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야설) 유부녀와 유부남 6편
남자와의 첫 관계는 내게 커다란 변화를 의미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모두 집을 나가고 나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만남과 그 남자를 생각하는데 모든 시간들을 할애한다.
생각이란 것이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이 나지 않는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지 않는가?
종일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무렵 가족들과 함께해야 하는 시간이 돌아오면 슬며시 짜증이 일어난다.
그것은 내 머릿속 환상과 상상이 깨지는 확연한 현실이었고, 그런 현실속에 서 있는 나는 짜증과 함께 온 몸의 기운이 쏙 빠져나감을 느껴야했다.
남자는 오전 중에 내가 집안 청소를 끝낼 때쯤이면 어김없이 전화를 한다. 나는 이미 그가 전화하는 그 시간을 꿰고 있다.
따라서 내 생활 모두는 그 시간대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었으니,
전화올 즈음에 맞추어 집안 정리나 청소를 끝내고, 소파에 앉아 커피잔을 기울였고, 자연히 바깥 외출도 통화가 끝나는 이후로 미루어진다.
그렇게 그 남자는 내 생활의 모든 기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사람이다.
모텔에서 첫 관계를 맺은 이후 몇 번 같이 만났지만 한 번도 내 손을 잡지않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몰랐지만, 며칠 지나면서 알게된 사실은 나를 만나면 왠일인지 한적한 교외만 빙빙 도는 드라이브만 하는 것이었다.
괜히 불안해진 마음에 덜컥하고 가슴이 떨어졌다.
나는 그 남자만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첫 섹스를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후끈거리는데,
오늘도 전화 통화를 끝내고 욕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젖가슴에 비누 거품을 일으키고 씻어 내릴 때 남자를 생각하며 자위를 했다.
엄밀히 말하면 자위를 한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한 시간을 상상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래로부터 강렬한 쾌감이 느껴져 내가 자위를 한 것을 알아차렸다.
어찌 그 순간을 잊을 수 있으랴.
나를 처음으로 여자로 만들어 준 남자의 손길과 그 뜨거운 입술을.
'바보같은 남자!' 나는 나도 모르게 신음처럼 탄식을 흘려내었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기다리는데, 내 몸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당신 것인데.'
오후에 남자의 전화를 받고나서 몸을 다시 씻었다. 깨끗한 몸으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그 남자를 만나면서 내게 새롭게 생긴 습관이다.
승용차가 저기 저만큼 보이면 나는 종종 걸음으로 앞만 바라보고 걷는다.
원래 걸음걸이 버릇도 그랬지만 누군가 나를 쫓지 않는가 하는 불안감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차에 올라서 골목을 빠져나가 큰길로 들어서면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면서, 나도 모르게 조마조마했던 마음속에서 휴우~하고 안도의 숨이 쉬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여전히 똑같은 코스로 차를 운전하면서 이야기만 할 뿐이다.
말을 할까 말까 몇 번이고 망설였다.
여자가 먼저 말하면 남자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데, 아무리 섹스를 나눈 남자라지만 말하기가 쉽지않았다.
그러나 용기를 내서 물었다. '내가 뭘 잘못했냐'라고.
남자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럼 왜 내게 실수한 것 있어요? 아님, 재미가 없었던지.'
그 말을 하고서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원래 내 마음속에 준비하고 있었던 말은 그게 아니라,
'나는 요즘. 모든 시간을 당신 생각으로 보내고 있는데.'라는 내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를 만나는 것이 '꼭 섹스 때문만이 아니라 만남 자체가 좋아서'라는 남자의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감격했다.
남자가 믿음직스럽고.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어서 당장이라도 그의 목에 매달려 뜨거운 입맞춤을 퍼붓고 싶었다.
남자가 몇 마디 말을 더 했지만 실상 나는 듣고 있으면서도 듣지 않고 있었다.
아이 셋을 낳은, 내일이면 마흔살의 여자, 조카가 아이를 낳아 이미 할머니라고 불리는데, 순간 그가 나를 원한다면 그에게 나의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내 마음을 확인시켜주고 싶었는데 주책없이 눈가에 눈물까지 찔끔맺혔다.
'어디로 가느냐고, 저번처럼 차만 타고 빙빙 도는 것은 싫다고, 나를 가지세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하자 남자는 너무나 환하게 웃었다.
내 어깨를 두른 그의 팔에 힘이 느껴지는 순간 정말 다정스럽게 느껴졌다.
