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계약 #9장(1)
희민은 뉴욕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 정혁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저택에서의 생활은 그 전과 다르지 않았다.
“아아…… 흣……!”
희민이 시트를 꽉 쥐었다. 땀에 젖은 그녀의 몸을 강하게 붙잡은 정혁은 아주 깊숙한 곳에서 정액을 토해 냈다.
주르륵, 시트까지 흘러내리는 뜨겁고 미끈한 사정액을 느끼며 희민은 몸을 떨었다.
“하…….”
정혁이 옆으로 누워 희민을 품에 안았다.
아직도 삽입된 몸을 빼지 않고 있는 그에게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정혁은 오히려 희민을 안은 손에 힘을 줬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맨가슴이 맞닿고 터질 듯한 심장 소리가 쿵쿵 울리고 있었다.
절정 뒤에 이렇게 안고 있으니 기분이 묘해졌다. 심장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온몸을 울리는 것만 같았다.
“그만, 놔줘요.”
희민이 참지 못하고 바르작거렸다. 정혁은 아직도 단단하게 힘이 들어간 페니스를 그녀의 몸 속 깊이 삽입한 채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잠시만 이러고 있어.”
훅 끼쳐 드는 숨결과 허스키하게 잠긴 목소리가 희민의 심장을 움켜잡았다.
‘하아, 왜…….’
희민이 숨을 몰아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계약한 지 넉 달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임신은 여전히 되지 않았다.
정말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 행위가, 시간이 지날수록 임신을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였다.
처음부터 정혁은 관계가 끝나면 자신 몸에 저를 가둬 두었는데 그땐 그저 타인의 체온에 갇혀 있는 상태가 불편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다르다.
칭칭 옭아매고 있는 커다란 몸이, 맞닿은 심장이, 피부에 닿는 입술이…… 점점 더 가슴을 뜨거워지게 만들고 있었다.
‘대체 임신은 언제 되는 거지?’
이젠 임신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초조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관계하고 넓은 가슴에 안겨 있으면 정말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만 같았다. 자신답지 않아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이 남자는 몇 번 연속으로 하지 않고선 사정 뒤에도 힘이 풀리지 않는다.
아랫배 깊숙이 박혀 있는 그의 존재감이 미열이 남은 몸을 자꾸만 자극해서 관계가 여러 번 이어질 때가 많았다.
‘이러다간 정말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
희민은 자신의 허벅지를 꽉 잡고 있는 남자의 강한 팔을 지그시 밀어 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한숨을 내쉰 희민은 잠시 그대로 있기로 했다. 이대로 정혁이 잠에 들면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 달리 정혁은 목덜미를 야릇하게 빨기 시작했다.
예민한 목의 피부를 축축한 혀가 자극하자 희민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잠깐…… 지금은 더 못 해요.”
“누가 한대?”
“다, 당신이 지금…… 읏.”
느른한 목소리로 말한 정혁이 희민의 허벅지를 꽉 잡고 살짝 더 올렸다.
각도가 변하면서 박혀 있던 페니스가 좀 더 깊이 삽입되자 그녀의 속살이 옴찔거렸다.
“넣고 있던 거잖아. 원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게.”
“하, 하지만…….”
희민이 입술을 깨물었다.
‘나빴어. 알고 있으면서.’
여유로운 정혁의 목소리에 화가 났다.
이미 뜨겁게 달궈 놓은 제 몸이 이 남자의 약간의 움직임에도 어떻게 반응할지 누구보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동시에 내부를 꿈틀거리며 지그시 밀어 올리는 힘에 정확히 자극점이 찔린 것이 난감했다.
그녀가 입술을 잘근거리는 것을 느긋하게 내려다보는 정혁의 눈이 얄미울 정도였다.
“……읏.”
“가만히 있어.”
저도 모르게 허리를 살짝 비트는 희민의 귓가에 정혁이 낮게 속삭였다.
명령조였지만 이상하게 다정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희민의 몸의 열기를 더 자극시켰다.
