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키넷야설) 거미 여인의 정사
팽팽하게 살이 오른 여인의 가슴이 사내의 시선을 긴장시켜왔다. 그 나이라면 가슴이 밑으로 늘어지게 마련인데 여인의 가슴은 오히려 솟아오르고 있는 것 같았다.
젖 봉우리 하나가 한 손으로는 넘치지 싶게 컸다. 가슴에 비하면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 있었고 둔부는 풍만한 편이었다. 전형적인 요부의 몸이었다.
그러나 여인의 몸을 잿빛 투피스가 감싸고 있어 요조숙녀처럼 보였다.
머리도 뒤로 묶어 틀어 올린 탓에 한결 세련되고 우아한 차림이었다. 다만 눈매가 곱지 않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앞으로 우리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다."
사내가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사내의 냉혹한 성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돈은 아낌없이 투자한다. 그러나 배신하면 피차 끝장이야."
"협박하시는 거예요?"
여자가 비로소 입꼬리에 미소를 달고 물었다. 비웃음기가 담긴 말투였다.
"비밀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야."
"그만한 것쯤은 알고 있어요."
"어때, 할 수 있겠어?"
"돈이라면 사람도 죽이는 세상 아녜요?"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냐."
"어차피 시작한 일이에요. 나도 이번 기회에 한밑천 잡아야죠..."
"좋아, 그럼 한 5년만 같이 뛰자구..."
"좋아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이제 축배를 들까?"
사내가 탁자 위에 놓인 잔에 양주를 반쯤 따라서 여인에게 건네 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랐다.
"자, 우리 사럽을 위해 건배!"
"건배!"
사내와 여인은 잔을 가볍게 부딪치고 술을 입 속에 털어넣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땀을 내야지?"
"마다하지 않겠어요."
여인이 요염하게 웃으며 잔을 놓고 성급하게 옷을 벗으려고 했다. 그러자 사내가 재빨리 제지했다.
"서두르지 마."
"그 자가 기다릴 거예요."
"그렇다고 마지막 정사를 망칠 수는 없어."
사내가 여인의 뒤로 돌아가서 목덜미에 입술을 부벼댔다. 그리고는 손으로 여인의 팽팽한 가슴을 감싸안았다.
"너는 불 같은 여자야."
"불이요?"
"불처럼 뜨거운 여자라는 뜻이야."
"뜨겁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어요?"
그러나 사내는 대꾸하지 않고 여인의 스커트를 걷어올리고는 손바닥처럼 작은 천이 감추고 있는 부드러운 곳을 쓰다듬었다.
여자가 둔부를 비트는 시늉을 하면서 입을 벌리고 신음소리를 내질렀다.
"갈수록 뜨거워지기만 해! 온통 욕망의 덩어리야..."
"그래서 싫은가요?"
"싫기는!"
"난 욕심이 많아요."
"웬만한 사내들은 너하고 같이 살다가는 제 명에 못 죽을 거야."
사내의 입김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여인은 손을 뒤로 하여 사내의 바지 앞춤으로 손을 밀어넣었다.
그와 함께 사내의 손도 여인의 부드러운 천 속으로 들어와 맨살을 만지기 시작했다. 이내 여인의 숨이 가빠져 왔다.
"침대로 가요."
여인이 은밀하게 속삭였다.
"늘 같은 스타일은 싫어."
사내가 여인의 부드러운 천을 무릎으로 끌어내렸다. 그러자 여인이 스스로 발을 이용해 그것을 벗었다.
사내는 여인의 희고 뽀얀 목 뒤에 붙어 있는 지퍼를 잡아당겨 투피스 상의를 벗겼다.
여인의 살이 눈처럼 희었다. 가슴은 분홍빛 브래지어로 가려져 있었다. 그는 여인의 브래지어마져 벗겨내고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 안았다.
"엎드려."
사내가 명령하듯이 말했다. 여인이 무어라고 대꾸할 듯하다가 그만두고 카페트 바닥 위에 엎드렸다. 스커트는 그대로 입은 채였다.
사내는 재빨리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여인의 엎드린 자세가 야릇하게 그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잠깐만요."
