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계약 #8장(3)
“가자니까 아쉬워요?”
아쉽다니? 내가?
희민은 정혁의 말이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 아, 잠깐만요.”
몸을 돌린 정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숨이 차오를 정도로 성큼거리며 걸어간 정혁이 파티장을 빠져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이 다가왔다.
“앗!”
그녀를 거칠게 리무진에 태우고 정혁도 올라타자 밖에서 정중히 문을 닫아 줬다.
차가 출발하자 희민이 어이없다는 듯 정혁을 바라봤다.
“왜 이러는 거예요?”
자신을 계속 방치하고 있던 남자가 갑자기 화가 나서 이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희민이 따지듯 묻자 정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서늘한 미소가 맺힌 그의 얼굴에서 눈동자만이 일렁이듯 타올랐다.
“한희민 씨는 그런 남자가 취향이었나 본데.”
“누굴 말하는 거예요?”
정혁은 그녀 쪽으로 몸을 더 돌리고 상체를 가까이 가져갔다.
“아까부터 당신 시선이 따라붙던 남자.”
“네?”
희민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서양인이 취향인 줄은 몰랐는데요. 다른 여자가 옆에 있는데도 눈을 못 떼고 보고 있던데.”
아…… 최지윤 옆에 있던 그 남자를 말하는 건가?
최지윤을 보느라 그녀 옆에 있던 남자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오해를 받다니 억울한 건 마찬가지였다.
“잘못 봤어요. 내가 본 건 그 남자가 아니에요.”
희민이 잘라 말하자 그녀를 보고 있던 정혁이 피식 웃었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희민은 흠칫거렸다.
저 입술 끝이 저렇게 위험하게 기울어질 때는…….
“내가 말하는 게 누군 줄 알고 그 남자래.”
정혁이 완벽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희민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름다운 얼굴에 그림같이 지어진 서늘한 미소를 보니 자신이 실수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오, 오해라니까요.”
“그럼 누굴 본 건데.”
“…….”
가까이서 시선을 맞춰 오는 정혁은 희민을 점점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말해 봐요. 누굴 본 건지.”
하지만…….
희민이 입술을 살짝 물었다. 최지윤에 대해선 말할 수 없었다.
정혁도 자신이 구속된 상황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이 그 일을 벌인 사람을 찾고 있고 그게 최지윤이라 의심한다는 건 모른다.
만약 말한다면 어떤 증거조차 없는 그때의 말 하나로 사람을 의심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엄연히 계약 기간인데 그의 집에서 자신이 그 일에 몰두하고 있다는 걸 그가 알아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냥 아는 사람을 본 것 같다고 둘러댈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정혁은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는 얼굴이었다. 또 속내를 들키기만 할 게 뻔했다.
희민이 대답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자 정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본 거 맞잖아. 너.”
희민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정혁의 위험한 분위기 때문에 긴장이 돼서 입 안이 바짝 말라 왔다.
희민이 침을 삼키고 그를 바라봤다.
“내가 누굴 봤든 왜 당신에게 추궁을 당해야 하죠?”
희민이 그를 똑바로 보며 따져 물었다.
“당신도 나는 상관하지 않고 당신 일만 했잖아요. 혼자 남은 내가 무료해서 사람들을 보다가 설사 누군가를 더 오래 봤다고 해도 그게 잘못된 거예요?”
“…….”
“그리고 계약서엔 다른 남자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조항 같은 건 없었어요.”
희민이 시선을 피하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동안 정혁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녀를 보고만 있었다.
‘왜 대답이 없는 거야?’
표정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을 하든 보고만 있자 희민은 더 초조해졌다.
그때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그가 그녀에게 몸을 가까이 숙였다.
“……맞아. 조항에는 없지.”
정혁의 얼굴이 가까워지고 얼굴에 그늘이 지자 희민이 숨을 들이켰다.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내가 널 그 저택 외의 다른 곳으로 데리고 나올 줄은 나도 몰랐거든.”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리고 익숙한 그의 체향과 남성적인 향수 향이 느껴졌다.
아주 위험한 느낌과 함께 심장이 아까보다 더 크게 뛰어 댔다.
정혁이 손가락 끝으로 희민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위험해…….’
피할 수 없이 시선이 맞닿는 순간 희민은 드레스를 살짝 거머쥐었다.
어둡게 가라앉은 눈동자와 마주치자 은은한 조명만 켜진 리무진 안이 순식간에 아주 위험한 공간으로 변해 버린 것만 같았다.
“그래서 지금은 후회해. 그렇게 많은 시선이 너의 이 몸에 달라붙을 줄 알았더라면.”
턱을 들어 올렸던 정혁의 손이 목 전체를 감싸듯 훑고 내려갔다.
마치 목을 조를 듯 라인을 따라 내려간 커다란 손이 그대로 드레스 위에서 가슴을 움켜잡았다.
“흣……!”
아플 정도로 세게 거머쥔 힘에 희민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런 곳은 절대 데리고 가지 않았을 텐데.”
정혁의 얼굴이 무섭게 굳었다.
“잠깐……. 아, 아파요. 읏.”
그가 세게 움켜쥐었던 젖가슴 위로 툭 불거진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잡아당겼다.
“이런 옷 같은 거 입히지도 않았을 거고.”
차가운 미소가 굳은 얼굴 위로 떠올랐다. 그가 무척 화가 났다는 걸 희민은 지금 깨달았다.
수려한 얼굴 위에 근사한 미소를 지은 지금 모습이 그동안 본 중 정혁이 가장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왜…….’
희민은 그 얼굴을 마주하고서 당혹감을 느꼈다. 그가 화가 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로 다른 남자를 봤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화가 났다고?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다른 남자를 구경하는 게 좋았어?”
