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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설

짐승 계약 #외전 5(完)

육덕와잎 0 9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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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게 좋아. 희민아.”



탄성 어린 낮은 속삭임에 그녀의 온몸이 견딜 수 없이 뜨거워졌다. 

오랜만이기 때문인지 자극이 너무나 강해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그 역시 자제할수 없는 듯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쉬지 않고 격렬하게 찔러 들자 희민은 한 계를 느꼈다.



“나, 난 더 못 버틸 것 같…… 흐, 으흣, 아으응……!”



희민이 진저리 치며 그의 몸을 힘껏 껴안았다. 

그녀의 내부가 절정으로 강하게 수축하자 쾌감 어린 그의 신음이 귓가를 자극해 안쪽 깊숙한 곳이 더 조여들었다.



“하…… 끊어질 것 같아.”



근육질의 둥근 엉덩이를 느릿하게 움직이며 정혁이 그 감촉을 즐겼다. 

그대로 안에서 페니스를 둥글게 굴리자 흠칫거리던 희민의 안이 조금 전보다 더 뜨거워지며 애액을 흘려 댔다.



“하읏. 아…….”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역시 쉽게 올려 보내지 못할 것 같아. 희민아.”



짓눌린 듯 잠긴 목소리가 희민의 귓가에 속삭여지는 순간 다시 그녀의 시야가 빠르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득해지는 쾌감 앞에서 희민은 떨리는 눈을 감고 열락에 휩쓸려 갔다.




한동안의 그리움을 거칠게 터뜨리고 난 뒤의 차 안에선 진정되지 않은 숨소리만 이어졌다. 

정혁은 희민이 추울까 염려해 그의 몸 위에 살을 맞대고 누워있는 그녀의 등에 자신의 재킷을 덮어 준 채였다.

희민은 제 머리칼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천천히 호흡을 진정시켰다. 

이내 깊이 한숨을 토해 낸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오늘…… 나 생각해서 모른 척해 준 거 알아요.”



작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혁이 어둠 속에서 귀를 기울였다.



“당신과의 관계로 내 커리어가 의심받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할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그런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능력을 쌓으면 될 일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그녀가 뭘 하든 그렇게 생각할 사람들이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작지만 명료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정혁이 낮게 웃었다.



“……멋지던데. 한희민 이사.”


“하아……. 나요?”



재킷 안에서 열기가 남아 있는 등허리를 천천히 훑고 내려가는 손길을 느끼며 희민이 물었다.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 예전에 사진으로만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어.”


“…….”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고 숨이 멎을 뻔했어. 그때보다 훨씬 멋진 것 같아. 더 빛이 나. 지금 당신 모습이.”



조금 부끄러운 말이긴 했지만 진심이 담긴 정혁의 목소리에 희민은 내심 가슴이 뿌듯했다.



“나도 아까 당신 보고 얼마나 심장이 뛰었는지 알아요?”



손으로 그의 넓은 가슴을 천천히 쓸며 희민이 말했다.

격렬한 정사로 인해 흐트러진 셔츠를 가만가만 짚어 내자 그가 깊이 숨을 들이켜는 게 느껴졌다.



“당연히 멋질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표정 관리 하기 어려울 정도로…….”



엘리베이터와 회의실에서 봤던 정혁의 모습은 다시 떠올려 봐도 심장이 떨려왔다. 

남몰래 얽혀 들던 뜨거운 시선을 떠올리자 더운 한숨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하…… 잠깐, 당신 지금.”



순간 그녀의 몸 안 깊은 곳에서 그의 욕망이 단단해짐을 느끼자 희민이 몸을 바르작거렸다.



“안 돼요. 이제 진짜 들어가 봐야…… 흣.”



몸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식지 않은 내부의 열점을 자극한 꼴이 되자 희민이 본능적으로 허리를 뒤틀었다. 

벌어진 입술에서 야릇한 신음이 새어 나오자 그녀를 올려다보는 조각 같은 얼굴에 섹시한 미소가 어렸다.



“어떡하지. 못 놔주겠는데.”


