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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짐승 계약 #11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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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민의 의도와 다르게 규태는 끈질기게 연락을 해 왔다. 여러 번 피하는 기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락을 해 오자 희민은 슬슬 난감해지고 있었다.




[희민 씨,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아침밥 꼭 든든하게 챙겨 드세요.]


[오늘도 많이 바쁘세요? 답장이 없네요. 시간 나실 때 답장 주세요.]


[혹시 이번 주말도 바쁘세요?]



끈질기게 울리는 메시지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찰나,



[희민 씨, 오늘은 꼭 희민 씨를 만나고 싶네요. 저는 희민 씨가 마음에 드는데 저를 자꾸 피하시는 것 같아서요. 전에 차 마셨던 곳에서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늦더라도 꼭 와 주세요.]




메시지를 본 희민의 이마에 구김이 갔다.



‘왜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피하는 기색에도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나오는 규태가 희민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의 죄책감을 이용하는 건가? 딱 한 번 만났을 뿐인데.



희민은 표정을 굳히고 답장을 보냈다.



[이규태 씨. 이쯤 하면 알아들으리라 생각했는데 못 알아들으셨다면 확실히 말씀드릴게요. 전 이규태 씨와 만남을 이어 갈 생각이 없어요. 다른 만남에서 좋은 인연 찾아보시길 바랄게요.]



분명히 해 두는 게 나을 것 같아 문자를 보내자마자 곧장 답장이 왔다.



[지금은 제가 마음에 안 드시더라도 저는 자신 있습니다. 언젠가는 분명 희민 씨가 저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걸요. 오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이건 무슨 협박인 걸까.'



휴대폰의 메시지 창을 내려다보던 희민이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할 말을 했으니 무시해야지 생각하며 휴대폰을 내려놓는데 메시지 알림음이 다시 울렸다.



[만약 오시지 않으면 집까지 찾아갈 겁니다. 저 희민 씨 집 알아요. 그날 실은 집에 가는 길을 따라갔거든요. 꽤 좋은 데 사시던데……. 아무튼 그런 일까지는 없었으면 좋겠네요.]




메시지를 본 희민이 멈칫거렸다.



‘처음 만난 여자의 집까지 몰래 따라왔었다니……?’



생각보다 질이 안 좋은 남자였다. 그냥 협박일 수도 있지만 잘못 걸렸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왜 이런 피곤한 일까지 생기는 걸까. 그저 엄마 마음 편하게 하자고 시작한 일인데.’



희민은 가라앉은 얼굴로 대충 청바지에 티셔츠만 걸치고 모자를 눌러썼다. 

아무래도 이런 사람은 피하는 것보단 만나서 확실히 말을 해 줘야 할 거 같았다.



카페에 희민이 들어서자 규태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벙싯거렸다.



“이야, 희민 씨는 전혀 안 꾸민 모습도 예쁘시네요. 그럴 줄 알았어요.”



희민은 자리에 앉지 않고 규태 옆에 서서 내려다봤다.



“전 못 이겨서 이 자리에 나온 게 아니에요. 다시는 나한테 이런 협박 하지 말라는 말 하려고 나온 거예요. 성인이 돼서 이게 무슨 협박이에요?”



희민이 언성을 높이지 않고 말하자 규태는 눈을 끔벅거리다가 다시 웃었다.



“하하. 협박이라뇨. 제가 무슨 협박을 했다고.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제가 서운하죠. 어쨌든 희민 씨가 나와 줬으니 된 거죠. 앉으세요.”



규태가 팔을 잡고 앉히려고 하자 희민이 곧장 그 손을 뿌리쳤다.



“그 말 하려고 온 거예요. 전 이규태 씨와 잘해 보려는 마음 없다고 말했으니 앞으로 정말 집 앞에 찾아오면 곧바로 경찰 부를 줄 아세요.”



눈을 마주치고 냉랭하게 말한 희민이 몸을 돌렸다.



“어? 잠깐, 희민 씨!”



카페를 나온 희민을 규태가 곧장 따라 나왔다.



“정말 가려고요?”



희민의 팔을 잡은 규태가 그녀를 돌려세웠다.



“사람 팔 자꾸 잡는 거 예의 아닌 거 몰라요?”



희민이 눈을 치켜뜨자 그는 당황하지도 않고 빙글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이왕 왔는데 저랑 만나 줘야죠. 솔직히 그러려고 나온 거잖아요.”

“그런 의도 아니라고 했을 텐데요.”


“에이, 그래도 설마 전혀 마음이 없으면 나왔겠어요? 여기까지.”



하, 못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척을 하는 건지…….



희민은 답답함과 짜증이 치밀었다.



“집까지 찾아온다고 협박을 하니까 내가 여기까지 나온 거지 그럼 이규태 씨에게 마음 있어서 나왔겠어요?”

“네, 네. 그쯤 했으면 희민 씨 세울 자존심 다 세운 거니까 그만하고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규태가 희민의 반응에는 개의치 않고 손을 잡더니 연인처럼 손깍지를 꼈다.



'이 남자 뭐야?'



희민은 순간 소름이 훅 끼쳤다. 손가락 마디마다 단단하게 걸어 잡는 남자의 힘이 우악스럽게 강했다. 그 손을 내려다본 희민이 차갑게 쳐다봤다.



“뭐 하는 거예요?”

“남들한텐 어차피 다 사랑싸움으로 보일걸요. 이렇게 손깍지까지 끼고 있는데.”



보란 듯 손깍지를 들어 보인 규태가 순간적으로 눈빛을 바꿨다.



“이만큼 자존심 상하게 했으면 너도 그만하고 나한테 맞춰 줘야지. 나 진짜 화나게 하면 엄청 무서운 사람인데. 알고 싶어?”



갑자기 반말을 하며 소름 끼치도록 야비한 눈빛을 번들이자 희민은 숨을 삼켰다. 꽉 잡힌 손의 악력이 느껴짐과 동시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 남자……. 생각 이상으로 위험하잖아.’



질이 무척 나쁜 남자라고는 생각했지만 자신이 안일했다. 이규태는 어쩌면 아무리 훤한 대낮 카페라도 혼자 나와서 만나면 안 되는 남자일지도 몰랐다. 희민은 섬뜩함을 느끼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확인한 희민이 규태를 노려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 손 안 풀면 소리 지를 거야. 당신.”



희민이 쏘아보는 얼굴을 내려다보며 규태가 싱글거렸다.



“해 봐. 그럼 사람들이 도와줄 거 같아?”

“뭐?”



희민의 표정이 굳는데 규태가 기분 좋은 얼굴로 깍지 낀 팔을 잡아끌었다.



“일단 타. 나 요리 잘하거든. 우리 집 가서 내가 맛있는 거 해 줄게.”



규태가 차의 문을 열자 희민은 절대 그 차를 타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이거 놔!”



희민이 팔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꿈쩍을 안 했다. 다급한 얼굴로 그녀가 주변에 소리쳤다.



“누, 누가 좀 도와…….”

“자기 왜 이래? 또!”



하지만 규태가 희민보다 더 큰 소리를 내질렀다. 버럭 내지르는 소리에 희민의 눈이 흔들렸다. 대체 무슨…….



“내가 잘못했다고 했잖아. 창피하게 자꾸 이럴 거야?!”



그가 정말 창피한 듯 얼굴까지 빨개져선 주변을 둘러보자 이상하게 쳐다봤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본 희민이 절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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