싸늘하게 말한 정혁이 희민의 드레스를 확 끌어 내렸다. 출렁하며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나자 당황한 희민이 그를 밀어 내려고 했다.
“미쳤어요? 여기서 뭐 하는……!”
“이건 네가 말한 계약 맞잖아. 계약서에 장소까지 명시되어 있나?”
정혁의 서늘한 목소리가 희민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희민이 숨을 들이켜고 운전비서 쪽을 바라봤다.
리무진의 뒷좌석과 운전석은 칸막이로 막혀 있지만 윗부분은 유리였다.
사생활은 보장되지만 소리가 충분히 들릴 수 있는 구조였다.
운전비서가 정혁의 명령 없이 이쪽을 보진 않겠지만, 그래도 완벽하게 분리된 공간은 아니다. 그걸 확인한 희민이 고개를 저었다.
“여긴 싫어요. 도착하면 해요.”
벗겨진 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희민이 드레스를 끌어 올리려 하자 정혁의 입술 끝이 야릇하게 휘어 올라갔다.
“네가 그걸 정할 권리는 없을 텐데.”
잔인한 목소리로 말한 정혁이 희민의 몸을 자신의 다리 위로 앉혔다.
“앗!”
흐트러진 드레스 차림으로 강제적으로 다리가 벌려진 채 그의 탄탄한 허벅지 위에 앉아 마주 보게 되자 희민의 눈이 흔들렸다.
턱시도 차림의 완벽한 성장을 한 남자가 어두운 공간에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밖에서 차가 지나갈 때마다 불빛이 안으로 들어와 냉정한 그의 얼굴을 비췄다.
오만하고 냉담한 그 얼굴에서 어둡게 잠긴 눈동자가 타오르고 있었다.
‘저 눈은 대체……. 질투?’
희민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으로 질투라는 단어가 떠오르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미쳤어, 정말. 이 상황에서 심장이 뛰다니!
희민이 난감하게 입 안 살을 지그시 무는데 정혁의 커다란 두 손이 그녀의 하얀 허벅지 위를 덮었다.
“아…….”
시선을 맞춘 채 드레스를 허벅지 위로 천천히 밀어 올리자 그 촉감에 희민의 숨이 가빠 왔다.
“이 정도로 흥분하면서 거부한 건가?”
“아니…… 흣.”
허벅지 안쪽까지 드레스 자락을 들춰 올린 정혁이 엄지로 얇은 티팬티 위를 쓸었다.
드레스 때문에 손바닥만 한 얇은 실크 티팬티만 입고 있었다는 걸 희민은 그제야 떠올렸다.
정혁이 티팬티의 라인을 따라 엉덩이 쪽으로 손을 옮겼다. 엉덩이를 완전히 드러낸 끈 하나를 더듬으며 그가 말했다.
“이런 야한 걸 입고 있었어. 한희민.”
“이건, 이건 드레스 때문에…… 하읏!”
끈 안쪽을 벌리며 손을 밀어 넣은 그가 엉덩이 전체를 감싸 쥐고 그 아래로 손가락을 쑥 밀어 넣었다.
급작스럽게 뒤에서 침범해 들어온 손가락에 희민이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질렀다가 놀라서 제 입을 가렸다.
들리면 어떡해!
“소용없어.”
당혹스러운 얼굴로 손으로 제 입을 가린 희민을 정혁이 응시했다.
도망가려는 희민의 엉덩이를 꽉 잡아 고정한 그가 안쪽 깊숙한 곳으로 거칠게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읍!”
좁은 틈새를 찔러 드는 길쭉한 손가락의 감각에 희민이 제 입을 막은 채 신음을 터뜨렸다.
그의 손가락이 무자비하게 들이치자 희민이 벗어나기 위해 엉덩이를 비틀었다.
하지만 강한 손아귀에 잡힌 상태라 그럴수록 더욱 내부를 휘젓기만 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처럼 신음이 쏟아져 입을 막은 손에 힘을 주는데 그의 다른 손이 희민의 손을 잡아 내렸다.
“버티려면 제대로 버텨.”
차가운 목소리에 희민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를 노려보며 정혁이 손가락을 깊숙이 쑤셔 넣었다.
“……흣! 으! 으음!”
그의 행동은 마치 벌을 주는 것 같았다.
찌걱, 찌걱. 좁은 점막을 거침없이 찔러 들어가는 소리가 조용한 차내에 울렸다.
굵고 기다란 손가락이 내부를 쑤셔 댈수록 질 안쪽부터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희민이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으려 입술을 짓씹었다.
거부할 수 없는 자극이 그의 손가락이 찔러 대는 지점에서 불길처럼 번졌다.
‘아, 안 돼…….’
희민의 얼굴이 쾌락으로 일그러지는 걸 보면서 그는 손가락 하나를 더 쑤셔 넣었다.
“……!”
희민의 눈이 커다래지며 엉덩이가 확 들쳐 올라갔다.
“아직이야.”
정혁이 그녀의 엉덩이를 다른 손으로 잡아 아래로 눌렀다. 손가락 끝마디에 걸쳐져 있던 속살이 강한 힘에 억눌려 그의 손가락 전체를 집어삼켰다.
“으으읍……!”
그가 내부에 손가락 두 개를 꽂아 넣은 채 다른 손가락으로 음탕하게 오물거리는 속살을 쓸었다.
희민이 그의 재킷을 꽉 움켜잡은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내부 깊숙이 휘젓는 감각에 도망치고 싶었지만 강하게 엉덩이를 잡고 있는 손 때문에 움직이질 못했다.
정혁이 그 상태로 빠르게 찔러 넣었다.
“음! 으읍!”
희민이 필사적으로 제 입술을 막은 채 몸을 비틀어 댔다. 너무나 강렬한 자극에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