 흘러 들어가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장정식이 유리하지만 안심하지는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유는 돈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쯤 자신이 이번 선거에서 어려울 거라고 생각도 하고 있을 거고요."
그 말을 하자 장은 금방 종영의 말뜻이 뭔지를 알고서는 비릿한 웃음을 풍기며 종영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 정말 무서운 아이야. 자네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야."
약간은 경계의 눈빛을 띠며 종영을 다시 그렇게 응시하고 있었다.
자리는 곧 성사가 되었다.
시내 모처의 음식점. 종영은 미리 녹음기를 준비해 가지고 갔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드디어 핵심적인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이거 받아요."
"뭡니까? 장 의원님."
"아마. 이번 선거 나오신다고 유 후보께서도 돈이 매우 필요했을 거야. 듣기로 돈 사정이 아주 좋지 않다고 하던데."
"이거. 이러면 안 되는 것은 장 의원님께서 더 잘 아실 텐데요."
"허..이 사람아. 그러지 말고."
정식은 약간 당황을 한 듯 말을 머뭇거리자 종영은 얼른 말을 이어 나갔다.
"유 시현 후보님. 우리 장정식 의원님의 호의를 받으시지요. 물론 이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 장 의원님이 당선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러나 우리 장정식 의원님께서 유 시현 씨의 사정을 안타까이 생각하셔서 이렇게 자리를 준비한 것입니다.
물론 유시 현 씨께서 싫다면 저희도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잘 생각을 하십시오. 그나마 유 후보님의 지지표를 생각해서 조금 많이 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의원님이 다음에는 아마 당신에게 지역구 자리를 내어 주실지도 모릅니다."
그 말이 끝나자 유는 심하게 흔들리는 표정이 역력했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들고 있었다.
"3억입니다. 물론 다음에는 유 후보님을 밀어주는 것은 당연한 거고요."
그렇게 협상은 마무리가 되었고, 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퇴근하고 있었다. 이번 선거의 적수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땅 짚고 헤엄치기의 수준이었기에.
"이봐......김 기사...사직동으로 가지...."
그 말에 운전기사는 차를 돌려 사직동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가보는 곳. 그곳은 장정식의 후처가 사는 곳이다.
장정식이 비리를 저질러 빼낸 재산의 상당수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안 지는 얼마 되지를 않았다.
그 사직동의 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평범한 집이다. 하지만 그 내부를 바라보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종영도 그렇게 화려한 집은 처음이라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그 집 안주인 강정미는 처음 온 낯선 사내를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종영은 그 집 안주인 강정미의 미모에 홀딱 반한 듯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여보. 이 사람은 누구예요?"
강정미의 경계는 매우 대단한 듯 큰 눈을 더욱 부라리고 바라보았다.
"응. 내 장자방이야. 처음 보지? 인사들 해."
"안녕하세요. 장자방 나으리."
"네. 윤종영이라 합니다. 정말 미인이십니다."
"호호호. 우리 그이도 그런 말 자주 해요."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요염한 옷이 터질 정도로 풍만한 엉덩이를 장정식의 다리 위에 올려놓고서 장정식과 깊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허. 이 사람이. 허허. 손님도 왔는데. 허허."
장정식은 약간은 어색한 듯 종영을 한번 보고서는 계속 강정미의 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강정미는 종영에게 눈치를 보내었고 종영도 장정식 몰래 야한 강정미를 흘겨보고 있었다.
"여보. 오늘은 자고 갈 거지? 응?"
강정미는 저녁 후 또다시 장정식을 조르고 있었다.
처지가 난처한 듯 강정식은 종영을 흘깃 보면서 먼저 가라고 말하자 종영은 인사를 하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시팔...졸라게 야한년이네...."
종영은 방금 본 강정미를 떠올리고 있었다.
정말. 서른여섯의 나이 같지 않아 보이는 게 너무 잘생겼었다.
큰 키에 또렷한 얼굴. 그리고 날씬한 몸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온몸에서 줄줄 흘러대는 그녀의 색기였다. 웬만한 사내는 보는 것만으로도 좆이 꼴려 미쳐버릴 것 같은.
"야..시팔. 돈은 있고 봐야 해...시팔."
종영은 순간 세상이 그렇게 불공평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나이 육십이 넘은 노인이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꿰차고 있다는 자체가 종영에게는 너무도 충격이었다.
종영에게는 자기 여자로 만들어야 할 여자가 또 하나 생기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최옥녀는 장의원이 어디를 갔는지 알고 있다는 듯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 옥녀를 바라보며 종영은 그래도 외할머니라서인지 약간 연민의 정이 흐르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는가 보다.
수현이 거실로 나오다 종영을 바라보고는 다시 얼굴을 붉히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춤거리더니 얼른 별채로 넘어가 버렸다.
"그래. 윤 비서는 어쩌다 이렇게 일찍 정치를 시작하려고 하나?"
외할머니인 옥녀는 인자하게 종영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정치가 하고 싶었어요."
"또래의 아이들은 다들. 대학이나 군에 다닐 나이인데?"
"네. 대학은 그냥 포기를 했고요. 군대는 5대.....흡..."
순간 종영은 말문을 닫아 버렸다.
잘못하다가는 자신의 정체가 탄로가 날듯하여 얼른 다시 얼버무렸다.
"신체검사 5급을 받아서 면제되었습니다..."
사실은 종영은 5대 독자에 부모가 없는 이유로 한 달 집체교육만으로 군 생활을 대신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종영은 있지도 않는 거짓말을 외할머니인 옥녀에게 둘러대고 있었다.
"어..휴......"
그 순간 옥녀는 종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세요. 사모님?"
"나에게 외손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아이가 아마 윤 비서관과 나이가 같을 거야. 그 아이도 윤 씨라 내가 쓸데없이 윤 비서관을 자세히 본 거여."
그렇게 자세한 내막을 이야기해주는 옥녀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고 그걸 본 종영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그 외손자는 여기 없나요?"
"몰라. 예전에, 그 아이가 세 살 때 한번 본 뒤로는 본 적이 없어. 모르긴 몰라도, 아마 윤 비서관처럼 훌륭하게 자랐을 거야."
더는 이야기하기가 힘이 드는지 옥녀는 티슈로 눈물을 훔쳤다.
방으로 돌아온 종영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