그가 옷을 다 벗고 여인을 뒤에서 안으려 하자 여인이 몸을 일으켰다.
"왜 그래?"
"담배 한 대 피우고요."
여인이 탁자 위에 놓은 담배를 꺼내 물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여인 앞에 무릎을 꿇듯이 앉았다. 희고 매끄러운 여인의 허벅지에 눈이 부셨다. 그는 여인의 허벅지에 입술을 갖다 댔다.
여인은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빨면서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는 여인의 스커트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음...!"
그러자 여인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신음소리를 뱉었다. 여인은 담배를 재떨이에 놓고 사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드문드문 흰 머리가 섞여 있는 머리카락이었다. 나이가 50이 가까운 탓이었다. 그러나 기름기가 없고 군살이 없는 사내의 몸이었다.
"그, 그만...!"
여인이 신음처럼 외쳤다.
"괜찮아?"
"좋아요!"
"엎드려 봐."
여인이 재빨리 카페트 바닥으로 내려와 엎드렸다. 그러자 사내가 여인을 뒤에서 안았다. 여인은 허리를 낮추고 둔부를 바짝 들어 올랐다.
"윽!"
여인의 입에서 다시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사내가 여인의 몸 깊숙이 침입해 들어오고 있었다. 여인은 카페트 바닥을 움켜쥐었다.
사내가 여인의 몸을 헤집어 놓을 것만 같았다.
사내의 공격이 제법 그럴싸했다. 그러나 여인을 절정에 이르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인은 이미 사내와의 오랜 교접으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의 오만한 콧대를 더 높여 주기 위해 숨 넘어가는 시늉을 해야 했다.
여인은 일부러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사내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배에 기름기가 없고 군살이 붙지 않았다고 해도 늙은 사내였다.
어느덧 사내의 공격이 느슨해지고 있었다.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여인은 잔뜩 낮추었던 허리를 천천히 들었다. 그러자 사내가 자연스럽게 여인의 가슴을 안고 뒤로 주저 앉았다.
여인은 사내를 눕히고 탁자 위의 담배를 물고는 연기를 빨았다. 사내는 눈을 감고 있었다.
여인은 담배를 입에 물고 사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힘찬 공격 이었다. 벌써 사내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벌써 끝을 향해 가면 어쩌자는 거야?)
그녀는 슬그머니 부아가 났다. 그러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이제서야 몸이 더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내가 벌써 기적을 울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여인은 공격을 늦추었다. 사내의 사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 였다. 그러면서도 여인은 신음소리를 잊지는 않았다.
사내가 여인의 가슴을 잔뜩 움켜쥐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병신!)
여인은 입에 물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사내의 가슴 위에서 내려왔다.
여인의 피둥피둥 살찐 알몸을, 그것도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짓물러 터질 것 같은 30대 여인의 농염한 알몸을 껴안는 것처럼 신나는 일이 없을 터였다.
담배를 입에 물고 천정을 쳐다보면서 망치는 상상만으로도 아랫 도리가 뻐근했다.
생각해 보면 벌써 2년 반이나 계집의 엉덩이짝 한 번 두드려 보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학교(교도소)에서 허송 세월을 한 탓이었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가 있을 때도 행여 자신의 연장이 녹슬지나 않을까 하여 매일같이 쓰다듬고 어루만지곤 했던 망치였다.
법무장관이 주는 졸업장(출감 증명서)을 받고 나온 처지에 마수걸이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
아쉬운 김에 수원 시외 버스 터미널 근처의 사창가에서 반반한 계집 하나 사서 우선 연장 부터 목욕시키고 서울로 올라온 망치였다.
서울에 도착하자 먼저 양마담을 찾았다.
조직에 얼굴을 먼저 디밀어야 했으나 사장마저 형사들에게 딸려 들어가 온전하게 남아 있는 식구들이 없었던 탓이다.
학교에서 망치가 2년 반 동안 복역하고 있을 때 그가 소속되어 있던 여수파가 경찰 정보원의 밀고로 풍지박산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졸지에 회사가 망해 망치는 갈 곳이 없어진 것이었다.
