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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로맨스야설) 바닷가 여관방에서 (하)

섹킹 0 282 0 0

놀라움은 아닐 거야!


현지는 섹스가 결코 경이로운 것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처음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긴장이 뭉쳐 몸이 뜨거워졌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아…음!"


우진의 입술이 다시 아랫배로 옮겨질 때 현지는 한쪽 무릎을 일으켜 세웠다.

그냥 두면 우진의 입술이 꽃잎에 와닿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두려움! 그래 두려움 일 거야.

현지는 우진의 입술이 꽃잎에 와닿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다가 섹스는 경이로운 것이 아니고 단순한 두려움 일 거라고 생각했다.


"너…넌 아름답구나."


우진은 현지의 옆구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약간은 여윈듯한 몸매인 탓에 갈비뼈의 감촉이 와닿았다.

그러나 둥그스름한 엉덩이로 이어지는 둔덕은 해변의 모래톱처럼 부드러운가 하면 탄력이 있었다.

현지의 몸이 꿈틀거리는가 했더니 헉! 소리를 내며 턱을 치켜올리는 게 보였다.

그와 동시에 사십 오도 각도로 서 있던 단단한 심벌도 꿈틀거리며 맑은 물을 토해 냈다.


"빨리, 해 줘요. 난 더 이상 두려움에 떨고 싶지 않다고요."


현지는 우진의 뜨거운 입술이 금방이라도 음모에 와닿을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 뜨겁게 속삭였다.

이윽고 우진의 입술이 음모에 와닿는 것을 느끼는 순간 악물은 이빨 사이에서 뜨거운 숨이 새어 나갔다.


"아!…"


우진은 현지의 하얀 이빨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숨소리가 가빠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고 현지의 몸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그는 성난 황소가 아니었다.

들판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어 먹는 덩치 큰 송아지로 변해 있었다.

배가 고픈 것처럼 현지의 젖꼭지를 빨기 시작했다.

현지의 젖가슴이 젖꼭지를 빠는 힘에 비례해서 수직으로 상승하는가 하면, 그녀가 가쁜 숨을 내쉴 때는 평온하게 주저앉았다.


"으…읍!"


현지의 입술에 키스를 하는 순간 코에서 뜨거운 입김이 훅 품어져 나왔다.

그 밑의 입술에서는 사과 향냄새가 나는가 했더니 잘 익은 수밀도 향내가 훅훅 풍겨 왔다.


"아!…"


우진은 사막을 가로 질러온 아라비아 상인처럼 목이 타는듯한 갈증이 목까지 차올라 쉬지 않고 입술을 탐했다. 

철없는 계집인 줄 알았더니 너는 여자였구나. 

들판을 뛰어가기 시작했다. 

하얀 찔레꽃이 눈꽃처럼 피어 있는 가시덤불이 있었다.

가시덤불 곁을 스쳐 갔다. 팔뚝에, 늦가을 날 억새풀에 휘갈기것 같은 무수한 생채기가 나 있는 게 보였다.


"으…음!"


들판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푸른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과 맞닿는 곳에 천년을 산다는 학이 한 마리 있다고 했다. 

학을 타고 구름 위까지 올라가면 무지개가 있다고 했다. 

무지개를 건너 갈증을 한꺼번에 해소해 버리는 시원한 샘물을 마시고 싶었다.


"아!…아퍼!"


현지는 꽃잎 주변을 맴돌며 끊임없이 두려움을 안겨 주고 있던 우진의 심벌이 어느 순간 자리를 비워 버리는가 했더니, 

이내 꽃잎을 거칠게 파고들자 통증을 느꼈다. 

너무 아파서 자신도 모르게 발뒤꿈치에 힘을 주고 엉덩이를 비비적거리며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우진의 심벌은 한 번 꿀맛을 본 벌처럼 쉽게 날아가지 않았다. 

도망가면 도망 갈수록 더 거칠게 달려와서 아프게 달려들었다.


"허…헉!"


현지는 머리가 벽에 닿는 순간 더 이상 도망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통증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을 참기 위해 우진의 어깨를 힘주어 안았다. 

우진이 압박을 가해 오면 가해 올수록 우진의 등에 손톱자국이 나도록 힘껏 껴안으며 턱을 치켜들고 이빨을 악물었다.


"허…헉…헉…헉!"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을까. 

살갗을 찢는 듯한 통증이 슬그머니 사라지는가 했더니 매끄러운 그 무엇이 쾌감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작은 쾌감으로 시작해서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하늘로 날기 시작했다. 

아! 비둘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사루비아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들판에 비둘기 수천 마리가 푸른 하늘로 비상하는 게 보였다. 

짜릿짜릿한 전율에 팔을 벌리고 비둘기를 쫓아서 힘차게 달려갔다.


