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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스와핑야설) 친구 부부와 떠난 여행 --(중편)

짤의민족 0 257 0 0

그렇게 게임파트너가 상대방의 배우자로 바뀐 이후, 게임의 목적은 `웃는 얼굴로 서로 염장 지르기`로 변해갔다.


`누가 더 상대방의 염장을 잘 지르는가!`


지금 생각하면 꼬락서니가 같잖은 모양새 같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해서….

물론, 그것을 핑계 삼아 평소에 꿈꿔온 은밀한 욕망도 채웠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실제로 혀를 주고받는 키스까지 하는 사태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너 벌칙수행을 너무 진지하게 하는 거 아니냐?"


혀를 주고받고, 실제 키스를 하는 것도 모자라 친구 녀석이 아내의 가슴을 손으로 슬쩍 만지는 것을 본 난 `이젠 한계다.`라는 생각에 그렇게 말했다.

즉, 그것은 분위기가 너무 과열된 것이 아니냐는 내 의견이자, 친구 녀석에 대한 경고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녀석의 대답은 걸 짝이었다.


"진지하긴. 벌칙이 약해서 진지해지다가 마는구먼."


그것은 한 번 갈 때까지 가보겠냐는 의미로 일종의 도전장 같은 거였다.


"깡다구 있다 이거냐?"

"표현하곤…. 기왕이면 배포가 크다고 해주라. 하하하~~"


녀석은 짐짓 호탕한 척 웃었다. 그사이 난 손수건으로 입술을 닦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았는데, 아내는 내 시선을 피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대로 친구 녀석의 기세에 무릎을 꿇고 실리를 찾을 것인가,

아님 친구 녀석의 기세에 맞대응하며 아주 갈 때까지 가볼 것인가의 사이에서 말이다.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때, 곁에 앉아 있던 친구 아내가 술상 밑으로 내 손을 잡았다.


"......!!"


따뜻한 온기가 손을 타고 전해져 왔다.

그리고 나만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나를 응원하는 그녀의 마음도 느껴졌다.

즉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이 나서 수습을 할 거라는 그런 느낌이 전해져 왔다.


"실컷 웃었냐?"


녀석의 웃음이 잦아진 후 난 그렇게 말했다.


"왜 또 웃게 해주게?"

"글쎄…. 앞으로도 계속 웃을 수 있을까 해서. 배포가 아무리 커도 한계가 있을 텐데 말이야."

"내 배포를 네가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가? 대단한 자신감이군. 도대체 얼마나 배포가 크길래…."


그러면서 난 웃었는데, 그 웃음이 녀석을 크게 자극한 것 같았다.

녀석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 채 한동안 말없이 소주를 거푸 마시며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별안간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 꽤 호기롭게 구는데, 진짜 자신 있어?"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나 보고 대답하란 거냐?"

"그랬나? 하하하~~ 좋아. 그럼 본론을 말하지. 이제 시간도 12시 넘었고 술도 적당히 했으니 그만 자는 게 어떨까? 지금의 파트너와 함께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눈빛은 반짝거리며 빛났다. 뭐랄까 마치 승기를 잡은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

순간, 나는 물론이고 두 여자도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 행동의 귀착점은 이곳일 텐데도 말이다.

그때의 기분, 뭐랄까? 50년 뒤의 죽음이 갑작스레 5일 후로 당겨진 기분이랄까?

난 아내를 보았다. 하지만 아내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내 시선을 피해버렸다.

난 고개를 돌려 친구 아내를 보았다. 조금 전, 손으로 전해 받았던 느낌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기대는 망상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낭패였다. 머리가 지끈하니 아파져 왔다.


`정말 이대로 꼴같잖은 감정싸움이 끝까지 가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생각뿐이었다. 현실에선 꼴같잖은 감정싸움이 아니라 자존심이 걸린 아주 중대한 싸움이었다.

도무지 무슨 자존심이 걸렸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결국 나는 이판사판의 막가파 결정을 내렸다.

중간에 내 아내나 친구 아내가 막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같은 것은 훌훌 벗어던져 버렸다.

즉 운명에 모든 것을 걸었다.


"뭐 좋아. 좋을 데로 해. 근데, 너 그러고 싶은 이유라도 있는 거냐?"


그러면서 난 짐짓 여유로운 척 웃어 보였다.

그러자, 녀석은 그런 내 웃음조차도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입을 뗐다.


"이유야 있지. 파트너는 바뀌었어도 팀은 안 바뀌었잖아."

"그래서?"

"무슨 말인지 몰라? 내일, 아침 준비와 청소하려면 아무래도 같은 팀끼리 한방을 쓰는 것이 효율적이잖아."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그런 이유로 친구의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 하겠다고 하는 놈은 아마 세상에서 그놈이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바보 같은 주장을 `바보 같은 주장`이라고 말하지 못한 나도 특이하긴 마찬가지였으며, 침묵으로 일관한 나의 아내와 녀석의 아내도 예외는 아니었다.


