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친구의 아내… 1
“어머? 웬일이세요?. ”
“안녕하셨어요?”
“네. 안녕하셨죠? 그이하고 약속하셨어요?”
“네. 아직 퇴근 전 인가 봐요?”
“네. 조금 늦나 보네요. 어휴~ 이 사람은 미리 나한테 연락 좀 주지…”
“그러게요… 좌식 미리 얘기했으면 맞춰서 왔을 텐데…”
“들어오셔서 기다리세요. ”
“그럴까요?”
친구의 아내….
그녀는 정말 예쁘다. 만약 이 세상에 여신이 존재한다면 저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저렇게 예쁜 아내를 둔 친구 녀석은 어리디 어린 아가씨와 바람이 났다.
바람….
녀석의 바람은 이번엔 매우 심각했다.
녀석의 아내가 3년간의 결혼생활에도 갖지 못하는 아이를 그 어린 아가씨가 갖게 되었다.
원래 녀석은 여자를 좋아했다.
저렇게 예쁘고 섹시한 마누라를 두고 어떻게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난 솔직히 그 점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저 때문에 괜히…. 제수씨가 불편하시겠어요…”
“호호. 전 괜찮아요. 커피 좋아하세요?”
“네…블랙으로…”
그녀의 뒷모습…
정말 내 눈을 아찔하게 만드는 그녀의 뒤태가 내 눈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오늘 녀석은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아마 어쩌면 평생….
나를 여기 보낸 것도 녀석의 부탁이었다.
녀석과 나….
우리 둘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학창 시절….
녀석은 조금 논다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소위 날라리였다.
덩치도 작은 녀석이 그런 부류와 놀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녀석의 집이 부자였다는 것 말고는 아무 이유도 없었다.
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신체조건으로 복싱부에 들어가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어느 누구라도 때려눕힐 수 있었기에 녀석들은 나를 건들지 않았다.
물론 녀석들 중 하나가 나와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일종의 거래를 제시했지만 난 화를 내며 거절을 했었다.
그런 녀석과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녀석보다 가난했던 내 형편….
없는 사람의 자격지심이라 해도 난 부정하지 않겠다.
그런 녀석과 지금의 만남을 가지게 된 건 군대를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홀로 나를 키우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였다.
녀석의 아버지는 녀석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의사였다.
내 처지에 어머니의 장례도 치르지 못함을 딱히 여긴 녀석의 아버지가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에서 장례를 치러주면서 난 녀석에게 마음의 빚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없이 사는 사람은 끝까지 없다고 하던가….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녀석과의 빈부의 차는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그전보다 두 배 아니 어쩜 열 배 이상 더 벌어지게 되었다.
어느덧 녀석은 내가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는 것만큼 점점 더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난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상경을 했다.
물론 직장은 서울에 다니고 있었지만 내가 가진 돈으로는 근교에 원룸 정도를 겨우 얻을 수밖에 없었다.
배운 것이 없었지만 내 노력으로 7년의 시간이 흐르자 규모가 작은 자동차 관련 회사에 과장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고,
월세로 시작한 원룸이 전세 투룸으로 이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녀석과 난 무슨 인연인지 녀석이 결혼을 해서
내가 창문을 열면 높이 솟구쳐서 햇볕까지 가리는 비싼 아파트에 이사를 오게 됐다.
처음 난 녀석이 결혼을 한지도 또한 이곳에 살림을 차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
퇴근 후 평소처럼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녀석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녀석과의 악연이 다시 시작됨을 느끼고 있었다.
녀석은 녀석의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되었고 꽤나 큰 병원에 근무를 하고 있었다.
녀석을 보게 되자 그동안 잊고 지냈던 녀석과의 차이를 새삼 느끼며 녀석 앞에서 한없이 작아짐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녀석에게 가진 마음의 빚으로 녀석의 불륜을 해결해 주고. 옆에서 녀석을 보필 아닌 보필을 하며 3년의 시간이 지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낮에 녀석이 갑자기 점심이나 먹자고 해 회사 근처 카페에서 녀석을 만났다.
“네가 웬일이냐?”
“쫘식~ 친구가 친구 만나러 못 오냐…”
“쒜에끼. 넌 친구의 뜻이나 알고 지껄이는 거냐?”
“어쭈구리. 이놈이 나한테 무지 서운했나 보네?”
“왜?? 뭘 또 부탁하려고?”
“세에끼~ 눈치 하나는… 키키…. 실은….”
순간 녀석이 지금 막 안으로 들어오는 아가씨에게 수신호를 한다.
그러자 보기에도 어려보이는 아가씨가 발랄하게 웃으며 녀석의 옆에 앉는다.
“인사해… 여긴 오빠 친구 한 승하….”
“안녕하세요. ”
“아. 네…”
“자식…인사해라. 네 형수님이다. ”
“뭐??”
순간 난 미시던 물을 쏟을 뻔했다. 녀석의 말뜻은 또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건데, 얼핏 보기에도 여자는 너무도 어려 보였고 거기다가 배가 한없이 불러 있었다.
