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정사 -8 (여교사의 비밀)
최영준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스 대리점으로 돌아오자 재빨리 옷을 갈아 입고음식점으로 나갔다. 주영희는 최영준이 도착한지 30분이나 지나서야 도착했다. 주영희는 옷을 갈아입고 화장까지 해서 더욱 예뻐져 있었다.
'이런 누나와 결혼을 할 수 있다면...'
최영준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그날부터 최영준은 사랑의 열병을 앓기 시작했다. 주영희는 그에게 냉면 한 그릇을 사주고 가버렸으나 최영준의 마음은 완전히 주영희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날 이후 주영희와 최영준은 며칠에 한 번씩 만났다. 만나서 특별히 하는 일도 없었으나 최영준은 주영희만 만나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최영준은 주영희가 젊은 남자의 팔짱을 끼고 다니는 것을 보았다. 최영준의 가슴은 배신감으로 조각조각 찢어지는 것 같았다.
'누나에게 결혼 신청을 해야겠어. 누나는 나를 단순하게 동생쯤으로 생각한 거야. 내가 결혼할 남자라는 것이 확실해지면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을 거야.'
최영준은 주영희를 찾아가서 프로포즈를 했다. 주영희는 최영준이 장미꽃 한 묶음을 주자 어머, 니가 웬일이니...너도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가 있구나, 하고 기뻐했다. 최영준은 속으로 일이 잘 풀리겠다고 생각했다.
"누나. 나랑 결혼해요."
최영준은 다짜고짜 주영희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뭐?"
"결혼이요."
"너 코미디 하니?"
"정말예요. 난 누나랑 결혼하고 싶다구요!"
"너 약 먹은 거 아니지?"
"아이 정말! 진심이란 말예요!"
"나 이거야 원...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주영희는 최영준이 선물한 장미 묶음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최영준은 또 다시 가슴이 저려왔다.
"정신 차려 임마! 이마에 피도 안 마른 놈하고 내가 결혼을 한단 말이야?"
"누나, 나도 다 컸어요!"
"차라리 한 번 달라고 그래라!"
주영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어져 갔다. 최영준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최영준은 그날 이후에 주영희를 미행했다.
'악마 같은 년...'
주영희는 의외로 남자 관계가 복잡했다. 최영준은 남자와 여관으로 들어가는 주영희의 뒷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더러운 창녀...!'
최영준은 주영희를 죽이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집으로 쳐들어갈까 하고 생각했으나 내키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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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미스강은 창신동 산동네에 살고 있었다. 나는 미스강이 이틀째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자 찾아가 보기로 했다. 미스강은 내 밑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었다. 미스강의 집은 산비탈 골목을 몇 번이나 돌아 올라가야 했다. 나는 수박 한 통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다가 계단에 걸터앉았다.
'아직도 이런 산동네가 있으니...'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벽은 브록크고 지붕은 루핑 조각이나 판자로 얼기설기 지어져 있었다. 가난의 때가 덕지덕지 묵어 있는 동네였다.
나는 문득 내가 오래 전에 자취를 하던 봉천동의 자취방이 생각났다.
주인집은 초등학교 여교사로 방이 일곱 개나 되는 집을 갖고 있었는데 남편이 죽은 뒤에 여교사가 혼자서 안채에 살고 있었다.
얼굴은 고운 편이었다. 몸매도 균형이 잡혀 있었고 옷차림도 단정했다. 흠이 하나 있다면 여름방학이 되면 그 여교사는 마루에서 낮잠을 잘 잔다는 것이었다. 여름이라 옷은 원피스였다. 마루의 뒷문을 열어 놓으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들어와 나부터라도 늘어지게 낮잠을 잘 그런 집이었다.
그날도 여교사는 마루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정비 공장이 쉬는 바람에 방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낮잠을 잤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끌벅적한 판잣집답지 않게 집안이 물속처럼 조용했다. 하긴 가난한 산동네 사람들이라 모두 장사를 나갔거나 직장에 나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문틈으로 안채를 내다보고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교사가 누워 있는 모습이 그렇게 도발적일 수 없었다. 그 무렵 나는 여자에 대해서 알만치 알고 있었다. 청량리 588를 내 집 드나들 듯이 드난 든 것도 벌써 몇 년째였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여교사에게 달려가 한바탕 일을 벌이고 싶었으나 쥐꼬리 같은 양심이 나를 억제하고 있었다.
'주인집 여자를 겁탈했다가는 감옥행이야...'
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아랫도리가 팽팽하게 일어서 있어서 달래는 것이 수월치 않았다. 아무래도 돈이 들더라도 신길동이나 영등포 역전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그 곳에는 돈만 주면 치마를 벗고 다리를 벌려주는 여자가 수도 없이 많으니까.