* * * * *
한적한 모텔 주차장.후미진 한쪽으로 끌고가 차를 주차시킨 나는, 고개를 살풋 숙인 채 서너 걸음 뒤쳐져 따라오는 그녀를 앞서 모텔로 들어갔다.
'506 호실, 편히 쉬고 다음에 또 오셔요~~'
방값을 계산하고 열쇠를 받아드는데 그녀는 어느새 엘리베이터 안으로 쏙 들어가있다
5층의 구석진 곳이었지만 방안은 아늑하다. 모던한 내부에 정돈감이 있고 사용불명(?)의 대형 거울도 천장에 달려있다.
처음 그날과 달리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욕실로 향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지난번 처럼 또 엉성하게 끝나면 어쩌나 싶었다.
머릿속에 그 일이 떠오르자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솔직히 불안하고 두려워진다.
내심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침착하자. 그래 천천히 침착하게.' 마인드 콘트롤도 중요하지만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맥주를 한두 캔 정도 마시면 내 몸의 감각이 조금은 둔화되지 않을까. 글라스 가득 하얀 거품이 차오르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면서 힐끔 욕실쪽을 쳐다보았다.
마음속 한구석에는 그녀와 함께 씻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아직은 그럴 게제가 아니었고,
행여나 여자의 벗은 몸을 씻기다가 지레 흥분해 버릴까봐 그만 두기로했다.
얼마후, 두번째 맥주 캔 마개를 땃을 때 샤워기 물흐르는 소리가 그치고 욕실문이 조용히 열렸다.
젖은 몸에 바스타올만을 걸치고 다가와 앉는 그녀,
우리 두 사람의 입술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포개진다. 프렌치, 슬라이딩, 딮, 뭐 그딴 키스 종류는 생각도 나지않는다.
말 그대로 설왕설래 뜨겁게 부딪친 입술과 입술 사이로 서로의 혀가 오가고,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입맞춤 와중에 내 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젖무덤을 움켰다.
바스타올이 저절로 벗겨지며 촉촉히 젖은 맨살이 드러난 상체,
비록 밀도나 탄력은 처녀의 그것처럼 충실하지 못하지만, 짙은 갈색의 유두는 포도알을 연상시킬 만큼 탱글탱글한 촉감을 내 손끝에 전해왔다.
반쯤 미친 여자처럼 끄트머리가 퍼머된 머리칼을 이리저리 흔들어 제끼는 그녀,
"서서히. 그래, 절대 서둘면 안돼."
나는 다시 한 번 행위의 진전을 다잡으며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상식밖으로 그냥 뜨거워진다.
"쇠는 뜨거울 수록 다루기가 쉬운 법."
후끈 달아오른 그녀의 몸을 담금질하 듯, 더욱 더 달구는 행위에 나는 몰두했다.
입술에서 목덜미를 따라 귓불로 애무의 궤적을 옮겨가면서, 젖무덤을 어루만지던 손으로는 조금씩 더 아래쪽 민감한 부분을 찾아 움직여갔다.
"아아~~하아아~~학학!! "
쒝쒝.마치 홍역을 앓는 아이처럼 더운 입김을 뿜어내는 그녀의 입술사이로 단발성 신음소리가 뱉어져 나온다.
나는, 내 손끝과 입술 그리고 혀에 반응하는 여자의 몸태를 은근히 즐기면서,
그녀를 침대위로 밀어붙였고, 검은 속눈썹이 파들파들 떨리는 눈꺼풀 주위를 핥고있던 입술을 쭈욱 아래로 그어내렸다.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의 음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날은 커튼까지 두텁게 친 방안에서 자세히 볼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지만, 한 번 고기맛을 본 나는 제법 한가롭게 그녀를 관찰해 나갔다.
아이를 셋이나 낳은 여자의 음부가 어쩌면 아내보다도 더 깨끗한 것같다.
불에 구운 대패 삼겹살처럼 말려들어간 여린 살점 주위는 짙은 다갈색으로 침잠되어 있었으나 꽃잎이 활짝 벌어진 속살은 발그레한 선홍색 그대로였다.
"아~으응. 몰라요. 어서."
조금 애태우는 느낌으로 허벅지 안쪽을 자극하며 서서히 핵심부위를 건드리는 순간, 그녀의 하체가 크게 너울을 일으켰다
할딱거리며 숨이 넘어 가는 소리로 재촉하는 그녀는 어느새 내 성기를 쥐어잡고있다.
아직은 아직은 하면서 넣지않고 있었는데 스스로 꽃잎속에 담궈주기를 갈망하는 여자.
