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여인의 정사 - 7장. 유혹의 손 6
"그래서 강철구가 어디 있다구 가르쳐 줬어?"
"어디 있다구 가르쳐 준게 아니라 잘 가는 술집과 나이트 클럽을 가르쳐 줬습니다."
"그곳이 어딘데?"
"논현동의 룸살롱 불야성과 나이트 클럽 황금연못입니다."
"강철구는 뭐하는 작자야?"
"조직 깡패입니다. 폭력전과가 4회나 되구요."
"어떻게 알아?"
"컴퓨터로 조회를 해봤습니다. 강남 경찰서 폭력계가 놈들의 족보를 파악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 여자가 왜 강철구를 찾는대?"
"뭐 사적인 일이라던데요."
"사적인 일 좋아하네!"
그는 배알이 뒤틀려 피우던 담배를 사무실 바닥에 버리고 구둣발로 뭉갰다.
아무래도 그 여자는 김민희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사무실 나와 택시를 타고 강남구 논현동으로 달려갔다.
나이트 클럽 황금연못은 찾기 쉬웠다.
그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나이트클럽으로 올라갔다.
나이트 클럽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호화스러웠다.
입구에 어깨가 떡 벌어진 사내들이 벌써 진을 치고 있었고, 공중전화부스마저 금빛으로 칠해져 번쩍거렸다.
그는 기도에게 먼저 제지당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춤추러 왔어."
"농담하지 마십시오."
기도가 험삼궂은 표정으로 가까이 왔다.
여차하면 끌어내기라도 할 것 같은 기세였다.
그는 신분증을 꺼내어 기도의 코앞에 내밀었다.
"관할이 아니지 않습니까?"
"난 살인과 형사야. 살인사건 수사를 방해하지 싶지 않으면 내 앞에서 꺼져 버려..."
기도의 얼굴이 흠칫했다.
그러나 뒤로 물러나지는 않았다.
"우리 애들입니까?"
"몰라."
"우리 애들이라면 제가 조사하는 게 더 빠릅니다."
"필요없어. 수사는 내가 하는 거야!"
그는 어깨가 벌어진 기도를 밀쳐 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이트클럽은 이미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었다.
잠시 눈을 깜박거리다가 웨이터의 안내로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플로어엔 벌써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부르스였다.
그러나 부르스를 제대로 추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대개 껴안듯이 엉켜 있었고 그 중엔 다리 하나를 여자의 허벅지 사이로 밀어 넣고 부벼대는 작자도 있었다.
그러나 조명이 현란하게 뺑뺑이를 돌고 음악이 귀청을 때릴 듯 요란해 춤추는 사람들이 신기루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부인네들이 춤바람이 나면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군...)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때 웨이터가 맥주 세병과 마른 안주 하나를 가지고 왔다.
"뭐야?"
"저희 영업부장님께서 드리는 겁니다."
"미쳤군!"
"예?"
맥주를 따던 웨이터가 화들짝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너 말구..."
"아..예.."
"야! 너 강철구 알지?"
그는 돌아가려는 웨이터를 불러 세웠다.
"모릅니다."
웨이터가 잡아뗐다.
"이 새끼가! 너 유치장 맛 좀 볼래?"
"제가 무슨 죄를..."
"강철구를 숨진 죄지 무슨죄야?"
"플로어에 있습니다.
오른쪽 뺨에 흉터가 있는... 제가 얘기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알았어. 임마 어떤 놈이야?"
"저기 하얀 부라우스를 입은 여자와 춤추는 사람입니다."
"숏커트 머리?"
"예."
"알았으니까 가봐!"
"예!"
웨이터가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고 사라졌다.
그는 담뱃불을 재떨이에 비벼 끄고 플로어로 눈길을 던졌다.
강철구와 춤을 추고 있는 여자는 쭉 뻗은 미인이었다.
그는 맥주를 스스로 따라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저... 춤 한번 주실래요?"
그때 중년 여자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서 벌쭉 웃었다.
화장을 두껍게 한 여자였다.
그는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디 사시오?"
"천호동이요."
여자가 방그레 웃었다.
그는 구역질이 올라올것처럼 속이 미슥거렸다.
"남편과 함께 왔소?"
"뉴가 허즈와 이런 데를 같이 와요?"
"그럼?"
"동창회라고 하고 나왔죠. 허즈는 직장 동료 초상집에 갔어요."
그가 앉으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여자가 옆에 와 털썩 앉았다.
"일행은 없소?"
"각자 파트너 만나 추고 있어요."
"그런데 왜 나를 찍었지?"
"바지 한쪽을 걷고 있었잖아요. 그거 싱글이라는 표시 아네요?"
그는 비로서 자기 바지를 후딱 내려다 보았다.
바지가 종아리까지 걷혀 있었다.
그가 사무실에 앉아 있거나 수사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면 종아리를 긁어대는 습관 때문이었다.
"제기랄!"
"네?"
"댁 보고 한 소리 아냐."
그는 여자에게도 맥주를 한 잔 따라 주었다.
그러자 여자가 그것을 단숨에 비우고 그를 플로어로 이끌었다.
그는 여자와 춤을 추었다.
지루박 두 곡, 부르스 한 곡이었다.
양복을 입고 나온것이 다행이었다.
여자는 부르스를 출때는 숫제 그에게 안기다시피 하고 있었다.
물컹한 가슴으로 누르고 아랫도리로 비벼대고...
그는 여자의 육탄 공세를 가까스로 방어하면서 강철구와 숏커트 머리의 여자를 살폈다.
(질기기도 우라질하게 질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