그때 여교사가 마루에서 일어나는 기척이 들렸다. 내가 재빨리 문틈으로 내다보자 여교사가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이제 잠이 깼군...'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여교사는 하품을 길게 하고 마당으로 내려오더니 바깥채를 살폈다. 일곱 개나 되는 바깥채의 셋방에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기색이었다.
여교사는 재빨리 대문으로 가더니 대문을 잠갔다. 그러고는 중국집 주방장을 하는 장 씨네 방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장 씨는 홀아비로 돈을 꽤 많이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나는 의아했다.
여교사가 장 씨의 셋방에 들어간 까닭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뭘 하려는 거지...?'
잠시 후에 여교사가 장씨네 방에서 나왔다. 여교사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가 한 움큼 들려 있었다.
'여, 여선생이 도둑질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 눈으로 목격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런 도둑년!"
그때 천둥치는 것 같은 큰 소리가 들리더니 옆방에서 장씨가 뛰어나왔다.
"에그머니!"
여교사가 화들짝 놀라서 주저앉았다. 나도 가슴이 철렁했다.
"내 이럴 줄 알고 옆방에 숨어 있었어! 집 주인 년이 도둑질을 해?"
"자, 잘못 했어요!"
"이 집에 걸핏하면 도둑이 들더니 모두 네 년 짓이었어! 학교 선생이라는 년이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거야?"
장씨는 여교사를 마구 윽박질렀다. 여교사는 울면서 두 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장씨 아저씨, 제가 잘못했어요."
"파출소에 가!"
"안돼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안되긴 뭐가 안돼? 너 같은 년은 단단히 혼을 나야 돼!"
"제발! 하라는 대로 다 할게요."
"하라는 대로 다 하겠다고?"
"네에."
"그 말 정말이야?"
"네."
"좋아. 그럼 치마를 벗어 봐!"
"예?"
"치마를 벗으라고..."
"누가 보믄 어떻게 해요?"
"대문을 잠갔는데 누가 봐? 지금 이 집안에 우리 둘 밖에 더 있어?"
장씨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아, 알았어요."
여교사가 엉겁결에 자신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여교사는 눈이 부시게 하얀 역삼각형의 속옷을 입고 있었다. 사내가 재빨리 여교사에게 다가가서 끌어안았다.
"장씨 아저씨..."
여교사가 울상이 되어 말했다.
"잠자코 있어! 잠자코 있지 않으면 파출소에 넘겨 버릴 거야."
"난 몰라!"
여교사가 울음을 터뜨렸다.
"모를 걸 왜 도둑질을 해?"
장씨는 선 채로 바지를 벗고 여자를 벽으로 밀어붙이고 공격을 했다. 그런데 약점이 있는 여교사는 장씨가 밀어붙이는데도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나는 눈이 뒤집힐 것 같았다. 아랫도리가 팽팽하게 일어서고 눈이 충혈되었다.
"이봐!"
장씨가 일을 끝낸 것은 10분도 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
"네?"
"당신은 이제 내 여자야. 알았어?"
"그럼 결혼을 하나요?"
"결혼은 무슨 결혼이야?"
"그럼?"
"내가 옷을 벗으라고 하면 아무 때나 벗어야 돼! 알았어?"
"네."
여교사가 얌전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여교사가 울고불고 난리를 쳐야 마땅했으나 사랑을 나눈 뒤에 방긋거리고 있었다.
"왜 웃어?"
"저...난 아직 못했어요."
"뭐?"
"다시 해요."
"허허..."
장씨가 낄낄대고 웃더니 여교사를 안고 마루로 올라갔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교사와 장씨는 마루에 요까지 깔고 질펀하게 정사를 벌였다.
'세상에!'
나는 알몸으로 뒹구는 허연 몸뚱이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저...장씨 아저씨."
"왜?"
"한 번 더 하면 안돼요?"
"아직도 못했어?"
"하긴 했지만 또 하고 싶어요."
"이거 멀쩡한 사람 잡겠네!"
장씨는 기가 질리는 표정이었다.
"힘들면 장씨는 가만히 계세요."
여자는 광포했다. 나중엔 장씨가 두 손을 들고 도망을 치듯이 밖으로 달아나야 했다.
나는 그 사실을 목격한 뒤에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교사는 그 뒤에도 계속 도둑질을 했다. 장씨는 결국 별 미친 녀 다보겠네, 하며 침을 뱉고 떠났고 다른 셋방 사람들도 돈이 자꾸 없어지자 떠나고 말았다.
결국은 나와 소녀 가장인 준숙이네만 남았다.
그런데 어느 날 여교사는 준숙이네 방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나에게 들키고 말았다.
"이런 도둑년!"
