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여인의 정사 - 1장. 음모의 태동 1
팽팽하게 살이 오른 여인의 가슴이 사내의 시선을 긴장시켜왔다.
그 나이라면 가슴이 밑으로 늘어지게 마련인데 여인의 가슴은 오히려 솟아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젖 봉우리 하나가 한 손으로는 넘치지 싶게 컸다.
가슴에 비하면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 있었고 둔부는 풍만한 편이었다. 전형적인 요부의 몸이었다.
그러나 여인의 몸을 잿빛 투피스가 감싸고 있어 요조숙녀처럼 보였다.
머리도 뒤로 묶어 틀어 올린 탓에 한결 세련되고 우아한 차림이었다. 다만 눈매가 곱지 않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앞으로 우리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
사내가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사내의 냉혹한 성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돈은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러나 배신하면 피차 끝장이야."
"협박하시는 거예요?"
여자가 비로소 입꼬리에 미소를 달고 물었다. 비웃음기가 담긴 말투였다.
"비밀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야."
"그만한 것쯤은 알고 있어요."
"어때, 할 수 있겠어?"
"돈이라면 사람도 죽이는 세상 아녜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냐."
"어차피 시작한 일이에요. 나도 이번 기회에 한밑천 잡아야죠."
"좋아, 그럼 한 5년만 같이 뛰자구..."
"좋아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이제 축배를 들까?"
사내가 탁자 위에 놓인 잔에 양주를 반쯤 따라서 여인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건배!"
"건배!"
사내와 여인은 잔을 가볍게 부딪치고 술을 입 속에 털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한번 땀을 내야지?"
"마다하지 않겠어요."
여인이 요염하게 웃으며 잔을 놓고 성급하게 옷을 벗으려고 했다. 그러자 사내가 재빨리 제지했다.
"서두르지 마."
"그자가 기다릴 거예요."
"그렇다고 마지막 정사를 망칠 수는 없어."
사내가 여인의 뒤로 돌아가서 목덜미에 입술을 부벼댔다. 그리고는 손으로 여인의 팽팽한 가슴을 감싸 안았다.
"너는 불같은 여자야."
"불이요?"
"불처럼 뜨거운 여자라는 뜻이야."
"뜨겁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어요?"
그러나 사내는 대꾸하지 않고 여인의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는 손바닥처럼 작은 천이 감추고 있는 부드러운 곳을 쓰다듬었다.
여자가 둔부를 비트는 시늉을 하면서 입을 벌리고 신음소리를 내질렀다.
"갈수록 뜨거워지기만 해! 온통 욕망의 덩어리야..."
"그래서 싫은가요?"
"싫기는!"
"난 욕심이 많아요."
"웬만한 사내들은 너하고 같이 살다가는 제 명에 못 죽을 거야."
사내의 입김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여인은 손을 뒤로 하여 사내의 바지 앞춤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그와 함께 사내의 손도 여인의 부드러운 천 속으로 들어와 맨살을 만지기 시작했다.
이내 여인의 숨이 가빠져 왔다.
"침대로 가요."
여인이 은밀하게 속삭였다.
"늘 같은 스타일은 싫어."
사내가 여인의 부드러운 천을 무릎으로 끌어내렸다. 그러자 여인이 스스로 발을 이용해 그것을 벗었다.
사내는 여인의 희고 뽀얀 목뒤에 붙어 있는 지퍼를 잡아당겨 투피스 상의를 벗겼다.
여인의 살이 눈처럼 희었다. 가슴은 분홍빛 브래지어로 가려져 있었다.
그는 여인의 브래지어마저 벗겨내고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 안았다.
"엎드려."
사내가 명령하듯이 말했다.
여인이 무어라고 대꾸할 듯하다가 그만두고 카페트 바닥 위에 엎드렸다. 스커트는 그대로 입은 채였다.
사내는 재빨리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여인의 엎드린 자세가 야릇하게 그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잠깐만요."
그가 옷을 다 벗고 여인을 뒤에서 안으려 하자 여인이 몸을 일으켰다.
"왜 그래?"
"담배 한 대 피우고요."
여인이 탁자 위에 놓은 담배를 꺼내 물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여인 앞에 무릎을 꿇듯이 앉았다.
희고 매끄러운 여인의 허벅지에 눈이 부셨다.
그는 여인의 허벅지에 입술을 갖다 댔다.
여인은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빨면서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는 여인의 스커트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음...!"
그러자 여인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신음소리를 뱉었다. 여인은 담배를 재떨이에 놓고 사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드문드문 흰 머리가 섞여 있는 머리카락이었다.
나이가 50이 가까운 탓이었다.
그러나 기름기가 없고 군살이 없는 사내의 몸이었다.
"그, 그만...!"
여인이 신음처럼 외쳤다.
"괜찮아?"
"좋아요!"
"엎드려 봐."
여인이 재빨리 카페트 바닥으로 내려와 엎드렸다.
그러자 사내가 여인을 뒤에서 안았다.
여인은 허리를 낮추고 둔부를 바짝 들어 올랐다.
"윽!"
여인의 입에서 다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내가 여인의 몸 깊숙이 침입해 들어오고 있었다.
여인은 카페트 바닥을 움켜쥐었다. 사내가 여인의 몸을 헤집어 놓을 것만 같았다.
사내의 공격이 제법 그럴싸했다. 그러나 여인을 절정에 이르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인은 이미 사내와의 오랜 교접으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의 오만한 콧대를 더 높여 주기 위해 숨넘어가는 시늉을 해야 했다.
여인은 일부러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사내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배에 기름기가 없고 군살이 붙지 않았다고 해도 늙은 사내였다.
어느덧 사내의 공격이 느슨해지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인은 잔뜩 낮추었던 허리를 천천히 들었다. 그러자 사내가 자연스럽게 여인의 가슴을 안고 뒤로 주저앉았다.
여인은 사내를 눕히고 탁자 위의 담배를 물고는 연기를 빨았다. 사내는 눈을 감고 있었다.
여인은 담배를 입에 물고 사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힘찬 공격이었다. 벌써 사내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벌써 끝을 향해 가면 어쩌자는 거야?)
그녀는 슬그머니 부아가 났다. 그러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이제서야 몸이 더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내가 벌써 기적을 울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여인은 공격을 늦추었다. 사내의 사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도 여인은 신음소리를 잊지는 않았다.
사내가 여인의 가슴을 잔뜩 움켜쥐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병신!)
여인은 입에 물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사내의 가슴 위에서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