겉물이 찔끔찔끔 흐르고 있는 내 성기는 별 무리없이 샘속에 발을 담궜다.
그녀의 엉덩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요동을 친다.
무언가 꼼지락거리는 이상한 촉감이 성기를 휘감아 하마트면 꾀꼬락할 뻔했으나, 다행히 사전준비가 되어 있었던 나는 버텨낼 수가 있었다.
"아흐~ 왜.요 ?"
어금니를 지긋이 물고는 그녀의 움직임이 잠잠해 질 때까지 가만히 있자, 그녀는 이미 흐릿하게 다 풀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잔뜩 들 뜬 그 목소리는 그녀의 지금 몸상태를 대변하는 것같았다
"성급하게 서둘지 말아요. 오늘은 그냥 내게 맡겨봐요. 내 움직임만 느끼면서요. 욕심을 내면 망치거든요. 그러니까."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내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엉덩이가 움직인다.
삽입한 채로 위에서 내려다 보던 나는 본격적인 율동을 시작하면서, 열이 풀풀나는 그녀의 귓가에 소근소근 속삭였다.
"당신은 내가 하는 연주에 맞춰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에요."
그제서야 내 말의 의미를 알아차린 그녀는 혀를 내밀어 내 가슴팍을 쓸어왔다.
나 역시 여자의 젖가슴을 두 손으로 애무하면서 서서히 허리를 압박해 나갔다. 그러나 그 동작은 음악으로 말하면 가장 느린 템포로 연주하는 것과 같았다.
"느껴지나요? 내 성기가 당신 꽃잎속에 닿는 감각이?"
"으응.단단해요. 그리고 하아~~"
잔뜩 달아올라 뜨겁게 달뜬 여자의 몸속을 마치 굼벵이 기어가 듯이 천천히, 성기를 넣었다 뺏다 진퇴를 시키고 있으니 솔직히 얼마나 감질이 날까?
그러나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요것도 조금, 저것도 조금, 준비음식을 맛보다가 본격적으로 전채요리를 먹는 그 순간을,
하지만 기다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순간 높은 도!! 만 흘려내는 그녀의 움직임에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사정감이 치밀어 성기를 빼낼려고 하면 내 허리에 감겨있는 그녀의 두 다리에 힘이 실렸다. 다리로 옥죄는 그 힘이 보통이 아니다.
성기는 꽃잎이 휘감았지, 허리는 그녀의 두 다리가 옭아매고, 더군다나 두 손으로는 내 뒷머리를 끌어당기며 사정없이 자신의 유방에다 비벼대는데,
나는 헉헉! 거친 숨결을 토해내며 율동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를 먼저 보내지 못하면 최소한 같이라도 올라가야 한다는 심정으로.
"아.헉헉!! 아 아주씨. 나 나올 으흐. 윽윽!! "
"하우우~~ 악!!!!!"
단박에 절정으로 치달리며 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절규성 비명은 악!! 하는 딱! 한마디였다.
몸을 깊이 묻고는 잠시 멈추었다. 그녀가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바로 직전, 오르가즘의 느낌이 사라지기전에 깊이 삽입했다.
뜨거운 기운이 그녀의 몸속에 뿌려졌으나 아직 성기는 살아있다.
그녀의 여성입구가 오롯이 내 성기뿌리를 단단히 조여댄 탓이 아닌가 싶다.
아내와의 섹스때는 사정만 하고나면 파김치처럼 축 늘어졌는데.
내가 생각해도 희안한 일이 아닐 수없었다.
그렇게 내 성기를 몸속에 가두고 있는 그녀는 스스로 음을 울리는 악기가 되어,
시쳇말로 혼자 북치고 장고치고 다해댔다.
평소에 남편 배위에서 서너 번씩 오르가즘을 느낀다는 그녀 그녀,
나는 새로운 사실에 놀라고 있었으니.
그런 그녀와 속궁합이 맞아진 건가? 파김치가 되어도 벌써 되었어야 할 내 성기가 부득부득 다시 기운을 차리는게 아닌가.
내 허리에 감겨있던 그녀의 두 다리가 어느사이 내 어깨에 걸쳐져있다.
통나무처럼 누워만 있는 아내와 비교할 때 너무나 능동적이고 호전적인 태도다.
* * * *
나 스스로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그렇게 마음껏 시원스럽게 오르가즘을 느끼며 무언가를 싸 보기는.