나는 장씨를 흉내 내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러자 여교사가 나를 보고 희미하게 웃었다.
"왜, 왜 웃는 거요?"
나는 당황했다.
"병신아, 이리 와!"
"뭐요? 파출소에 팍 신고해 버려?"
"까불지 말고 이리 와. 니가 원하는 게 그거 아니야?"
"뭐요?"
"너 나 따먹고 싶어 며칠 동안 별렀잖아?"
"어, 어..."
"왜 며칠 동안이나 뜸을 들이고 그러니? 혼자 사는 여자인데 뭐가 두려워? 에이그 사내새끼들이라는 게 하나 같이 교활해 가지고는...빨리 따라 와!"
여교사가 오히려 나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나는 엉겁결에 여교사를 따라가 안채 마루로 올라갔다. 거기엔 이미 요가 깔려 있었다.
여교사는 묘한 눈빛으로 나를 보면서 옷을 벗고 누웠다. 눈에서 기이한 광채가 번들거리고 있었다.
"좋다. 니가 원한다면..."
나는 옷을 벗고 여교사에게 엎드렸다. 그러나 장씨가 그랬듯이 나는 여교사에게서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질 때까지 시달린 뒤에야 풀려났다. 나는 나중에서야 그 여교사가 섹스중독증 환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스강은 내 얘기를 듣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미스강의 몸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다소 안심이 되었다. 미스강은 내 거시기로 인해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를 앓았던 것이다.
"지금쯤 그 여교사를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요."
미스강은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나 역시 그 생각을 하고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아무튼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미스강이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무실에서는 명랑하고 요염했으나 집에서는 처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방안도 궁색해 보였다. 벽에는 허름하고 싸구려 옷들이 걸려 있었고 화장기가 없는 미스강의 얼굴은 병자처럼 창백했다.
"난 나 때문에 아픈 줄 알았어."
나는 미스강의 가난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사장님이 기다릴지도 모르는데 그만 돌아가세요."
"그래. 그럼 몸조리 잘해."
"네."
미스강은 핼쓱한 얼굴로 골목까지 배웅을 했다. 나는 미스강에게 몇 번이나 손을 흔들고 창신동 고갯길을 내려왔다.
내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서 동대문에 이르자 핸드폰이 울렸다. 오정희 사장이 비상시의 연락망이라며 나에게 준 핸드폰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변 상무, 어디예요?"
"동대문입니다."
"미스강은 만나 봤어요?"
"예."
"좀 어때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여름 감기랍니다."
"호텔에서 만나야 할 여자가 있는데..."
"어디 있는 호텔인데요?"
"백화점과 함께 있는 L호텔 이예요."
"알겠습니다."
"805호예요. 전화해 놀께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요."
"예."
"돈이 많은 여자니까 절대로 소홀히 하지 말아요."
"예."
"그럼 나중에 만나요."
찰칵 전화가 끊겼다.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택시를 탔다. 동대문에서 L호텔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할 것이었다. 나는 날씨도 더운데 잘 되었다 싶었다.
호텔에 도착하자 로비부터 시원했다. 나는 오여사가 지시한 805호로 곧장 올라갔다.
"어서 오세요."
여자는 창가에 서 있었다. 까운 하나를 걸치고 있었는데 그 여자도 검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오여사 지시로..."
"알아요. 샤워부터 하세요."
여자가 내 말을 잘랐다. 여자는 의외로 20대 후반으로 보였다. 나는 여자 앞에서 옷을 훌훌 벗었다. 여자는 내가 옷을 벗는 것을 쳐다보지 않고 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나는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이리 와요."
나는 타올로 물기를 닦은 뒤에 여자에게 다가갔다.
"불모미인이란 말 알아요?"
나는 불모미인(不毛美人)이란 말을 들어본 일이 없었다.
"모릅니다."
"한 번도 못 들어 봤어요?"
"예."
"그럼 나를 봐요."
여자가 까운의 허리띠를 풀고 까운을 젖혔다. 그러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자의 백옥 같은 나신이 드러났다. 나는 마른 침을 꼴칵 삼켰다.
"자세히 봐요."
"아릅답습니다."
"어딜 보고 있어요?"
"가슴이요. 남자를 모르는 가슴이군요."
나는 여자의 아름다운 가슴에 감탄을 했다.
"가슴 말고 밑을 봐요."
나는 여자의 지시에 시선을 떨어트려 밑을 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소스라쳐 놀랐다. 그 곳에는 여자로서 있어야 할 숲이 하나도 없이 맨숭맨숭했다.
"이제 알겠어요?"
"예."
"감상이 어때요?"
"백옥입니다."
"백옥이라..."
여자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와 관계를 하면 3년 동안 재수가 없대요."
"그런 건 미신입니다."