그래도 양마담이 틈틈이 면회를 오고 영치금을 넣어 주어 교도소에서의 2년 반이 그다지 적적하지는 않았다.
그 동안 양마담은 돈푼깨나 번 모양이었다.
서른 평이 채 못되는 아파트지만 명색이 맨션을 꿰어 차고 있었고, 앙징맞게 생긴 빨간 승용차도 하나 갖고 있었다.
몸뚱이에 걸친 옷이라든가 패물도 제법 값이 나가는 것들이었다. 놈팽이 하나 야물딱지게 물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망치가 찾아 갔을 때 반색을 하면서 아파트 열쇠를 내어 주는 폼이 기둥서방은 없는 눈치였다.
그것도 아니면 놈팽이와 헤어지면서 아파트 하나 얻은 푼수 같았다.
어쨌거나 상관없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아랫도리의 사정을 달래는 일이었다.
워낙 오랫동안 굶어 지낸 탓에 계집의 아파트에서 풍기는 화장품 냄새에도 아랫도리가 불끈 일어서 있는 것이다.
양마담은 자정이 지나야 귀가할 것이다. 술집 얼굴 마담 일이 언제나 그런 줄을 뻔히 알면서도 망치는 짜증이 났다.
양마담이 외박이라도 나가는 날이면 말짱 도로묵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편네한테나 가는 건데' 망치는 후회를 했다.
여편네야 아무 때나 치마끈 풀라고 해도 상관이 없어 좋았다. 그러나 여편네한테 가려면 돈이 있어야 했다.
2년 반 동안이나 상판떼기 한 번 비치지 않고 있다가 빈 몸으로 불쑥 여편네 치마자락이나 들추러 기어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랬다가는 그러잖아도 유난히 흰자위가 많은 여편네의 눈이 아예 사팔뜨기가 될 것이다.
양마담에게 다소 얼마라도 돈을 빌려야 했다. 양마담은 여수파가 아지트처럼 드나들던 변두리 허름한 카페의 얼굴 마담이었다.
임자를 제대로 만나지 않아서 그렇지 인물이며 몸뚱이가 여간 요염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양마담은 속살이 실 했다.
껴안고 있으면 풍선처럼 말랑말랑한 가슴, 희고 매끄러운 허벅지, 따뜻한 복부가 사내를 녹신녹신 녹일 것만 같았다.
망치는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문질렀다. 날씨가 후덥지근했다. 밤이 되었는데도 푹푹 찌는 더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었다.
창문에 에어콘이 붙어 있기는 했으나 사용법을 모르니 무용지물이었다.
에어콘 사용법은 죄 영어로만 씌어 있었다. 망치는 영어를 전혀 몰랐다. 영어뿐이 아니라 한글마져 띄엄띄엄 읽었다.
망치는 국민학교조차 다닌 일이 없었다.
망치는 끈적거리는 땀을 식히기 위해 욕실에 들어가 찬 물로 샤워를 하고 벽찬장에 있는 양주를 한 병 비웠다.
자정까지 잠들지 않고 양마담을 기다리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양마담이 돌아온 것은 10시도 채 못 되어서의 일이었다.
거실의 소파에 앉아 팬티 바람으로 TV를 보고 있는 망치를 향해 얌마담이 먼저 피식 웃음을 날렸다.
"팔자 좋네!"
양마담이 노래하듯이 조잘댔다. 잿빛의 투피스 정장 차림이었다.
"일찍 들어오네?"
망치가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찍 들어와서 실망했어?"
양마담이 비닐백에서 양년통닭 상자를 탁자 위에 꺼내 놓았다.
"웬 통닭이야?"
"영양 보충해야지..."
양마담이 눈웃음을 쳤다. 그 동안 가슴이 더 커졌지 싶었다.
"영양 보충시켜서 어디에 쓰려고?"
"잡아 먹지 어디에 써?"
"이것 가지고 근수가 나가겠어?"
"근수 안 나가면 난 나가는 대로 잡아먹지..."
"형편이 궁한 모양이지?"
"궁즉통이랬어."
