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근친야설) 후배의 아내 그리고, 처제를 안은 남자 (상)
바람이 분다. 턱선 아래에서 안으로 굽은 인선의 단발머리 칼이 바람에 흩날리며 가로등 불빛에 부서지자 작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면회 시간이 끝난 늦은 밤에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병동을 나선 준하는 주먹 하나가 들어갈 간격을 두고 처제인 인선 와 나란히 걸었다.
인선은 준하의 아내와 친자매간은 아니었지만 어릴 적부터 양 집안 간이 터놓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에서 자라온 친언니 친동생처럼 가까운 관계였다.
그래서 결혼 후에도 인선이 준하를 형부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같이 오지 그랬어?"
"그이, 유럽으로 출장 갔어요. 요즘 환율이 올라서 수출이 잘 되나 봐요."
"그래? 잘 됐네. 요즘 다들 어려운 모양이던데."
준하보다 네 살이 적은 유인선과 동갑으로 그녀의 남편인 이중재는 유명한 의류업체의 사장이었다.
내수보다는 주로 수출에 의존한 사업이라 그런지 그는 일 년의 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사채의 큰손인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이 워낙 많은 데다가 이제 겨우 이십 대 후반이면서도 사업 수완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좋아서 그의 사업은 날로 번창하는 중이었다.
일취월장이라는 고사 성어는 바로 그에게 쓰는 말이었다.
인선 와 중재는 대학시절의 캠퍼스 커플로 지금은 결혼한 지 이 년이 조금 넘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더구나 중재는 삼대 독자였다.
병동 앞 의자에 앉아서 서로 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몇몇 남자들의 시선이 조금 전부터 이따금씩 검은색 정장을 입은 인선의 늘씬한 자태를 흘끔거렸다.
대학에서 리듬체조를 전공했던 인선은 같은 과 동기생 중에서도 가장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168Cm의 늘씬한 키.
사실 일반인으로서는 보통이 조금 넘는 신장이지만
체조 선수에게는 너무나 큰 키 때문에 특출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인선은 리듬 체조 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체조 교사의 직을 선택했었다.
불룩한 젖가슴. 잘록한 허리선, 위로 치켜올라간 요염한 엉덩이.
그 아래로 군더더기 살도 없이 내려가는 미끈하게 빠진 종아리.
청순함을 가득 머금은 눈동자에 뚜렷한 윤곽을 가진 아름다운 얼굴.
준하는 아내와 섹스를 하며 절정으로 올라갈 때마다 인선의 벗은 몸을 그리고 있었다.
사실 준하는 아내를 알기 이전에 인선을 먼저 알고 있었다.
처제인 인선은 준하의 대학 후배였다.
준하가 군에서 제대한 3월에 복학을 하고 처음으로 본 것은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나리가 아니고 인선의 신선하고 화사한 젊음이었다.
준하는 그때 마루판에서 나비처럼 날고 있는 인선을 보고 넋을 잃었었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무리를 지어 같이 어울렸다.
그런데 그때 준하와 동서가 될 중재가 무리 중에 끼어 있었다
뭇 청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인선은 역시 준하의 마음도 가슴깊이 사로잡았다.
인선도 은근히 다정다감한 준하에게 끌리고 있는 눈치였다.
그러나 우유부단한 성격의 준하는 마음속으로만 인선를 그릴뿐 언제나 소극적이었다.
결국, 몇 번의 계절이 지났을 때 인선은 자신도 준하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중재와 캠퍼스 커플이 되었고,
준하는 인선를 늘 보기 위하여 중재의 소개로 그녀의 언니인 지금의 아내를 만나고 선택했다.
바람결에 실린 인선의 향내가 훅하고 코끝에 감겨왔다.
샤넬 N'5던가. 인선은 언제나 샤넬 5번의 후로랄 향수를 쓴다.
"형부!"
옷 위로 구석구석을 더듬는 남자들의 끈적한 시선을 의식한 인선이 갑자기 준하에게 깊은 팔짱을 껴왔다.
상황을 파악한 준하는 가볍게 웃었다.
블라우스 안에 숨어있는 인선의 뭉클한 젖가슴이 준하의 가슴에 닿았다.
느낌이 새롭다.
준하는 가슴이 뛰었다.
여느 날처럼 알몸의 인선을 안고 몸부림을 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꿈속의 일일뿐 형부와 처제 사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병원 정문 앞 주차장 쪽으로 걷고 있는 중에도 인선의 밀착된 젖가슴은 준하를 자극하고 있었다.
밤늦은 시각이라 이제 병원 안은 오가는 이도 없었다.
인선이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기대왔다.
아내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젖가슴의 뭉클한 자극이 준하를 계속 어지럽게 만들었다.
미색의 블라우스와 브래지어 아래에서 숨 쉬고 있을 인선의 젖가슴은 어떨까?
밥공기를 엎어놓은 듯한 아내의 유방과 다를까?
준하는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삼켰다.
흘끗 본 인선의 붉은 입술은 여느 때처럼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길 안쪽 어두운 건물 먼 구석에 기다란 나무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저리 좀 가서 앉을까?"