나는 죽은 듯이 늘어져 있다. 도무지 눈이 떠지지가 않는다. 아니 정말로 죽음의 문턱을 수도 없이 들락거린 것같다.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한 거야! 그리고 그건 무얼까?"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서 뭔가를 쏟아내었다. 마치 물을 가득 채운 고무풍선이 퍽! 터져 내용물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비로소 나는, 왜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라고 말들을 하는 건지, 성행위를 왜 사랑의 몸짓이라고 하는지를 알았다.
남자와 함께 한 오늘의 성교가 그 증거다.
지금까지 내가 남편과 한 성행위는 섹스가 아니라 섹스를 흉내 낸 것에 불과했다. 남편과의 섹스는 부부사이의 의무적인 행위였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와 행위를 치루는 동안 내내 나는 평소의 내가 아니었다. 아니, 내안의 또 다른 내가 나의 허울을 쓰고 남자와 섹스를 한 것 같았다.
나는 남자의 악기였고 말잘 듣는 순진한 학생. 그가 시키는 대로 몸을 맡겼다.
그러자 처음에는 남자의 입술 궤적을 따라 온 몸 세포들이 한올 한올 살아서 움직였고,
그 다음에는 그의 손짓에 알 수 없는 야릇한 쾌감들이 술기운처럼 몸속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자와 한 몸이 되었을 때는, 전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육체의 모든 기관들이 미친 듯이 요동을 쳐댔다.
마치 스스로는 자기 몸을 제어하지 못하는 신들린 무당처럼 춤을 춰대자, 어느 순간엔 절벽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지고 아득해졌다.
그때는 이대로 죽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무리 '살려줘!' 라고 외쳐도 소리는 목구멍을 넘지 못하고 맴돌 뿐. 그럴 때마다 내 젖가슴에 아릿아릿한 통증같은 쾌감이 느껴졌다.
남자의 손이 우악스럽게 내 유방을 쥐어잡아 그 자극으로 내 의식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그런 행위 동작들이 몇 차례나 이어졌을까. 내 아랫도리 음부에서 이상한 느낌이 단속적으로 쩌릿쩌릿 밀고나왔다.
"아~~안되는데. 어 어떻게 지 지금 오줌을."
금방이라도 쌀 것만 같은 참을 수 없는 배뇨감에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졌다.
뭔가 뿜어지는 듯한 그것은 아이를 낳을 때 양수가 터지는 것같은, 아니 참고 참았던 소변이 그여코 한꺼번에 쏴아~쏟아지는 그 순간의 시원한 쾌감같았다.
근데 잠시 멈칫거리던 남자는 잔인할 정도로 강하게 나를 압박해왔다.
참을 수 없는 경련성 쾌감은 차라리 고통 그 자체같은데. 갑자기 그의 성기가 내 음부속에서 심하게 경직되며 푸들푸들 떠는게 아닌가.
휴우~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 축 늘어진 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나를 남자가 가슴으로 품어주었다.
부끄럽기도 하구, 내가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어떻게 했는지 몰라 그의 얼굴을 쳐다 볼 용기가 없다.
"어떻게. 정신이 좀 들어요?"
"몰라요. 당신. 정말 나빠요 "
남자는 빙그레 웃으면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었던 나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살짝 물어보았다.
"호, 혹시.나, 실례했어요?"
그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아까. 그때.섹스 도중에. 나."
"글쎄요, 분명 실례한 건 아닌데. 나도 뭔지 모르겠어요.아마 사정한 게 아닌지?"
"사정? "
여자에게 그런 일이 정말 있단 말인가? 내가 정말? 꿈만 같았다.
나는 내 엉덩이가 있던 자리를 가만히 쓸어보았으나, 두 사람이 흘린 땀과 부끄러운 흔적의 애액 자국뿐.이상하게도 축축한 물기는 없는 것같았다.
분명 무언가를 쏟아 냈는데? 믿기지가 않았다.
"이상하지요? 나도 느끼기는 느꼈는데. "
어느새 남자는 내 손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다. 어쩜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으나 내 가슴은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내가 사정이란 것을 다 경험하다니.
"후후. 대단해요. 아주씨! 그리고 고마워요. 나도 그런 경험은 처음이거든요"
"다.당신은."
오히려 내가 할 말을 그가 하고 있다. 계속해서 나를 감동시키는 그의 언행에 두 눈에 눈물이 핑 돌 지경이다.
남자는 말 한 마디로 나를 묶어 놓고, 입맞춤 한 번으로 내 입을 막아 놓고, 단 두 번의 성교행위로 내 속의 나를 해방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