“자식. 놀래긴… 앞으로 나 얘랑 새롭게 시작할거다. ”
“무. 무슨 소리야?? 너?”
“어때? 귀엽지? 역시 난 귀여운 스타일이 끌리는 것 같어…푸하하. ”
“아잉~ 오빠… 나 그래도 섹시하다는 소리도 들어. 헤헤. ”
“저. 저기. 너…”
“왜? 뭐 문제 있냐? 이 형님이 그래도 너한테 제일 먼저 소개하는 거야…”
“저기 아가씨. 잠시 자리 좀 비켜 주실 수…”
“왜? 그냥 말해… 얘도 알 건 다 아니까…”
“아냐 오빠. 그렇잖아도 나 병원도 가봐야 하고….”
“그래?? 내가 데려가야 하는데…”
“괜찮아요~옹…헤헤. ”
“내 카드 가지고 있지?”
“응…”
“병원 갔다가 맛난 거 사 먹어. 이따 저녁에 집으로 갈게. ”
“웅~ 아라 쪄~헤헤.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아…네…네…”
뒤로 조여 묶어 놓은 머리가 좌우로 흔들리며 녀석의 그녀가 밖으로 나갔다.
나가면서 녀석과 그녀는 연신 웃음을 주고받으며 창밖으로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입을 삐쭉 내밀고 뽀뽀하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뭐야? 너 제수씨가 알면 어쩌려고?”
“알아도 상관없어. 이혼할 거니까. ”
“무슨 소리야? 갑자기 나타나서 뜬금없이…”
“실은… 3년간 와이프가 갖지 못하던 아이를 승연이가 가졌어… 지금 8개월이야. ”
아마 아까 그 여자의 이름인 것 같았다…
“너 알지? 우리 집 대가 귀한 거…”
“야 임마. 그래도 그렇지… 제수씨하고 노력을 했어야…”
“할 만큼 했어. 몸에 좋다는 보약이란 보약은 다 지어 먹고 해볼 것 안 해볼 것다 했어… 그런데 안 생기는 걸 어쩌냐…“
“그렇다고…”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물론 내가 밖으로 많이 나 돈 것도 사실이야. 이건 네가 친구가 아니라 남자로서 날 이해해 줬으면 한다.“
물론 녀석이 그동안 내게 한풀이하듯이 아내의 임신을 기다려 온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다른 여자에게서 아이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
“좋아. 네 마음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럼 네가 알아서 이혼하고 데리고 살면 되지 왜 나한테 인사를 시키는 거냐?“
“친구니까…”
“이~쉐에 끼. 너랑 언제부터 내가 친구였냐?. ”
“나 솔직히 저 애… 아니 저 애 뱃속에 있는 아이 포기 못해…”
“그럼 와이프하고 상의해야지. 애를 키워달라고…”
“아니… 아이는 아이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야. ”
“저 애. 아니 승연이라는 여자애 몇 살이냐?”
“22살…”
“미친놈…”
“알아. 나도 내가 미친놈이란 거…”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너 대신 네 마누라 데리고 살라고?”
“에이~ 그건 아니고… 곧 내 아이가 나올 거야. 그 아이를 저 애와 내 호적에 올리고 싶어… 그러니깐 이혼할 수 있게 도와줘. ”
“뭘? 어떻게?”
“아마 아내는 나와 이혼하지 않으려 할 거야…그러니 네가…”
녀석의 말에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미친 새끼. 너 앞으로 연락하지 마~!!”
“승하야…”
“시끄러. 네가 인간이냐?”
“부탁한다…”
“시끄러. 나 간다.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사무실로 들어갔다.
녀석의 부탁…
난 담배를 연거푸 피워야만 했다. 어쨌거나 녀석은 우리 엄마 장례를 치러준 분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그리고 어찌 됐든 난 그 아들의 친구이다.
퇴근 시간 무렵 난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넌 다시 전화를 할 줄 알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래 고맙다. 이번 일만 해결해 주면 내가 정말 거나하게 쏠게…”
“아니…이걸로 너와의 인연이 끝났으면 한다. 넌 나를 친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그냥 학교 동창이라는 것뿐이다.“
“그게 그거 아니냐? 어쨌든 넌 친구의 부탁을…”
“아니 이건, 네 아버지에게 진 빚이 있기 때문이야. 이 일이 끝나면 너와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런 거라면 걱정 말아. 어차피 난 승연이하고 다른 곳에서 살 거니까…”
퇴근을 하고 녀석의 집으로 갔고 문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였다.
혹시 내가 정말 몹쓸 짓을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되돌아가기를 수십 번…
그리고 그 길에 담배를 한 갑 가량을 피워 대고서야 녀석의 집 초인종을 누를 수 있었다.
“이이가 늦네요. 전화도 안 받고. 아마 급한 환자라도 생긴 건가.”
“다음에 올 걸 그랬나 보네요.”
“약속하셨으면 오실 거예요. 심심하시면 그이 방에 컴퓨터라도…”
“이런 아파트는 얼마나 하죠?”