"네에."
두 사람은 연인처럼 어둠 속 의자에 붙어앉았다.
오늘은 어쩐지 밤바람이 신선한 느낌이었다.
준하의 아내는 오늘 아침에 제왕절개로 아들을 낳았다.
준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 모두가 기뻐했음은 물론이었다.
그런데 준하는 처제에게만큼은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인선이 어깨를 기대왔다.
인선의 목덜미에서 풍기는 농염한 살 내음에 준하는 잠시 정신이 아뜩해짐을 느꼈다.
"고마워. 처제. 이렇게 와 줘서."
시간이 늦었는지, 그때 건물 앞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던 가로등 불빛마저 어둠 속으로 사그라들었다.
두 사람은 이제 어둠 속에 잠겼다.
그래도 인선은 게이치 않았다.
"뭘요. 언니 문병 오는 거야 당연한데요."
"그래도. 동서가…"
"괜찮아요, 형부. 그 사람도 이해할 거예요."
"처제도 어서 애를 가져야 할 텐데."
준하는 자신의 말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준하는 중재와 같이 했던 한 달 전의 술자리를 떠올렸다.
술자리는 언제나 그렇지만 중재가 대접하는 것으로써 강남의 룸쌀롱에서 이루어졌다.
평범한 봉급쟁이 과장인 준하는 사실 동서인 중재와의 술자리가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자리인 셈이었다.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취한 중재는 술 시중을 들고 있던 짧은 치마의 여자들에게 잠시 나가라는 손짓을 하고는 준하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취기가 잔뜩 오르기는 했어도 중재의 정신은 말짱한 상태였다.
"형님 제가 글쎄 무정자증이랍니다. 여자에게 임신을 시킬 수가 없데요."
"그래도 희망이 있겠지. 자연치유될 수도 있고?
정자도 몸이 건강해지면 생길 수 있는 거 아냐?
자네야 원래 건강한 체질이니까 일만 무리하지 않고 좀 쉬면 달라질 텐데.
아예 무정충도 아니고 정자의 양이 부족한 거라며?"
"병원에서는 희망이 없답니다."
"그럼, 아이를 입양시키지 그래."
"내키지가 않습니다. 혈육이 아닌 아이에게 대를 물린다는 것도 그렇고."
"…"
안타까운 일이었다.
심각한 얼굴로 중재는 잠시 후에 결심했다는 듯이 준하의 손을 부여잡았다.
"형님! 인선이가 불쌍합니다. 저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가 없다니…"
중재의 눈가에 금방 이슬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이 사람, 걱정하지 말아. 나아지겠지."
"아닙니다, 아니에요."
중재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형님, 저희 부부에게 아이를 하나 주십시오."
"아이를? 자네 호적에 입적시키라는 말인가?"
"…"
"그러고도 싶지만 이제 나도 아내가 첫아이 임신 중인데."
"우리 부부의 어느 한쪽의 핏줄이라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정자를 제공해 달라는 말인가?"
"아닙니다. 병원을 이용할 경우에 소문이 날 염려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쩌자는 건가?"
"제 아내가 형님의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준하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는 듯 머릿속이 충격으로 멍해졌다.
그러면서도 이성과 다르게 아랫도리는 저 혼자 묵직해지고 있었다.
"뭐라고? 나보고 처제와 자라는 말인가? 자네 제정신이야?"
"형님! 부탁입니다."
"오늘 말은 못 들은 걸로 알겠네."
"저는 형님이 들어주시리라고 믿고 있겠습니다."
중재는 그 말을 하고는 여자들을 불렀다.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처제 부부의 사연을 애써 모른척하기도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아이에 대한 희망을 접기에는 인선은 너무나도 젊고 아름다웠다.
"…"
"병원에는 가봤어?"
"네에."
"병원에서는 뭐래?"
"정자은행을 권유하고 있어요."
"정자은행이라니?"
"그런데 그 사람이 그게 내키지가 않데요."
인선은 주저하고 있었다.
"무슨 문제가 있어?"
"그이가 무정자증이라는 건 형부 말고는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 정자은행을 이용하면 아무리 비밀이 보장된다고 해도 언젠가는 알려질 거예요.
게다가 의사인 그이 삼촌이 하필이면 정자은행에서 선임으로 근무하잖아요.
정자은행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아버님이 알게 되면 난리가 날 거예요."
인선은 긴 한숨을 쉬며 준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준하는 이럴 때 처제인 인선을 위로라도 해주어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향수와 섞인 살 내음이 풍겼다.
준하는 인선에 어깨에 슬며시 팔을 둘렀다.
"어떡해요."
인선은 한숨을 내쉬면서 어깨를 들썩인다.
"괜찮아. 좋은 방법이 있겠지."
준하는 인선의 어깨의 두른 팔에 힘을 주었다.
준하가 팔에 힘을 주는 바람에 인선의 몸이 준하의 품에 안기는 형상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인선은 몸을 빼려고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편이 어색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두 사람의 얼굴이 옆으로 맞닿아 있었다.