양마담의 눈꼬리가 살짝 찢어졌다. 말대꾸를 하는 푼수가 만만한 데가 없었다.
"맥주는 냉장고에 있으니까 먹고 있어. 벌써 한 잔 했잖아?"
"양주병에 먼지가 앉은 것 같아서 비워 버렸어."
망치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어쩐지 양마담의 위세가 당당해 주눅이 드는 느낌이었다.
"나 샤워 좀 할게."
양마담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한 두 번 살을 섞은 적은 있었으나 내외처럼 지내던 사이가 아닌데도 양마담은 스스럼없이 옷을 벗고 있었다.
망치는 아랫도리가 또 불끈 솟아올라왔다.
"그 물건 아직도 정정한가 모르겠네."
양마담이 시미즈를 벗어 던지고 망치의 아랫도리를 곁눈질했다.
"닳아버린 냄비에 비길까?"
망치가 이죽거렸다. 혓바닥 길이를 대어 보아도 계집보다야 길것이다.
"믿어두 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어디?"
계집이 소파에 앉더니 망치의 연장을 덥썩 잡았다.
"에그머니!"
계집이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했다.
"왜 그래?"
"이 물건이 살아서 펄떡거려!"
계집이 호들갑을 떨었다.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놈이지."
망치가 한껏 뽐내며 팬티를 벗어 던졌다.
"통닭 안 먹어?"
제 허벅지를 더듬은 망치의 손을 잡으며 계집이 딴청을 부렸다. 그러나 잡는다고 가만 있을 망치가 아니었다.
손 하나로 계집을 소파 위에 눕히고 다른 손으로 계집의 은밀한 곳을 노략질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계집이 제 사타구니를 바짝 조여 왔다.
자신의 은밀한 곳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었다. 전 같았으면 계집의 아랫배를 주먹으로 내려찍었을 망치였으나 꾹 참기로 했다.
당분간 계집에게 얹혀 지내야 하는 것이 망치의 처지였다. 공연히 벌집을 건드려서 득될 일이 없었다.
"샤워부터 하구..."
계집이 그의 가슴을 밀치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망치도 따라 일어나 계집을 바짝 껴안았다.
분홍빛 브래지어가 넘칠 듯 빠져나온 계집의 가슴이 탐스러웠다.
"나 좀 급해서 그래."
망치가 비굴하게 웃으며 계집의 목덜미에 입술을 찍었다.
"뭐가 그리 급해?"
계집이 엉덩이를 빼는 시늉을 했다.
"보면 몰라?" 망치가 제 물건을 눈으로 가리켰다.
"물건만 장대하면 최곤가?"
계집이 짐짓 능청을 떨었다.
"2년 반이나 굶고 살았어."
"그거 굶는다고 죽어?"
"사정 좀 바줘."
계집의 브래지어를 풀고 둔부에 걸친 헝겊 조각을 끄집어내리기 시작했다. 계집이 앙탈을 하는 시늉을 했으나 일부러 그러는 것이 었다.
몇 번 실갱이를 하는 척하다가 스스로 헝겊 조각을 벗어 던졌다. 이제는 둘이 다 알몸이었다.
망치는 계집의 젖가슴 한 덩어리를 벨 듯이 입에 물었다. 계집이 아, 하는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망치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군살이 없는 계집이었다. 아이를 낳지 않은 탓에 피부가 매끄럽고 탄력이 넘쳤다.
망치는 계집의 유두를 입 속에서 굴리며 이런 계집 하나쯤 첩으로 거느려도 괜찮지 싶었다.
계집의 허리를 안아서 바닥에 눕혔다. 붉은 양탄자가 깔린 바닥 이었다.
망치는 빠르게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군악대의 우렁찬 나팔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고 기차 바퀴가 레일 위를 힘차게 굴러가는 것 같기도 했다.
계집은 그저 시늉으로 신음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망치는 그런데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망치는 서둘러 종착역을 향해 기적을 길게 울렸다. 그리고는 이내 계집의 허언 가슴 위로 얼굴을 쑤셔박았다. 땀이 비오는 듯 흐르고 있었다.
"수고했어."