"왜 싫어?"


한참 동안 내가 말이 없자 친구 녀석은 실실 웃으며 그렇게 말했는데, 순간 속에서 욱하는 것이 치밀었다.


"전혀. 충분해."

"그래? 근데 왜 말이 없어?"

"당연한 거니까. 숙녀분들도 그래서 가만히 있는 거죠?"


난 여자들을 번갈아 보며 동의를 구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중재 요청을 한 것이었다.

그러자 녀석도 그런 것을 기대했는지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우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녀들은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침묵을 유지할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혹시, 기대하는 것일까?

여자들의 태도에 나는 마음이 심란했다.

비록, 내가 이판사판의 심리상태로 친구 녀석과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건 녀석도 마찬가지인 듯, 녀석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우리는 말없이 술잔을 비웠다.

서로의 항복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한 잔, 두 잔, 석 잔, 그리고 넉 잔째,

친구 녀석은 소주를 내 아내의 맥주잔에다 부었다.

그리고는 다른 빈 컵에다가 반쯤 비워냈다. 그런 뒤 두 잔에다 소주를 부었다.

일명 폭탄주를 만든 것이다.

녀석은 그중의 하나를 내 아내에게 권한 뒤 한 번에 잔을 비웠다.

그러자 아내도 잔을 들어 마셨다.

비록 두어 번 끊어 마시긴 했어도 아내 역시 잔을 깨끗하게 비운 뒤에야 내려놓았다.

그런 둘의 모습에서 합환주를 나누어 마시는 신랑과 신부가 떠오른 나는, 기분이 더 엉망이 되면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런데 그건 아내와 친구 녀석이 미워서가 아니라 `내가 먼저 해야 했는데….`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 더 할 말이 없으면 그만 일어날까?"


내 아내가 잔을 내려놓자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녀석의 뒤를 따라 내 아내도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발그레한 아내의 양 볼이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들었다.

생각이 없는 여자일까?

그때만큼 아내가 밉게 보인 적이 없었다.

어쨌든, 상황은 중재자 하나 없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럼 우리 먼저 들어갈게. 피곤해서 말이야."


그리고는 녀석은 내 아내의 허리를 한쪽 팔로 두르고서 방으로 향했다.


속에서 천불이 났다.

기왕 이렇게 될 거였으면 내가 먼저 일어났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밀려오면서 감정이 격해졌다.

난 소주로 그런 격한 감정을 달래며 방으로 들어가는 아내를 바라보았다.

하늘하늘 걸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나의 아내가 저렇게 아름다운 뒷모습을 가졌었던가?

아내의 쫓아 집까지 왔었던 한 사내가 떠올랐다.


"풋~~"


나도 모르게 입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쿵~!"


녀석과 아내가 들어간 방의 문 닫히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렸다.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 그 방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 만화 `캔디`가 생각났다.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난 캔디처럼 참고 또 참았다.

그렇게 분노를 참는 동안 `딸깍`하며 작은방의 문을 통해 아내가 나왔다.


"......!"


나는 숨을 멈추었다.

아내의 손엔 가방이 들려져 있었다.

큰방으로 가는 것일까?

온몸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아내가 들어간 곳은 욕실이었다.

욕실 문 닫기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의 기운도 다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욕실에서 아내가 무엇을 할지는 뻔했다.

나와 섹스를 할 때면 먼저 늘 샤워를 했던 아내였으니까.


욕실에선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다.

`어디를 씻고 있을까?`

아내를 상대로 그런 생각을 해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보지를 집중적으로 씻겠지? 녀석에게 빨려야 될 테니까.`

생각하기 싫어도 절로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언젠가 무속인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신명이 항상 맑은 건 아냐.

맑을 때도 있고 흐릴 때도 있어.

흐릴 때는 점괘가 안 나와.

하지만 그게 힘들진 않아.

손님을 안 받으면 되니까.

근데 아주 맑은 날은 힘들어.

보기 싫은데도 막 보이거든.

그래서 밖으로 나가기가 무서워.

그리고 손님 받기도 무서워.

장난으로 오는 게 아니라면 깨끗한 손님이 오는 예는 없으니까.

험한 귀신을 선명하게 본다는 거...

정말 힘들어.

아무리 내가 이 일을 한다지만 나도 사람이거든.`


내가 딱 그 짝이었다. 

생각하기 싫은데도 욕실 안의 아내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곁에 앉아 있는 친구아내에게 신경을 써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잠시 후, 샤워를 마친 아내는 가운을 걸치고서 욕실을 빠져 나왔다. 