“안 된다니…… 앗, 으응.”



다시 터질 듯 팽팽해진 정혁의 강한 욕망을 느끼며 희민이 어찌할 바 모르고 헐떡였다. 

위에 올라와 있는 그녀의 엉덩이를 꽉 잡은 정혁이 흥건하게 조여드는 입구 안으로 굵게 발기한 페니스를 깊이 찔러 넣었다.



“아…… 아아.”



거부할 수 없는 쾌감 속에 희민의 머릿속이 이내 아득해졌다.



***



국내 최고의 의료진을 투입한 결과 서희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퇴원하게 되었다. 

정혁은 오랜 투병 생활로 병원 밖을 낯설어하는 서희를 저택으로 모셔오도록 했다.



퇴원 당일, 연차를 낸 희민이 정혁이 보내 준 차로 병원까지 이동해 서희의 퇴원 수속을 밟았다. 

그도 함께 오고 싶어 했지만 급작스러운 회의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 최선의 조치만 취해 준 거였다.



생각보다 거대한 저택의 규모에 놀란 서희는 짐을 들어 주는 직원들을 미안한 얼굴로 바라봤다.



“나는 그냥 희민이 너 살던 데 들어가도 되는데.”



괜히 목덜미를 매만지며 겸연쩍어하는 서희의 팔에 희민이 부드럽게 팔짱을 끼며 저택 안으로 이끌었다.



“당분간은 안심할 수 없대. 여긴 상주하는 의료진이 있어서 엄마가 이 집에 있는 게 내 마음이 편할 거 같고.”


“병원이야 금방 가면 되는 데 뭘.”


“그리고 내가 다시 바빠져서 한집에 같이 살아야 엄마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 요즘 너무 바빠서 집에도 겨우 들어오는데.”


“…….”



희민이 전보다는 조금 살이 붙은 서희와 눈을 맞추며 살갑게 말하자 그녀가 잠시 딸의 얼굴을 바라봤다.



항상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라 같이 살면서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지만 그동안의 고생을 알기 때문에 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대견하게 모든 일을 이겨 내 준 딸이 하자는 대로 따르는 것이 딸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희가 눈가에 다정한 주름을 잡으며 미소 지었다.



“……그래. 엄마도 딸이랑 같이 살면 좋지.”


“고마워. 엄마.”


“고맙긴. 네가 정말 고생 많았지.”



서희의 말에 희민이 안심한 얼굴로 엄마가 쓸 방을 안내해 줬다. 우선 금방퇴원한 상태라 서희를 침대에 앉힌 뒤 그녀 옆에 희민도 앉았다.



“피곤하지? 집 안 설명은 천천히 할 테니까 일단 좀 누워서 쉬어.”


“괜찮아. 하나도 안 피곤해.”



고개를 저으며 웃어 보이는 서희는 정말 병원에서와 다르게 생기가 있어 보였다. 

아직 완치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니고 경과를 보려면 5년 정도는 안심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퇴원한 서희를 보니 희민은 가슴이 벅찼다.

서희의 손을 가만히 잡으며 희민이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버티고 버티니까, 꿈처럼 엄마가 퇴원하고…… 이렇게 같이 사는 날이오네. 내 평생 꿈이었는데. 건강해진 엄마랑 같이 사는 거.”



웃음 짓고 있었지만 희민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엄마랑 같이 쇼핑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카페에도 가고, 남들다 하는 그런 거…… 항상 너무 바라 왔지만 나에겐 꿈 같은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거든.”


“얘는, 엄마 눈물 나게…….”



희민의 하얀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서희가 얼른 닦아 줬다. 눈꼬리에 투명한 눈물을 매단 채 희민이 환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건강해져야 해. 아직 같이 외출하긴 힘들지만 어서 건강해져서 내꿈 꼭 이뤄 줘야 해. 알았지?”


“……꼭 그럴게. 착한 우리 딸.”



서로를 보며 미소 짓는 두 사람의 뺨에 똑 닮은 보조개가 패어 있었다.