계집이 망치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며 한 말이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망치는 거친 호흡을 진정시키며 마음 속으로 중얼거렸다.
"따라와, 씻어 줄게."
일어나 담배를 피우는 망치에게 계집이 욕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알았어."
망치는 실룩거리는 계집의 엉덩짝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TV에서는 연속극이 방영되고 있었다. 망치는 TV화면에서 백치처처럼 웃고 있는 여자 탤런트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망치는 제 눈이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저 계집이 탤런트가 되었다니... 그 계집을 발가벗겨 놓고 말뚝을 박던 일이 새삼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라 왔다.
잘 생긴 계집이었다. 게다가 풋과일처럼 싱싱하기만 했다.
4년쯤 전의 일이었다. 우연히 그 계집의 집 앞을 지나던 망치는 대문 안에서 마악 나오는 계집과 눈이 마주치자 가슴이 찌르르했다.
계집은 테니스를 치러 가는지 라켓이 담긴 하얀 가방을 들고 햇볕을 막는 차양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옷은 허벅지가 죄 드러나 보이는 짧은 스커트와 면티셔츠 차림이었다. 가슴이 봉긋 했고 허벅지가 토실토실했다.
그러나 계집은 망치에게 일별도 던지지 않고 골목 밖으로 또박또박 걸어갔던 것이다.
(계집이 정말 잘 빠졌네!) 망치는 계집이 사라진 골목을 한참이나 바라보고 섰다가 마른 침을 삼켰다.
(저걸 어떨게 하든지 말뚝을 박아야지...) 망치는 그렇게 결심했다.
얼굴 생김이나 몸매가 어디 한 군데 흩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새것(처녀)이 분명할 것 같았다. 그리하여 그날 밤 망치는 그 계집의 집 담을 넘었던 것이다.
계집의 방은 2층이었다. 2층을 조심스럽게 살핀 뒤에 2층까지 올라간 망치는 계집이 호사스러운 침대에서 혼자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계집은 잠자는 모습이 더욱 예뻤다. 먼저 계집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칼을 눈 앞에 바짝 들이댔다. 그러자 계집이 용트림을 했다.
망치는 재빨리 계집의 잠옷자락을 걷어젖히고 속에 있는 얇은 천조락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계집이 사정없이 발길질을 했다.
"조용히 해, 이년아!"
망치는 혀 짧은 소리로 윽박질렀다. 계집은 소리를 지를 엄두조차 못내고 가만히 있었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껍질을 벗길거야? 알겠어?"
계집이 사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망치는 계집의 엉덩이에서 삼각형의 조그만 천조각을 벗겨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칼끝은 내내 계집의 얼굴을 겨누고 있었다.
망치는 제 옷도 벗었다. 계집은 체념했는지 아예 눈을 감고 있었다. 망치는 침대로 기어올라갔다.
침대가 출렁하고 흔들렸으나 망치는 재빨리 계집의 무릎을 열고 바짝 엎드렸다.
살과 살을 섞었다. 계집이 으윽 하고 헛바람 빠지는 소리를 했다.
망치가 계집의 방을 빠져나온 것은 30분도 걸리지 않아서의 일 이었다.
망치는 계집의 방을 나오기 전에 신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하고 단단히 위협까지 해두었다. 그런데 그 계집이 지금 연속극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세상 일이란 참으로 요량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망치는 생각했다.
"이봐! 안 씻어?"
양마담이 욕실에서 악을 써댔다. 망치는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어슬렁어슬렁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뭘 하고 있어?"
양마담이 눈을 흘기며 망치를 샤워 꼭지 밑에 세웠다. 찬 물이었다. 꼭지를 돌리자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양마담이 샤워 꼭지를 잠그고 망치의 몸에 비누칠을 하기 시작 했다. 제법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망치는 기분이 괜찮았다. 눈을 감고 이것이 나를 기둥서방으로 데리고 살 모양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계집 하나로 만족하고 살라는 팔자는 아닌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상관없는 일이었다. 양마담의 손길이 나긋나긋해서 좋았다.
"태식이 엄마는 정말 좋은 여자데..."
양마담이 비누칠을 하면서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언제 봤어?"