보나마나 가운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을 것이다. 

섹스 전에 샤워 할 때에는 늘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내가 아내에게 심어 놓은 습관이었다.


`가운만 입고 들어와. 안에 아무것도 입지 마.`

신혼 초, 꼭 샤워해야 한다는 아내에게 매번 했던 말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여성의 기질이 있는 아내는 언제나 속 옷을 입고 방으로 들어왔었다.

그런 아내를 바꾸기 위해서

`속옷을 벗어 놓고 가운만 입고가. 그렇지 않으면 샤워 못해.`

라는 꼼수를 썼었다.


아내는 울 듯한 표정으로 애원하며 매달렸었는데 난 철저하게 무시하며 결국은 내 의견을 관철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난 아내의 성벽을 하나씩 하나씩 무너트렸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대단한 것을 무너트린 것은 아니다.

아내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보니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같은 일이었다.


그래도 나열하자면, 불 켜고 섹스하기, 후배위 시도하기, 여러 체위 해보기, 함께 포르노 보기, 아내 보지 빨기, 아내가 내 자지 빨게 하기, 카섹스 해보기….

한마디로 아내는 `내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한 작품이 아니었다.

나 혼자만을 위한 작품이었다. 

철저하게 나 혼자만을 위한......


나는 아내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욕실에서 나온 아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녀석이 있는 작은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탁 -하고 문을 닫았다.

그 순간 가슴 한편이 텅 비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친구 아내도 마찬가지였을까?

곁에서 나직하니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제 정말 끝이네."


그 말에 그녀를 보니 고개를 숙인 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왠지 처량한 패자의 모습 같았다.

만약, 우리가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면 달랐을까?

나는 잔에다 술을 채운 뒤 단숨에 들이켰다.

뇌리에 아내가 들어간 작은방의 풍경이 그려졌다.


`알몸 상태로 아내를 기다리던 녀석은 아내를 침대에 눕히겠지?

그럼 아내는 다소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힐 테고.

그리고 첫 섹스인 만큼 키스부터 시작하겠지?

키스하는 동안 아내의 가운은 녀석의 손에 의해 풀어헤쳐질 테고.

그럼 눈처럼 하얀 아내의 나신을 녀석도 보겠군.`


겨우 그렇게만 생각했는데도 속이 터지도록 화가 치밀었다.

생각을 더 하다가는 머리가 어떻게 되거나, 울컥하는 마음에 사고라고 칠 것만 같았다.

나는 뭔가 다른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곁에 앉아 있는 친구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아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죠?"


친구 아내의 목소리엔 노기가 섞여 있었다.


"싫으신가요?"

"그럼 정서 아빠는 좋으신가요?"


당연한 반문이었으나 어투가 상당히 귀에 거슬렸다. 

난 그녀를 가만히 보았다. 

시선을 느껴서인지 그녀도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는데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화가 난 것일까?


'그 정도로 싫었으면 진작에 나설 것이지.'


왠지 웃기는 여자 같았다. 그래서 오랜 짝사랑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기에 난 조용히 잔에다 술을 채웠다.


그때, `아웅.......`하는 신음소리가 작은방에서 새어 나왔다.

순간 온 몸에 전기가 찌르르 흐르며 소름이 돋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짧게 헛기침을 하면서 잔을 비웠는데 술이 맹물처럼 아무런 맛도 안 났다.


"소감이 어때요?"


친구 아내는 빈정대듯이 물었다.


"묘하군요."

"그뿐인가요?"

"더 있어야 하나요?"

"저건 정서 엄마의 신음소리에요. 비디오 소리가 아니라."


그녀는 내 주의를 환기시키 듯 말했다.


"보기보다 오지랖이 넓군요."

"무슨 말이죠?"

"지금 혜원 엄마가 신경을 쓰는 것은 제 아내를 신음하게 만드는 혜원 아빠 아닌가요?"

"그게 차이가 있나요?"

"남자와 여자 차이죠."

"말장난할 기분 아니에요."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해요. 제 말은…. 간단히 말해서,

지금 들리는 신음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우리도 만들 거란 뜻이죠.

그러니까 의미를 지나치게 부여하지 말라는 겁니다.

저와 할 생각이 있다면…."


"......"


분위기상 나와 섹스할 생각이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친구 아내는 그러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침묵했다.


`이 여자도 나만큼이나 마음이 복잡한가 보군.`


난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아앙... 아응...`


작은방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졌는데 나는 은근히 아내가 걱정되었다.


`이 녀석이 도대체 내 아내에게 무슨 짓을 하길래 이래?`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아내의 숨겨진 면이 또 있었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착잡해지기도 했다.


"제 아내가 오늘 꽤 흥분했나 보군요."

"......"

"우리도 그만 들어갈까요?"


난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향해 먼저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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