“글쎄요…”
“전 평생을 벌어도 못 사겠죠?”
“에이~ 아니에요. 승하 씨는 책임감도 있으시고 부지런하시잖아요. 분명히 이것보다 더 좋은 집을 사실 거예요. 그나저나 좋은 여자를 만나야 할 텐데…“
“제수씨 정도면 딱이겠는데…”
“어머? 호호 감사해라… 승하 씨는 듬직하시고 믿음직스러운 데다가 몸매 관리를 잘하셔서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으실 텐데… 왜 안 만나세요?“
“아직 제수씨만큼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사람이 안 나타나네요. ”
“호호. 오늘 기분 좋은 말씀만 해주시네요. 히히. ”
사실이었다. 처음 녀석의 아내를 보았을 때의 두근거림을 난 기억한다.
어쩜 그 이유 때문에 다른 여자가 눈에 차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녀석과 나보다 다섯 살이 아래인 서른 살의 여인….
이제 막 꽃이 활짝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여인의 나이….
“저. 괜찮으시면 현철이 올 동안 저랑 술 한잔하실래요?”
“어머. 전 술을 잘 못하는데. 호호…”
“뭐 그냥 말벗이라도… 마시다가 녀석이 오면 같이 마시고 늦어지면 그냥 가죠. ”
“식사라도 하셔야 하는데…저녁 드실래요? 저도 아직 식전인데…”
“아뇨. 그냥 술이 낫겠네요…”
“저 많이 못 한다고 흉보기 없기예요…호호. 잠시만요…”
녀석의 아내가 양주 한 병에 약간의 얼음과 육포, 과일을 깎아 내왔다.
난 긴장감에 연거푸 세잔을 들이켰다.
“천천히 드세요…”
“제수씨도 한잔하세요. ”
그녀가 쓴 인상을 쓰며 한 잔을 채 넘기지 못하고 잔을 내려놨다.
“현철이랑 처음에 어떻게 만나셨어요?”
“아 그이랑요? 그냥…소개로…”
“그러셨구나 어땠어요? 처음 봤을 때…”
“조금 실망했어요. 뭐랄까, 바람기도 다분한데다가 너무 볼품이 없어서…처음에 나보다 키도 작은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도 녀석이 꽤나 잘 살잖아요. 의사이고…”
“근데 살아보니까 다 소용없더라고요. 이제야 느끼는 건데, 역시 사랑이 밑바탕으로 깔려야…. 어머나, 이건 그이한테 말하지 마세요. 호호.“
“그렇죠… 아무래도 사랑이…”
┃비가 새는 여름날에 새우잠을 잔대도, 정든 님 함께라면 즐겁지 않더냐.
┃오손 도손 속삭이는 밤이 있는 한, 한숨이랑 쉬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양주 한 병이 바닥이 났다.
도저히 맨 정신엔….
서서히 감성이 이성을 지배해 오고 내 앞에서 두 잔을 마신 그녀의 얼굴이 취기에 수줍은 붉은색을 띠고 몸의 긴장이 풀리며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녀의 타이트한 하얀 쫄 바지를 위에 걸친 긴 티가 조금씩 영역을 벗어나면서 세로로 갈라진 틈새가 음란하게 보이고 내 속에 성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음란함 속에 단아한 자태가 내 자극을 억제 시키고 있었다.
“우리 그이…. 여자 있죠?”
“네? 무슨 소리 신지…”
“알고 있어요. 요새 외박도 잦고… 밤늦게 전화도 울리고. ”
“일. 때문이겠죠…”
순간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그녀는 알고 있는 듯했다.
“아뇨. 저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요. 연애할 때부터 줄곧 그이는 여자가 있었죠.
“그런데 왜….”
“왜 결혼했냐고 묻고 싶으신 거죠? 저도 아마 그 사람의 배경 때문에…”
“아뇨… 지금도 여자가 있을 거란 확신은….”
“그이… 집에 들어오지 않은 게 일주일 됐어요.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
“솔직히 그 사람과의 인연…. 끝내고 싶어요. 그런데 두려워요…”
“뭐가요?”
“이혼녀라는 단어…. 아직은 제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벗어나기 힘든 굴레죠. ”
“요새 그런 건 사는데 큰 이유가 되지 않는데… ”
“승하 씨라면… 저 같은 여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제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다면 그런 이유는 이유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렇구나… ”
“오늘 제가 여기 찾아온 이유는요… ”
“그이의 말을 전하러 오신 건가요?”
“네… 아뇨. 솔직히 현철이는 윤미 씨와의 이혼을 원하고 있어요…”
“역시 그런 거였군요…”
“그래서 제가 윤미 씨를 겁탈해서 녀석에게 이혼의 사유를 만들게 하려고 왔어요. ”
“네? 그 사람이 그렇게 하라고 하던가요?”
“죄송해요… 하지만 도저히 못하겠네요…”
“왜요? 친한 친구의 부탁이었을 텐데….”
“윤미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녀석과 난 친한 친구가 아니에요. 그저 녀석의 아버지에게 마음의 빚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