망치가 뜨끔하여 물었다.
"내가 그 동안 생활비를 좀 보냈어."
"뭐야?"
"많이는 못 보내구 매달 30만원씩 좀 보냈어."
"왜?"
"어쨌거나 태식이 엄마하고 나하고는 동서지간 아냐?"
"동서?"
"둘이서 한 남자 모셨으니 동서지 뭐. 몸으로 모셨건 뭘루 모셨건..."
"미쳤군!"
"태식이 엄마는 망치가 교도소 들어간 거 모르데?"
"그래서 말해 줬어? 내가 교도소 들어갔다구?"
"내가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양마담이 망치에게 비누를 넘겨 주었다. 제 몸에 비누칠을 하라는 뜻이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망치는 양마담의 몸에 건성으로 비누칠을 하면서 물었다.
"망치가 받을 수고비를 미리 준 것뿐이야."
"수고비라니?"
"망치는 이제부터 내 밑에서 일을 해야 돼."
"미쳤군!"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한 달에 봉급을 80만원씩 주고 건이 있을 때마다 두둑하게 보너스를 줄게..."
양마담이 망치를 향해 돌아섰다. 앞에도 비누칠을 하라는 뜻 이었다.
망치는 멍청한 표정으로 양마담을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이것이 일가(조직)를 창립했나? 세상이 어떻게 변했길래 계집이 나서서 설치지... 하는 생각을 했다.
양마담이 세상 편한 자세로 욕조 바닥에 누웠다.
"어쨌거나 처자식하고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야?"
"누가 왕초야?"
"왕초?"
양마담이 피식 웃었다.
"왕초 같은 거는 없어. 있다면 내가 왕초구..."
"..."
"생각보다 쉬운 일이야."
"..."
"그 나이에 또 안창이나 면도칼로 쨀 거야? 물론 망치야 그 바닥에서 알아주는 기계이긴 하지만 불안해서 그 짓을 또 어떻게 해? 빵살이하다 인생 끝낼 거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부동산."
"부동산?"
"자세한 것은 나중에 말해 줄게. 내 밑에 있으랜다고 망치가 내 부하 노릇 하라는 게 아니야. 망치가 어디 그럴 사람이야?
나 망치 같은 사람 부하로 거느릴 능력도 없어. 내가 하는 일에 망치가 필요한 것뿐이야. 나 믿을 수 있지...?"
"믿는 거야 뭐..."
망치는 말끝을 흐렸다. 양마담이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누칠 안해 줄 거야?" 양마담이 망치를 올려다보며 눈웃음을 쳤다.
"서로 돕고 살자구..."
양마담이 눈을 감았다. 망치는 우두커니 양마담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털썩 주저앉아 양마담의 알몸에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아, 기분 좋아!"
양마담이 입을 벌리고 신음소리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여인은 사내를 축축하게 젖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벌써 밤이 깊었는지 건너편 아파트의 창에 불빛이 몇 개 남아 있지 않았다. 이제 곧 새벽이 올 것이다.
새벽이 오기 전에 사내를 뜨겁게 받아들이고 자지러지는 신음소리를 몇 번이라도 토해내고 싶었다.
무엇이 그녀의 육체를 이토록 뜨겁게 달구고 있는지 그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세 번째였다.
첫 번째는 사내의 굶주린 욕구를 채워 주기 위해 거실의 카피트 바닥에서 사내를 받아주었었다. 그러나 그때는 아무런 감흥이나 열정이 없었다.
그녀는 기계처럼 사내의 배설을 받아주었을 뿐이었다.
두 번째는 욕실에서 벽에 기대선 채였다. 여인은 그때 비로소 육체의 문을 열기 시작했으나 완전한 교접을 이룰 수는 없었다.
이번에도 사내가 먼저 나가떨어진 것이었다. 대개가 그랬다. 그녀와 살을 섞은 숱한 남자들 가운데 그녀를 만족시킨 남자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다.
그녀는 타고난 요부 체질이었다.
집안이 장사 집안이었다. 할아버지는 예순이 넘어서도 젊은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고, 아버지는 쌀가마니를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서도 산길을 나는 듯히 달렸다.