준하는 인선의 더운 숨결을 느끼고 있었다.
인선도 마찬가지였다.
사방은 어두웠다. 뺨에 얼굴이 닿은 채로 준하는 잠시 인선을 안고 있었다.
멀리 길가도 이제는 왕래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언제나 준하는 인선을 한 번 품 안에 보듬고 싶어 했다.
지금 인선은 준하의 뺨에서 얼굴을 떼려 하지 않고 있었다.
준하는 팔로 인선을 꼬옥 끌어당겼다.
그러자 인선이 몸을 틀며 앞을 보고 있던 얼굴을 준하에게 돌렸다.
자연스럽게 얼굴이 정면으로 마주 닿았다.
인선은 눈을 감고 있었다.
늘 촉촉한 인선의 입술은 거의 준하의 입술에 닿을락 말락 했다.
인선의 더운 숨결이 준하의 입가에 닿았다.
그것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준하는 그래도 가만히 있었다.
갈등으로 호흡까지 제대로 내쉬지를 못했다.
그러자 인선이 손바닥을 준하의 허벅지 안쪽에 살며시 얹었다.
허벅지 위에 가만히 얹은 인선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 손의 열망은 무척 뜨거웠다.
주위는 이제 완전히 어둠 속으로 파묻혀버렸다.
인선은 준하의 입술에 입술을 살짝 대었다.
"형부…!"
열망의 숨결을 타고 침묵이 흘렀다.
"안아주세요!"
어깨를 기댄 인선의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흐트러지고 있었다.
"처제!"
준하의 공중에 뜬 목소리에 인선의 몸이 품으로 허물어져 내렸다.
순간 '준하야! 이러면 안 돼.' 하는 내심의 소리에 준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처제."
뒷말이 없자 인선이 말없이 준하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그만 가지."
어색한 침묵이 서로 체온을 보듬고 있는 두 사람의 공간을 멀게 했다.
준하가 열기를 깨며 일어섰다.
"집으로 가서 차 한잔 마시고 가."
인선은 운전을 하고 있는 동안 아무런 말 없이 전방의 자동차 흐름만 주시했다.
열어 놓은 차창으로 들어온 바람에 인선의 머리칼이 흩어져서 이마 위에 헝클어졌다.
그래도 인선은 머리칼을 쓸어올리지 않고 가만히 운전만 했다.
준하의 아파트에 도착해서야 인선은 머리칼을 단정히 하고는 가라앉은 음성으로 준하에게 말을 건네었다.
"다 왔어요, 형부."
준하가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여는 동안에도 인선은 엔진을 끄지 않고 운전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처제는 안 내려?"
"그냥 들어갈게요."
"동서도 없다면서, 늦었지만 커피라도 한잔하고 가지."
준하는 인선을 어색한 기분에서 이대로 보내기가 미안했다.
인선은 잠시 동안 핸들을 잡은 채로 있다가 머쓱한지 키를 돌려 엔진을 껐다.
"그럼, 차 한잔 마시고 갈게요."
준하가 앞장 서자 인선이 뒤를 따라 아파트 계단을 올라갔다.
현관문 앞에서 준하가 열쇠로 문을 여는 동안 인선이 어색함을 털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애인처럼 다시 팔짱을 꼈다.
준하가 쳐다보자 인선은 생글거리며 웃었다.
"들어가요."
"그래."
아침에 나오면서 설거지통에 물만 적셔놓은 그릇 탓인지 좁은 아파트 안에서 퀴퀴한 음식 냄새가 풍겼다.
"환기를 시켜야겠어요."
"그냥 놔 둬. 처제가 오니까 갑자기 공기가 상쾌해지는데 뭘…"
"후후! 그래요?"
인선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럼 설거지라도 해야겠어요."
"그래 줄래? 고마워 처제."
인선은 자신의 부엌인 것처럼 익숙하게 그릇들을 닦았다.
준하는 소파에 앉아서 설거지를 하는 인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준하는 밀폐된 공간에 처제와 같이 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어쩐지 오늘은 감정이 색다르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병원의 어둠 속에서 나누었던 따뜻한 체온 탓일까.
준하는 인선의 뒷모습을 훑어보며 성욕을 느끼고 있었다.
설거지를 끝낸 인선이 손의 물방울을 툴툴 털고 싱크대 위에 늘 놓여있는 커피 메이커에서 원두커피 두 잔을 머그잔에 뽑아들고 거실로 나왔다.
인선은 준하의 옆에 바싹 붙어앉았다.
사실 그것은 2인용 소파였기 때문에 누구라도 당연히 붙어 앉게 되어있었다.
"처제와 같이 마셔서 그런지 커피가 첫맛부터 좋은데?"
"후후! 그래요?"
인선은 뜨거운 커피잔을 두 손으로 쥐고 입김을 훌훌 불었다.
머그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커피를 어느 정도 마시자 준하는 머그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텔레비전을 켜기 위해 리모컨을 찾았다.
그러나 리모컨은 어디에도 없었다.
"처제."
"네에 형부."
"할 얘기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