"내가 무섭지 않아요?"
"아뇨."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고마운 말이군요. 그럼 안아 주세요."
나는 여자에게 다가가서 가운을 벗기고 여자를 힘껏 안았다. 여자는 해면체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여자를 번쩍 들어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손으로 복부를 쓰다듬다가 여자의 은밀한 비고, 도툼하게 솟아있는 언덕으로 손을 가져갔다. 여자의 비고는 한없이 보들보들했으나 맨숭 거렸다.
"아..."
그가 여자의 은밀하고 도툼한 부분을 쓰다듬자 여자가 신음을 삼켰다. 나는 여자의 몸에 내 몸을 실었다.
"헉!"
여자가 입을 딱 벌렸다. 나는 서서히 진퇴를 되풀이하기 시작 했다.
간호사의 비밀....
나는 간호사였다.
어릴 때부터 하얀 유니폼을 입은 간호사를 동경하여 크면 반드시 간호사가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어릴 때만 해도 눈이 부시게 하얀 유니폼을 입고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는'백의의 천사'는 나의 우상이었다.
나는 내가 생각한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 간호대학에 진학했고 대학 4년을 무사히 마친 뒤에는 간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간호사가 되었다.
모든 일이 수월하게 돌아갔다. 나는 대학 병원에 근무했다. 물론 나이팅케일 선서도 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남모르는 비밀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내가 불모증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사춘기 때만 해도 그 사실을 잘 몰랐다.
사춘기가 되면 남자들도 신체 변화가 일어나듯이 여자들도 그랬다. 남자들의 거시기에서 두피가 버섯 모양으로 벗겨지고 그 주위에서 체모가 자라듯 여자들도 변화가 있었다.
나는 16세에 초조(初潮)를 했다.
그 이전에 나는 벌써 신체 변화가 있었다. 궁둥이가 둥그스름해지고 가슴팍이 봉긋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목욕탕에 가보면 내 또래의 계집아이들 대부분이 가슴이 둥글게 솟아 있었다.
남자들은 모르겠지만 어린 계집애들과 사춘기가 되어 여자로서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는 계집애들과는 몸이 확연하게 달랐다.
나는 목욕을 하면서 우리들의 몸에 대해서 살피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발육되지 않은 작고 예쁜 가슴, 삼각 분기점의 샘물이 있는 계곡, 그 주위에 잔디처럼 자라고 있는 체모, 도툼한 언덕...
뒤에서 보면 전체적으로 둥근 곡선의 구조를 갖고 있는 어깨와 궁둥이...
그것이 우리들 사춘기 계집애들의 몸이었다. 사춘기를 지난 여자들, 아가씨라고 불리는 처녀들의 몸은 완미(完美)를 갖춘 여신(女神)처럼 보기 좋았다.
가슴은 둥글게 솟아 있고 둔부는 팽팽했다. 살결은 눈이 부시게 하얗다. 계곡의 검은 숲은 육림이 잘된 숲처럼 무성했다. 나는 멀지 않은 미래에 나도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숲이 전혀 없었다. 처음에 나는 아직 조금 더 있으면 생기겠지, 누구나 생기는 거니까 발육이 조금 늦는 것뿐 이야. 하고 의심을 하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 무렵 나는 다른 부분은 여자로서 완전히 자랐으나 그 부분만은 전혀 자라지 않았다. 옷을 벗고 거울 앞에서 그 곳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민숭민숭하여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부터 목욕탕에 가지 않았다. 남들은 모두 계곡에 무성하게 숲이 우거져 있는데 나 혼자 민둥산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 어쩐지 수치스러웠다. 마치 내가 큰 죄를 지은 여자 같았다.
어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나는 어머니에게 이 문제를 상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가 사춘기가 되기 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새 장가를 가지 않았고 오빠들과는 이런 문제를 상의 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개강을 하자 우리들은 마치 벌 나비가 짝을 찾듯이 미팅에 열중했다.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 대학생에게는 비교적 관대한 우리 사회의 풍습에 따라 우리는 거침없이 만나서 돌아다녔다.
나는 그 무렵에 남자 아이 하나를 만났다. 우리는 팔짱을 끼고 캠퍼스를 돌아다녔고 밤이면 카페를 전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그는 나에게 페팅을 요구해 왔다.
처음에는 팔장을 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어깨에 내 팔을 감았다. 그리고 그 팔은 어느 새 내 가슴까지 진출했다. 물론 키스도 했다.
첫 키스는 어두운 골목에서 이루어졌다. 그가 나에게 느닷없이 눈을 감으라고 요구했고 내가 눈을 감자 가볍게 입술을 스쳤다. 그의 입술은 마치 꽃잎이 스쳐간 것처럼 그렇게 부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