***



서희의 건강을 염려해 호전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두 사람은 결혼식 일정을 잡았다. 

그래도 만약의 일을 대비해 가장 안전한 저택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결혼식 당일이 되자 저택 안에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드넓은 정원엔 새하얀 테이블과 웨딩 장식들이 국내 일류 전문가의 솜씨로 아름답게 펼쳐 져 있었다.

그 모습을 2층 창밖으로 내려다보던 희민은 직접 만든 부케를 가만히 바라봤다.

정성을 가득 쏟은 화사한 장미를 메인 테마로 한 부케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은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달칵.



문이 열리고 턱시도 차림의 정혁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왔어요?”



햇살을 받으며 그를 바라본 희민이 눈부시게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정혁은 순간 넋을 잃고 바라봤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화사한 부케를 들고 있는 희민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홀린 듯 걸어간 그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아래에서 그녀를 올려다봤다. 

희민의 링 웨딩 장갑을 낀 손을 가만히 끌어간 정혁이 시선을 맞춘 채 손등에 입을 맞췄다.



“내 아내가 되어 줘서 고마워.”



진지한 시선과 목소리에 희민의 입술 끝이 부드럽게 휘어 올라갔다. 그 미소를 본 그의 눈이 열망으로 타올랐다.



“오늘따라 너무 아름다워서 정신을 못 차리겠는데.”


“정혁 씨.”



사랑에 흠뻑 빠진 남자의 두 눈을 보며 희민이 조용히 그를 불렀다.



“……나 임신했어요.”



순간 희민의 손을 잡고 있는 그가 멈칫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표정이 변하는 정혁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희민이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오늘 아침에 테스트해 봤어요.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예전 내가 쓰던 방욕실에 그때 사 둔 테스트기가 아직도 쌓여 있지 뭐예요?”


“…….”



정혁이 굳은 듯 움직이지 않자 희민이 눈을 깜빡였다.



“내 말 듣고 있는 거…….”



의아한 목소리를 내는 그녀를 정혁이 몸을 일으켜 세우자마자 단단히 껴안았다. 

힘주어 강하게 껴안은 그의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지자 희민이 숨을 들이켰다.



“……정혁 씨?”


“아버지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은 오래전에 접었어.”



그의 목소리도 낮게 떨리고 있었다. 깊이 숨을 들이켰다가 토해 낸 그가 희민을 품 안에 더욱 깊이 안았다.



“그래서 더…… 믿기 힘들 정도로 벅차. 우리 아이가 생겼다는 게.”



감격 어린 정혁의 목소리를 들으니 희민은 코끝이 찡해졌다.



“나도…… 기대 안 해서 그런지 더 놀랍고 신기해요. 우리에게 아이는 꿈 같은 존재라고만…….”



희민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 역시 포기하고 있던 일이었다. 

두사람의 미래를 꿈꿀 때마다 당연한 듯 배제되어야 하는 그 현실에 남몰래 마음이 아팠었다. 하지만 그가 더 아플 거라는 생각에 말하지 않았다.



아이가 아니라 자신을 선택해 준 그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하지만 막상 오늘 아침 테스트기를 통해 임신 사실을 알게 되자 희민은 누구보다 자신이 아이를 원해 왔음을 깨달았다. 

정혁과 자신에게 기적적으로 찾아온 이 일을, 결혼식 당일에 알게 된 것도 축복처럼 느껴졌다.



정혁이 천천히 희민을 품에서 떼어 내고 시선을 맞췄다. 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노력해서 좋은 아버지가 될게. 진심이야.”



그의 붉어진 눈에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차오른 것을 보자 희민은 심장이 뜨거워졌다.



“나도, 좋은 엄마가 될게요.”



희민이 눈물이 가득 맺힌 눈으로 어여쁜 미소를 지었다. 근사한 미소로 화답한 정혁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머금었다.



창밖으로 꽃잎이 휘날리며 이 기적을 축하하는 듯한 축가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그 창에서 쏟아져 내린 햇살이 서로를 단단히 보듬어 안은 두 사람을 찬란하게 비추고 있었다.




외전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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