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여인의 정사 - 9장. 제 1의 살인 8
"그래서요?"
"손님으로 모셨어. 귀한 손님이니까 아죽 극진히..."
보옥이 술잔을 들고 깔깔내고 웃었다.
민희는 웃음소리가 이상하게 소름이 끼쳐왔다.
"지금은 어디 있어요?"
"욕실에."
"목욕하고 있어요? 대체 어떻게 하려구요?"
민희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강철구가 욕실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보옥의 잠옷은 속살이 훤히 내비치는 얇은 네글리제였기 때문이다.
"가봐. 오빠를 죽인 놈이니까..."
"강철구가 털어놨어요?"
보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독기를 품은 눈이 오염하게 아름다웠다.
"그럼 경찰에 신고해요!"
"경찰?"
"빨리 체포해야죠. 달아나면 어떻게 할 거예요?"
"놈은 달아나지 못해."
"무슨 뜻이죠?"
"죽었으니까..."
보옥의 말은 차가웠다.
민희는 우두커니 보옥을 쳐다보고 잇다가 재빨리 욕실로 달려가 도어를 열어젖혔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입을 틀어막았다.
욕실을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고 강철구가 눈을 부릅뜬 채 죽어 나자빠져 있었다.
(아!)
그녀는 몇 번이나 구역질이 올라오려 하는 것을 참았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가슴이 방망이질쳤다.
강철구의 가슴과 복부가 핏자국으로 낭자했다.
그녀는 재빨리 욕실문을 닫았다.
"어떻게 하려구 죽였어요?"
민희는 가신히 보옥에게 물었다.
"그 자가 다 자백했어."
"오빠를 죽였대요?"
"망치라는 자의 부탁을 받았대. 왜 오빠를 죽였는지는 모른대. 돈 5 백만원이 탐이 나서 집 근처 골목에 내려놓고 차로 지어..."
보옥은 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만해도 민희가 충분히 알아들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민희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었다.
강철구가 오빠를 죽였다는 사실이 확실해지자 그녀도 침착을 회복 할 수 있었다.
그 자가 왜 오빠를 죽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돈 5백만원에 오빠가 살해되었다는 사실이 비통하기만 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민희는 보옥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시체를 처리해야 할 일이 무엇보다도 걱정이 되었다.
"망치라는 자를 찾아야지."
"시체는요?"
"오늘 밤으로 처리할 거야. 민희가 큰 가방 두 개와 쇠톱을 사다줘."
"무엇을 하게요?"
"저 상태로 시체를 옯길 수는 없어. 그랬다가는 사람들에게 금방 들켜 버릴테니까... 그렇다고 욕실에 그냥 놔둘수도 없구..."
"그럼...?"
"시체를 토막낼 거야. 토막내서 가방에 담아 팔당에 갖다가 버릴거야. 어젯밤에 저 자를 죽여 놓고 오늘 하루 종일 시체를 처리할 궁리만 했어.
토막내는 건 내가 할테니까 민희씨는 가방이나 사와."
"어, 어떻게 시체를..?"
민희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도대체 시체를 어떻게 토막낸다는 말인가.
아무리 원한이 깊고 악인라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싫어?"
보옥이 눈이 광기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그런짓은 차마..."
민희는 말까지 더듬었다.
"그럼 여기서 나가. 내가 혼자 할테니까. 그리고 두 번 다시 복수하겟다는 생각은 하지 마.."
보옥이 차갑게 내뱉었다.
"알았어요."
민희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시라도 보옥의 아프트를 벗어나고 싶었다.
오빠를 살해한 범인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고 결심했던 것은 일시적인 충동이었을 뿐이었다.
막상 강철구의 죽은 시체를 보자 그녀는 겁부터 나고 말았다.
게다가 죽은 시체까지 토막을 내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모질지 못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어요."
아파트 현관문을 나오기 전 민희가 한 말이었다.
민희는 그길로 뒤 돌아보지 않고 층계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는 보옥이 자신까지 죽여 버릴 것 같아 두려웠다.
그녀는 보옥이 강철구를 죽인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증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