그녀는 그런 장사 집안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다.
사내가 그녀를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숨을 멈추었다. 무엇이 오늘 밤 자신을 이토록 뜨겁게 달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사내가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입술을 포개었다. 아... 그녀는 입 속으로 부르짖었다. 사내의 입술이 꿀처럼 향기로웠다.
그녀는 스스로 아랫도리를 사내에게 밀착시켰다. 사내의 허벅지 근육이 단단했다. 쇳덩어리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망치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사내였다.
그녀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사내가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사내는 서두르지 않고 그녀의 몸을 달구기 시작했다.
사내의 손은 마치 춤을 추는 것 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사내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혀 짧은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그녀는 가슴과 둔부, 허벅지... 그리고 허벅지 사이의 부드러운 곳에서 사내의 손을 느꼈다. 그것은 때때로 입술로, 혀로 바뀌면서 그녀가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어때?"
그녀는 눈을 떴다. 사내가 빙그시 웃고 있었다.
"좋아?"
"응."
그녀는 신음소리처럼 대답했다. 사내가 아직도 기운이 넘치고 있는 일이 신기했다.
"천국으로 보내 줄게."
사내가 말했다. 그녀는 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체가 이미 질펀하게 젖어 있었다. 사내가 그녀의 알몸 위에 체중을 실었다.
출렁하고 그녀의 몸이 흔들리면서 침대도 흔들렸다. 아... 그녀는 사내의 등을 감싸안았다. 신음이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 왔다.
무엇인가, 뜨거운 불기둥 같은 것이 그녀의 몸 속 깊숙이 침입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이렇게 쉽사리 달아오르다니, 모를 일이었다.
사내를 마침 내 부하로 거느리게 되었다는 사실이 이토록 자신을 흥분 속에 몰아넣고 열정에 휩싸이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여자가 사내 하나 거느리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도 화류계 생활 십 수년 동안 기둥 서방이라고 불릴 만한 사내들을 적지 않게 거느려 보았었다.
나이도 그녀보다 어렸고 인물도 훤한 사내들이었다.
그러나 기껏 용돈 대주고 옷을 사 입히면 오히려 그녀가 대준 용돈으로 다른 계집들과 놀아나기 일쑤였고, 용돈 적게 준다고 그녀에게 매질을 하는 작자들도 있었다.
그녀는 눈꼴이 시어 견딜 수가 없었다. 화류계 여자들이 기둥서방 하나씩 꿰어 차고 사는 것은 뭇사내들로부터 받은 수모와 고통을 그들을 통해 위로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위로는 커녕 애물 이었다. 망치를 거느리는 것도 잘못하면 애물을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망치를 완전무결하게 부하로 거느릴 자신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지난 1년 동안 공을 들여 온 것이었다.
사내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가뿐 숨소리와 신음 소리 같은 것들이 귓전으로 뿌려졌다. 이 사내도 이제 절정을 향해 달리는가, 아닐 것이다.
사내가 그녀의 가슴 한쪽을 입 속에 넣었다.
"아퍼...!"
그녀가 부르짖었다. 그러나 희열에 찬 부르짖음이었다.
"아, 아퍼...!"
몸부림을 쳐댔다. 사내가 그제서야 그녀의 가슴을 뱉어내고 씨익 웃었다. 사내의 얼굴이 땀으로 번지르했다.
"새벽까지 견뎌야 해."
그녀가 가뿐 숨을 고르며 말했다.
"걱정 마."
"난 오래오래 황홀하고 싶어."
"그러다가 죽을라."
"죽어도 좋아."
땀을 식힌 사내가 다시 격력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이렇게 황홀한 정사는 참으로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이 놈을 놓치지 말아야지...)
그녀는 그 틈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숨이 막혀 왔다. 무엇인가 목구멍으로 치밀고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두 다리를 사내의 등에 휘어 감았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사내를 따라 허공으로 떠올랐다.
"아..."
숨이 막혔다. 신음소리조차 내지를 수 없었다.
그녀는 거미처럼 사내의 등에 팔과 다리를 감고 허우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