"그래, 이것이었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버리는 이것이었어."


눈물이 그렁하게 고여 왔다.

고인 눈물이 귓불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한 잔의 와인을 마시고 양털 침대에 누운 것처럼 편안하기만 했다.

잃어버린 것과 소유하는 것의 차이는 없었다.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소유한 사람이 반드시 있는 것처럼 처녀성은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그냥 우진에게 소유토록 해 준 것뿐이었다.

그렇다고 영원히 소유할 수도 없을 것이다.

꽃이 피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녹으면 흔적까지 녹아 버린다.

그 후에는 그냥 살아간다는 것일 뿐,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왜 그랬어?"


들소가 뛰어다니던 들판에 뜨거운 침묵이 내려앉은 뒤였다.

금붕어가 없는 어항 속 같은 침묵을 깨고 우진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가슴이 따뜻해요."


현지는 우진의 가슴에 안겼다.

내일도 이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거야.

서로 한 몸이 되기 의해 땀을 흘렸던 탓인가?

처음 안겨 보는 남자의 품 안이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늘 안겨 있었던 것처럼 포근하기만 했다.

내일 또 이렇게 안겨 볼 수 있을까.

그만두자 그건 내일 생각할 일이다.


"왜 나를 선택했어?"


우진은 가슴이 아팠다.

현지가 새처럼 가슴 안으로 날아왔을 때 둥지가 된 것이 아픔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현지가 새가 되어 가슴으로 날아들 때만 해도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어린 새인 줄은 몰랐다.

그냥 잠을 자러 들어온 새인 줄 알았다.

그러나 솜털이 부드러운 어린 물총새였다는 것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나는 삼촌을 선택하지 않았어요. 잠시 필요로 했을 뿐이에요.

그러니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아요."


"필요로 했을 뿐이라고?"

"네 패드 같은 거죠. 됐나요?"


현지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여성의 생리 작용에 필요한 패드를 우진에게 비유한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치욕적인 비유였다.

그러나 화가 났다.

그토록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던 처녀성을 버렸으면 콧노래가 나와야 하는데도 화가 났다.

화가 나는가 하면 슬프기도 했다.


왜지? 왜 내가 슬퍼해야 하는 거지?


현지는 혼란 속에 우진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우진의 가슴은 여전히 넓었고, 넓은가 하면 탄탄했다.

그게 그녀를 또 슬프게 했다.

슬퍼서 우진의 입술을 찾았다.


"알 수가 없어."


우진은 현지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비통스럽게 중얼거렸다.

현지의 말이 그녀가 생각하는 것처럼 치욕으로 와닿지 않고,

비에 젖어 허둥거리는 작은 새의 신음 소리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제가 말을 실수했어요. 하지만 저에 대해서 부담을 갖지 마세요.

부담을 갖는다면 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 이 말이었어. 난 이 남자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이 밤이 가면 사랑도 잊히는 거야.

빈 컵의 의미가 되는 거지.

앞으로도 빈 컵에 물이 차오른다고 보장할 수는 없어.

약속 같은 것도 하고 싶지 않아.


"면도날로 상처를 낸 후에 면도날을 버리면 어떻게 되지?"


"그야 물론 면도날만 남겠죠.

하지만 난 면도날이 아니에요. 한 인격체라고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성인이기도 하고요."


"편리한 사고 방식이군."

"삼촌?"


현지가 우진의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부드럽게 불렀다. 

우진은 대답하지 않고 현지의 턱을 조금 치켜들고 그녀의 입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쁘지 않나요?"

"아름다워."

"맞아요. 난 예쁘고 아름다워요. 

남자들은 나를 보고 섹스를 연상해요. 

난 그게 싫었어요. 

난 성적인 대상으로서가 아니고 여자로서 대접을 받고 싶었어요. 

그럴 때마다 얼마나 처녀성이 거추장스러웠는지 몰라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셨죠. 

이제 난 진정한 여자로 거듭 태어났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더 이상 나에 대한 부담은 갖지 마세요. 됐죠?"


현지는 조용하고 침착한 말로 차근차근 말하고 나서 우진의 가슴에 안겼다. 

우진은 할 말이 없었다. 

뜨겁게 현지를 끌어안으면서 아내와의 첫날밤을 떠 올렸다.


난, 당신을 위해 오늘날까지 처녀성을 간직해 왔어요.


그렇게 말하던 아내는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이 처녀라는 것을 암시해 주었었다. 

그러나 낭만이 없는 삶은 

종이 박스 안에 있는 라면과 같은 것이라는 

말을 남겨 두고 가출을 했다.

그런 아내를, 우진은 아내를 더 이상 찾지 않으리라고 결심하면서 

현지의 배꼽을 어루만졌다. 

그 슬픈 배꼽을…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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