“내가 움직인 거, 아니에요.”
희민이 자존심이 상한 얼굴로 뾰족하게 내뱉었다. 그 얼굴을 보는 그의 일렁이는 눈에 관능 어린 미소가 맺혔다.
“아아, 내가 착각한 건가.”
허벅지 아래를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뻗어 간 정혁이 희민의 탱글한 엉덩이를 꽉 거머쥐었다.
“아읏, 흣…….”
굵은 페니스가 박힌 예민한 부위의 연한 살갗까지 팽팽하게 당겨지는 힘에 희민의 안쪽이 조여들기 시작했다.
파르르 떨리는 희민의 기다란 속눈썹을 응시하며 정혁이 느릿하게 주물렀다.
여유로운 움직임이었지만 그녀에게 박혀 있는 눈동자는 한층 검게 물들었다.
“이건 내 걸 움직인 게 아니야. 알고 있지?”
“알고 있……어요. 으, 응.”
탱탱한 살을 단단히 잡아당겼다가 놔주고 다시 당길 때마다 자극으로 더 빳빳해지는 페니스가 내부를 한껏 벌렸다.
‘이렇게 하면, 하고 싶잖아.’
절정에 올랐던 몸이 순식간에 같은 온도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아직 배 안에 있는 그의 정액이 다 빠져나가지도 않았는데 다른 자극으로 흠뻑 젖어 드는 것이 느껴지자 희민은 아찔해졌다.
쾌락에 길들여진 몸은 남자의 두꺼운 페니스를 빨아 대며 안달을 냈다.
“하, 그만……해요. 아, 읏.”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끙끙거리며 몸을 비트는 희민을 그가 즐겁다는 듯 응시했다.
“난 안 움직인다니까?”
“엉덩이, 하지 말라고요.”
희민이 눈썹을 세우고 쳐다보자 정혁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으음…… 응, 아…….”
엉덩이를 움켜잡은 강한 손아귀와 달리 키스는 부드러웠다.
달짝지근하게 얽혀 드는 혀의 감각이 희민의 이성을 마비시켜 갔다.
그녀의 반응을 살피며 부드럽게 키스한 정혁이 입술을 떼고 속삭였다.
“혀 내밀어 봐.”
희민이 순순히 작은 혀를 내밀자 정혁이 그걸 맛있게 빨았다.
“하아…….”
그녀의 입술이 크게 벌어지며 타액이 서로의 입술 안에서 야릇하게 뒤섞였다.
자극으로 보풀아 오른 아랫입술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가 되자 쾌감이 더 강해졌다.
키스만으로도 아랫배가 아플 정도로 당기고 있었다.
‘나 정말…… 왜 이래?’
희민의 눈이 흐릿해지고 어느새 그의 두툼한 어깨를 잡고 적극적으로 키스하고 있었다.
“하, 으응, 하읏.”
“움직이고 있어. 너.”
정혁이 희민의 입술을 물고 낮게 웃었다. 그의 말대로 그녀는 안달을 하듯 허리를 비틀어 대고 있었다.
하지만 희민은 자신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다.
더, 더 안쪽에 닿고 싶어.
목 안이 조여드는 듯한 갈증에 희민이 정혁의 남성적인 어깨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줬다.
“움직여…… 줘요.”
“뭘?”
정혁이 희민의 턱까지 흘러내린 타액을 빨며 물었다.
얄밉게도 정혁은 그녀가 움직일수록 자신의 몸을 뒤로 빼냈다.
자꾸만 도망가는 그 때문에 희민은 정말 숨이 막혀서 죽을 것만 같았다.
“시, 싫어. 어서 날 좀…….”
“널 좀 어떻게.”
희민이 얼굴을 찌푸리며 제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어떻게 해 줘. 말해.”
더운 숨결을 내쉬며 색기 가득한 얼굴을 안타깝게 찡그리는 그녀를 보자 정혁의 얼굴에도 여유가 사라지고 있었다.
“말하라니까.”
정혁이 무섭게 응시하며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낮게 잠긴 목소리가 그의 욕망도 선명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커다란 손으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희민의 엉덩이를 꽉 쥐자 결국 희민이 안달을 냈다.
“안에, 안에 넣어 줘……! 하윽!”
퍽!
거의 끄트머리만 걸쳐져 있을 정도로 빠져나갔던 굵은 페니스가 단번에 뿌리까지 박혀 들었다.
“하……. 나도 죽을 뻔했잖아.”
정혁의 낮게 헐떡이는 목소리가 희민의 귓속으로 감겨들었다.
“아아…… 아.”
깊이 박혀 든 꽉 찬 감각에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그녀의 온몸에 저릿저릿하게 퍼졌다.
다음 순간 정혁이 그녀의 엉덩이를 고정한 채 거칠게 쑤셔 들어가기 시작했다.
“……흣! 하! 하앗!”
머릿속까지 뒤흔들릴 정도로 격렬한 피스톤질이 시작되자 희민은 정혁의 어깨를 힘껏 붙잡았다.
튕겨나갈 것처럼 쳐올려지는 힘에 한쪽 아래로 쏠린 젖가슴이 원을 그리듯 육감적으로 출렁였다.
‘미칠 것 같아……!’
저릿저릿한 쾌감 속에서 희민이 신음을 터뜨렸다. 자극으로 조여드는 질 내부를 두꺼운 근육 덩어리가 푹 쑤시고 들어와 스팟을 찔러 대자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감각이 예민해졌다.
자신에게 박히는 시선이 흐린 시야에 들어오자 희민이 고개를 위로 젖혔다.
“하, 하아!”
“어딜 보는 거야?”
고개를 젖히고 헐떡이는 희민의 얼굴을 정혁이 잡아 내렸다. 피하고 싶은 강렬한 눈동자와 마주치자 희민은 참을 수 없이 몸이 뜨거워졌다.
“계속 이렇게 얼굴 보여 줘.”
그런 말을 왜 하는 거야? 난 당신 연인이 아닌데.
희민은 정혁에게 시선이 붙들린 채 뜨거운 무언가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냥 임신을 위한 거면 섹스만 하면 되잖아. 왜 이렇게 심장을 뒤흔드는 건데!
‘사랑하는 것도 아니면서.’
정혁이 집요한 시선을 던지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자극적으로 내벽을 긁어 올리는 쾌감에 찡그려지는 희민의 얼굴을 그가 삼킬 듯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영영 붙들려 있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마음이 희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한희민.”
느릿하게 찔러 올리던 정혁이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으음.”
입술을 핥으며 부드럽게 겹쳐 오는 감각에 희민은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입술을 벌린 정혁이 말캉한 혀를 뒤섞으며 빨아 대다가 점차 거친 숨결을 부딪쳐 오기 시작했다.
“하, 아음, 하아. 하!”
아래에서 찔러 들어가는 힘이 강해질수록 맞붙은 입술이 거칠게 얽혀 들었다.
그 상태로 정혁이 한 손으로 희민의 뒷머리를 고정한 채 격렬하게 키스하며 남성적인 장골을 음란하게 쳐올렸다.
푹푹거리며 쳐올리는 힘이 강해지고 들들 끓어오르는 열기가 참을 수 없을 만큼 뜨거워지자 그의 어깨에 희민의 손톱이 박혔다.
“하아!”
정혁이 입술을 놔주자 타액이 서로의 입술에서 길게 이어졌다.
입술을 한 번 빨아 그것까지 탐욕적으로 삼킨 정혁이 가까이에서 시선을 휘어 감았다.
“눈 감지 마. 시선 돌리지도 말고.”
엄포하듯 말한 그의 얼굴에 관능적으로 땀이 맺혀 있었다.
야하게 핏대가 곤두선 관자놀이 부근이 행위의 격렬함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희민은 오로지 그의 두 눈에만 시선을 포박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